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현지시각) 오후 1시, 다양한 인종의 직원으로 북적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베이뷰캠퍼스 1층 공용공간은 사무실이라기보단 새로 문을 연 거대한 테마파크 속 작은 계획도시의 모습 같았다. 거북이 등껍질처럼 생긴 태양광 패널을 통해 자연 채광이 내리쬐는 사무실 내부는 다양한 테마에 맞춰 원색의 공룡·낙타·꽃·플랑크톤 등 조형물로 가득한 공원처럼 꾸며져 있었다. 직원들은 대형 카페처럼 그사이 마련된 널찍한 소파 등에 편하게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벽면에는 뉴욕 등 거대 도시 건물 벽면의 그라피티처럼 젊은 감성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게임을 할 수 있는 대형 체스판도 있었다.
구글이 2017년 착공 후 지난 5월 선보인 베이뷰 캠퍼스는 코로나19로 원격 근무가 보편화된 지금, 직원을 자연스럽게 다시 사무실로 불러들이기 위해 회사가 마련한 하나의 작은 놀이터다. 이곳은 기존 건물을 개조한 다른 사옥과 달리 구글이 처음부터 설계해 직접 지은 첫 사옥이자 구글이 ‘리턴 투 오피스(사무실 출근 독려)’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선보인 거대한 실험의 장이기도 하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여파로 주요 테크기업이 원격 근무를 대대적으로 도입하면서 많은 정보기술(IT) 종사자들이 사무실로 돌아오는 것을 꺼리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 인수 후 직원의 원격근무를 폐지하는 등 일부 기업은 공격적인 조치를 취하며 직원을 다시 오프라인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이에 대한 직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구글은 강제적인 조치를 택하기보단 ‘언제든 오고 싶은 재밌고 쾌적한 근무 환경’을 만드는 방식으로 자연스러운 ‘넛지(부드러운 개입)’를 택했다. 구글은 현재 주 3일 사무실 근무와 주 2일 원격 근무로 이뤄진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베이뷰 캠퍼스는 더 많은 직원을 더 자주 오프라인으로 끌어와 생산성과 직원 간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구글이 선보인 근무 공간이다. 채찍을 통해 사무실 출근을 강제하는 대신 ‘너무 좋아서 자발적으로 출근하고 싶은 공간’이라는 당근을 내놓은 것이다.
구글 베이뷰 캠퍼스는 전통적인 사무실보다는 대규모 쇼핑몰 혹은 최첨단 공항처럼 보이는데, 여기엔 답답한 사무실의 모습을 탈피하려는 구글의 의도적인 설계가 담겼다. 오고 싶은 근무 공간의 제1 가치인 편안함을 가져오기 위함이다. 태양광 패널 9만여 장이 설치된 건물 외관 역시 UFO 혹은 인천국제공항을 떠올리게 한다.
베이뷰 캠퍼스 규모는 10만2190㎡로 2개의 사무동 건물과 각종 행사가 열리는 건물, 총 3개 동으로 구성됐다. 수천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지만 건물은 단 2개 층으로만 구성됐다. 최소 3~5개 층을 더 만들 수 있었겠으나, 유휴 공간이 발생하더라도 최대한 쾌적한 환경에서 직원이 일할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했다는 것이다.
사무동 건물은 직원이 편안하게 커피를 마시며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용 공간과 자유롭게 미팅을 할 수 있는 방들로 구성된 1층, 그리고 비교적 조용하게 개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2층으로 구성됐다. 이외에도 근무 중 간단한 간식을 먹거나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마이크로 키친(부엌)’, 운동시설, 세탁실, 오락장 등이 있다.
실제 캠퍼스 내부는 층고가 높다 보니 건물 안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천장에서 자연 채광까지 들어오다 보니 마치 카페 테라스 위에 천막을 친 듯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1층 공용 공간은 작은 도시처럼 꾸며져 건물 안에 있지만 여전히 외부에 있는 듯한 착시효과를 줬다. 식물이 심어진 가로등 모양의 조형물이 곳곳에 세워지고 바닥엔 횡단보도를 연상시키는 하얀색 모형들이 그려져, 이곳을 돌아다니는 직원들은 작은 게임 속 도시 거리를 가로지르는 캐릭터처럼 보였다.
직원 간 서로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25개 테마의 공용 공간도 오프라인의 강점인 대면 소통을 극대화하겠다는 구글의 설계가 돋보이는 곳이다. 즉흥으로 간단한 일대일 미팅을 진행하고 싶을 때는 물론이고 잠시 근무 중 함께 커피를 마시거나 산책하고 싶을 때 자유롭게 안방처럼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곳곳에 배치한 것이다. 이날 사무실 곳곳에선 공용 공간의 널찍한 테이블에 앉아 회의하는 팀의 모습이나 소파에 널브러져 함께 휴식을 취하며 수다를 떠는 직원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원할 때 원하는 장소에서 유연하게 소통하라’는 회사의 모토가 돋보였다.
독립된 방에서 미팅을 진행할 수 있는 ‘스프린트 룸’도 백여개가 있다. 이 미팅 룸의 특징은 직원이 책상과 의자 등의 배치를 자유롭고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방에는 바퀴가 달린, 쉽게 해체가 가능한 책상이 여러 개 놓여있다. 책상 여러개를 합쳐 참가자가 빙 둘러앉은 하나의 큰 테이블을 만들어도 되고, 책상을 개별로 떼어두고 각자 따로 앉는 독립적인 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 오프라인 회의는 물론 화상회의와 연결한 하이브리드 회의도 유동적으로 가능하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정김경숙 구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물론 화상회의로만 미팅을 진행하거나 원격 근무로만 일하는 것도 원칙적으론 가능하다”라며 “그러나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다가 갑자기 불현듯 궁금한 점이 생긴다면 따로 불편하게 화상회의를 잡지 않아도 공용 공간에서 잠시 커피 한잔하면서 이를 물어볼 수 있고, 사무실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만나 잠시 대화하다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떠올릴 수 있는 유연성 있는 공간을 마련하려는 것이 구글의 목표다”라고 했다.
정김 디렉터는 “회사가 강제하지 않아도 근무환경이 좋고, 업무 효율이 높아지고, 다른 직원과 소통하고 싶어 사무실에 출근할 수 있도록 구글은 장려하고 있다”라며 “이 건물의 규모나 설계에 들어간 다양한 친환경 기술도 중요하지만 많은 직원을 자연스럽게 한 공간에 모으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 의미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