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상황이 전망보다 깊은 침체에 빠지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D램 3강이 공급조절에 더 고삐를 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오는 22일까지 진행되는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D램 공급량 조절을 위한 구체적 대응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인위적인 감산 대신 메모리 라인을 시스템반도체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라인으로 조정하는 ‘자연적 감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경기도 화성캠퍼스의 13라인 일부를 CMOS 이미지센서(CIS) 생산용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13라인은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CIS 전용으로 용도가 바뀐 11라인과 맞닿은 자리에 있다.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는 “11라인과 13라인의 CIS 공정 프로세스가 일부는 통합돼 운영되고 있는 상태다”라며 “시황에 따라 13라인에서 차지하는 CIS 설비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을 부분적으로 시스템반도체 라인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7년에도 삼성전자는 화성캠퍼스 11라인을 개조해 CIS 생산능력을 강화한 전례가 있다. 당시 삼성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고화질 카메라 센서 수요가 늘자 11라인에 시스템반도체 설비를 투입하기 시작해 지금은 메모리 대신 CIS만 생산하는 라인으로 성격을 바꿨다. 다만 13라인은 CIS뿐 아니라 D램 생산규모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앞서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이어 삼성전자 역시 메모리 공급 조절에 더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게 된 건 전망보다 D램 가격 내림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등에 따르면 올해 4분기 D램 평균판매단가(ASP)가 전분기보다 23% 수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존 전망치인 15%~18%대의 내림세에서 낙폭이 커진 것이다.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소비자 가전, IT, 모바일 등 모든 분야에서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D램 3강들이 D램 가격 하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신규 생산설비 투자를 전면적으로 줄이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23년 설비투자를 전년(17조4700억원 추정) 대비 50% 줄이고 D램, 낸드 모두 구공정 제품 위주로 감산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론과 키옥시아도 2023년 전년 대비 50% 수준으로 투자를 줄이고 각각 20%, 30% 규모로 감산을 진행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업체들의 적극적인 공급 조절에 따라 D램 시장은 내년에 생산량 기준으로 역사상 첫 공급량 감소가 예상된다. 시장 전체의 D램 생산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기업들의 매출 증가율이 하락할 수 있지만, 반면 수급 균형을 맞춰지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D램 시장이 안정화할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 3분기나 4분기부터 D램 시장이 정상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D램 시장 전체 출하량 증가폭은 9%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각 업체들에 쌓인 재고를 포함한 수치이기 때문에 생산량 기준으로는 역사상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밝힌 이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공급과잉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일기도 했었다. 당시 삼성은 “내년 데이터센터 증설 확대와 신규 중앙처리장치(CPU)를 위한 DDR5 채용도 늘 것으로 본다”며 “현재 시장 수요가 위축되는 건 맞는데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수요 회복에 대비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반도체) 인위적 감산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