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인공지능(AI) 개발 및 서비스 운영을 통합한 ‘올인원’ 플랫폼 출시를 준비하며 로우코드(Low code)·노코드(No code) 시장으로 사업 확장을 예고했다. 로우코드는 최소한의 코딩 지식만으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술을 일컫는다. 노코드는 여기서 더 나아가 마우스 클릭이나 음성으로 명령어를 입력해 개발하는 기술을 말한다.

최동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AI총괄(CAIO)은 카카오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카카오 데브 2022′ 둘째 날이었던 지난 8일 기조연설자로 나서 “올해 초부터 개발 중인 ‘머신러닝 운영(MLOps)’ 플랫폼이 현재 구축형(온프레미스) 개발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이후 사내 베타 테스트를 거쳐 내년 퍼블릭 서비스로 공개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MLOps는 사용자가 머신러닝 모델을 개발해 서비스화 하는 전과정을 통합·관리하는 플랫폼이다. AI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데이터, 모델 엔지니어링을 자동화하는 데다 어려운 인프라 지식이나 운영 노하우 없이도 사용 가능해 AI 개발 인력이 부족한 기업들 사이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관련 인력을 충분히 갖춘 기업 중에서도 개발한 AI 모델을 상용화하는 데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실제 가트너에 따르면 AI 프로토타입이 생산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전체의 53%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최 CAIO는 “생산으로 이어진다고 해도 그 기간은 평균적으로 9개월에 달한다”며 “이는 생산을 할 수 있는 수준의 AI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관리할 수 있는 도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MLOps 플랫폼을 사용하는) 개발자는 보다 안정된 인프라에서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투입하는 게 가능해진다”며 “모델의 학습과 평가를 자동화해 개발 주기를 줄이면 배포 시기도 빨라진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노코드 플랫폼 '파워앱스' /MS 홈페이지 캡처

현재 글로벌 로우코드, 노코드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MS), 세일즈포스 등 빅테크를 비롯해 벤처캐피탈(VC) 지원을 받은 언워크 등 스타트업까지 뛰어든 상태다. 자사 연례 콘퍼런스 참석차 지난달 방한한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오는 2025년까지 디지털 기술의 70%가 로우코드, 노코드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올해 217억달러(약 28조3185억원) 수준인 전 세계 로우코드‧노코드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까지 455억달러(약 59조3775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로우코드, 노코드는 상대적으로 개발 인력을 확보하기 쉽고 데이터센터 등 각종 인프라를 구축한 대기업 고객보다 중소기업 고객을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의 경우 자체 데이터센터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클라우드 기반의 로우코드, 노코드가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내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스타트업들이 로우코드, 노코드 도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초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란 평이 많다”고 전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MLOps 플랫폼과 함께 ‘AI 스튜디오’라는 이름의 플랫폼도 내년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AI 스튜디오는 별도의 서버 설치 없이 비개발자도 AI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로, 문자인식(OCR), 번역, 커스텀 STT(Speech To Text) 등 10개에 달하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AI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가 기본으로 포함돼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연내 2개의 AI API를 추가할 예정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측은 “‘커스텀 STT 모델 만들기’라는 블럭을 마우스로 끌어다 놓아 API를 연결하는 식이다”라며 “통화 내용을 AI로 처리하고 싶은 고객센터는 이를 활용해 회사의 고유한 판매 정책을 AI가 잘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AI 챗봇 플랫폼 ‘카카오 i 커넥트 톡’ 소개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업계는 비교적 늦게 진출한 AI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로우코드, 노코드 시장에서도 앞서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올해 상반기 글로벌 학회에서 관련 논문 17건을 등재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지난해에는 AI 챗봇 플랫폼 ‘카카오 i 커넥트 톡’이 세종특별자치시, 제주특별자치도 등에 도입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최근에는 대화 카테고리에서 감정 분석, 위험 발화 분류 등의 API도 선보였다. 위험 발화 분류란 AI가 대화 내에서 욕설이나 사회·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발화를 포착하고, 알림 메시지를 발송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또 지난 9월 강북삼성병원, BNK캐피탈과 각각 건강검진 가이드봇 공동개발, 챗봇 서비스 공급 계약을 맺으며 공공 시장에 이어 금융, 의료 분야 등으로 저변을 넓혔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카카오톡 메신저를 기반으로 챗봇 서비스를 제공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며 “자연어 처리(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만든 인공적 언어가 아닌, 사람끼리 실제로 사용하는 언어를 분석하고 처리하는 기술) 등을 계속해서 고도화해 나가면 타사와 충분히 경쟁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