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클라우드 업체인 NHN클라우드·KT클라우드·네이버클라우드가 1000억원 규모의 국가 주도 ‘NPU(신경망처리장치)팜’ 수주전에 뛰어든다. NPU팜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2023년 428억원, 2025년까지 약 1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광주광역시와 다른 지역 등 총 2곳에 NPU팜이 들어선다. 클라우드 사업자가 NPU팜을 구축하면 비용을 정부가 지원한다. 구축된 NPU팜의 컴퓨팅 파워는 AI 개발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무상 제공한다.
NPU는 AI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딥러닝 알고리즘 연산에 최적화된 프로세서다. 국내에서는 사피온·퓨리오사AI·리벨리온 등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업체)가 개발에 한창이다. 정부는 CPU(중앙처리장치)와 메모리 장비 위주로 구축되는 기존 데이터센터와 달리 NPU에 특화된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이를 공공기관과 기업에 공개, 국산 AI 반도체의 안정적인 수요처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19일 과기정통부의 ‘국산 AI 반도체를 활용한 K-클라우드 추진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월 해당 사업의 통합 공고를 게시하고, 3월 중 사업자를 선정한다. 광주 NPU팜이 먼저 사업자 선정에 착수하고, 다른 지역은 구축 지역을 확정한 후 사업자 선정에 나선다. 광주 NPU팜은 광주 AI 집적단지에 구축되며, 공공분야 중심 AI 서비스를 실증할 전망이다. 다른 지역에 구축되는 NPU팜은 민간분야 중심 AI 서비스를 실증하게 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광주 NPU팜에 2024년까지 200억원(국비 140억원, 지방비 6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다른 지역 NPU팜에는 2025년까지 200억원(국비 100%)의 예산을 투입한다.
사업에는 국내 클라우드 업체와 AI 반도체 팹리스가 컨소시엄을 맺고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클라우드 업체 입장에선 정부 지원을 받아 신규 데이터센터를 확보할 수 있고, AI 반도체 팹리스 입장에선 매출 확대와 함께 정부라는 활용 사례(레퍼런스)를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선 사업 수주를 위해 클라우드 업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합종연횡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 시점에서 가장 경쟁력 있다고 평가받는 건 사피온과 뭉칠 것으로 보이는 NHN클라우드 컨소시엄이다. NHN클라우드는 지난 10월 사피온과 함께 판교 NHN데이터센터에 NPU팜을 구축한 경험이 있다. 이 NPU팜에 사피온이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 ‘사피온 X220′을 적용해 올해까지 총 14.44페타 OPS(1초 동안 가능한 연산 수의 측정 단위) 수준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했다. 현재 진행 중인 2차 실증 사업에서 패션검색, 동작인식 등 NHN클라우드가 보유한 AI 서비스와 더불어 공공 서비스인 CTR(심흉곽비 측정 서비스)를 실증하고 있다.
NHN클라우드는 지난해 광주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수주하며 NPU팜과 구조가 같은 ‘GPU(그래픽처리장치)팜’ 구축에도 착수했다. 전남 순천과 경남 김해에도 민관 협력형 공공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이 세 곳의 센터가 완공되면 NHN클라우드는 판교와 평촌, 도쿄와 LA를 포함해 광주, 순천, 김해까지 총 일곱 곳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게 된다.
KT클라우드가 리벨리온과 결성할 가능성이 높은 KT클라우드 컨소시엄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KT클라우드의 모기업인 KT는 올해 7월 리벨리온에 300억원을 투자하면서 차세대 AI 반도체 설계와 검증, 대용량 언어모델 협업 등 AI 반도체 사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5nm(나노미터) 공정에서 양산되는 리벨리온의 AI 반도체는 내년 중 KT의 대규모 GPU 팜에 적용될 예정이다. 현재 KT의 GPU팜에는 엔비디아·그래프코어의 AI 반도체가 접목됐다.
2019년부터 자사 스타트업 양성 조직 D2SF를 통해 퓨리오사AI에 수백억원을 투자해온 네이버도 NPU팜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단, 직접 나서는 대신 네이버클라우드를 통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최근 웍스모바일과 네이버의 클로바·파파고·웨일 등의 사내 조직·기술 역량을 통합하는 과정에 들어간 데 이어 삼성전자와 AI 반도체 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네이버클라우드 관계자는 “현재 컨소시엄을 구성 중이다”며 “확정된 파트너사는 아직 없다”고 했다.
국내 정보기술(IT)업계는 과기정통부의 사업자 선정 기준에 주목하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그간의 공공 데이터센터 구축 경험을 높게 평가할 경우, NHN클라우드 컨소시엄의 승률이 높지만 ‘이번엔 다른 사업자에게 기회를 주자’는 내부 기조가 형성됐다면 네이버클라우드 컨소시엄의 수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세 개 컨소시엄이 참여하는 가운데 구축하는 NPU팜은 두 곳에 불과해 적어도 한 곳은 탈락의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공고를 작성하는 단계에 있어 구체적으로 방향을 밝히긴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