LG전자의 전장(電裝)이 들어간 자동차 내부의 모습. /LG전자

LG전자의 자동차용 전장 사업이 회사의 주력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적인 소비 침체 속에서 TV, 가전 등 LG전자의 효자 사업이 일제히 부진의 늪에 빠졌지만, 자동차 전장(VS) 사업본부는 올해 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연간 기준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2배 이상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1일 주요 증권사들의 전망치를 종합하면 LG전자의 VS사업본부 영업이익은 올해 연간 기준으로 TV 사업의 영업이익을 뛰어넘은 1900억~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VS사업본부가 TV 사업의 연간 영업이익을 뛰어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TV 시장이 불황을 겪으며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가 상반기 적자로 돌아선 반면 올해 2분기 26분기만에 흑자 전환한 VS사업본부는 하반기에도 흑자 규모를 점점 늘려나가고 있다.

LG전자가 생산하는 전장부품은 전기자동차의 필수 부품이다. 마일드(Mild Hybrid), 풀(Full Hybrid), 플러그인(Plug in Hybrid) 계열 하이브리드 차량과 순수전기차(EV) 등 전기로 구동되는 자동차에는 모터, 인버터, 컨버터 등이 필수로 탑재된다. 특히 LG전자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부품들은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판매가격이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모터 기술을 바탕으로 가전제품의 전력 효율과 진동, 내구성 등의 성능과 수명을 좌우한 것처럼 모터와 인버터는 전기차의 동력 전달장치인 파워트레인 분야에서도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며 “이는 해당 분야에서 오랜 노하우가 쌓인 LG전자가 전장 부문에서 활약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LG전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부문에서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LG전자는 자동차의 주행 정보와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AVN(오디오 ‚비디오, 내비게이션)과 차량용 무선통신 장비인 ‘텔레매틱스’ 부품 등을 공급하고 있다. 이 가운데 탤레매틱스 시장에서 LG전자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다. 3분기말 기준으로 전장 수주잔고 내 인포테인먼트 비중은 약 60%로 39조원쯤으로 추산된다.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에 탑재된 LG전자의 ADAS 전방카메라가 자동차 전방에 있는 물체를 촬영해 분석하는 모습. /LG전자

이처럼 전장 사업에서 승승장구하는 것과 달리 생활가전, TV 등 기존의 LG전자의 효자 사업들은 줄줄이 부진의 늪에 빠졌다. LG전자의 주력 사업이 생활가전, TV에서 전장으로 넘어가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소비 수요 침체 속에서 액정표시장치(LCD) TV의 경우 중국 기업과의 경쟁 심화로 인한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계속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판매도 정체돼 있다. TV 외 가전(H&A) 사업 역시 비수기 진입 등으로 매출이 하락할 전망이다. 올해 4분기에는 56분기 만에 적자로 전환할 것이란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전장 사업의 경우 내년에도 탄탄대로가 이어진다. DS투자증권은 내년 LG전자 전장부문의 영업이익이 4313억원으로 올해보다 162.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의 전동화가 확대되고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올해보다 원활해지면서 자동차 생산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장사업이 LG전자에서 이익 기여도를 높여갈 수 있는 주력 사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투자 규모와 사업 구조에도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에 따르면 올해 예상 시설투자액인 4조5669억원 중 VS사업본부에는 6881억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지난해 총 투자액(4563억원)과 비교하면 50% 넘게 늘어난 수치다. LG전자가 지난 2015년부터 7년간 전장에 투자한 금액은 4조5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