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국제 공항, 주요 시설과 동떨어진 외부 주차장에 우버, 리프트 등 공유 서비스 차량 승객 탑승 장소가 있다. /샌프란시스코(미국)=이소연 기자

샌프란시스코는 대표적인 차량 공유 플랫폼인 우버와 리프트가 탄생한 모빌리티 스타트업의 성지다. 전 세계에 차량 공유 서비스를 확산시킨 이 플랫폼들이 설립된 지 각각 13년과 10년이 된 현재, 샌프란시스코에서 우버·리프트를 직접 체험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혁신의 발상지인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정부와 플랫폼은 한국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 한국에서도 승합차 공유 서비스 타다 사태나 우버의 국내 진출 당시, 기존 택시 사업자와 갈등을 빚은 것처럼 샌프란시스코에서도 택시 등 전통 산업군과 공유 플랫폼 간의 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 기사와의 갈등 등을 통해 국내에서도 현재 진행형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샌프란시스코 당국은 공항 앞 정류장에는 택시만 들어올 수 있도록 우대하고 있고 도심 번화가에는 우버·리프트의 통과를 금지하는 등 실험적인 규제책을 내놓고 있다. 발 빠른 정책으로 시대의 변화상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수용성을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 공항 앞은 택시만 우대, 우버 타려면 10분 걸어야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짐을 찾고 공항 건물을 나서자마자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캐리어를 끌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관광객을 여럿 마주칠 수 있었다. 모두 우버 혹은 리프트 차량에 탑승하는 장소를 찾고 있었으나 공항 안내판에는 '에어포터(공항버스)', '택시', '셔틀밴' 등을 탑승하는 장소만 표시됐다.

이들과 함께 출구 바로 정면에 있는 택시 탑승 구역으로 이동했으나 공항 안내 직원은 "여기에 우버나 리프트는 진입할 수 없고 다시 건물로 돌아가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무빙워크를 지나 밖으로 나가야 한다"라고 했다. 결국 장시간 비행에 지친 다수는 대기 없이 바로 탑승할 수 있는 일반 택시를 선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국제 공항 안내표시엔 우버나 리프트 탑승 장소가 나와있지 않다(좌측). 반면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국제공항의 경우 명확한 표시가 안내됐다.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미국)=이소연 기자

공유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선 다시 공항 건물로 들어가 미로처럼 내부를 헤맨 뒤 주차장으로 나가야 했고 10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제대로 된 공유 차량 탑승 장소는 지하에 내려가서야 안내판에 표시됐다.

어렵게 우버에 탑승해 만난 기사는 차량을 찾으러 오는 길이 고되지 않았냐며 인사를 건넸다. 브라질 출신으로 고향과 미국을 3~4개월씩 왔다 갔다 하며 7년간 우버 운전을 했다는 그는 "이전엔 우버나 리프트도 일반 택시 기사와 모두 같은 장소에서 승객을 태웠다"라며 "하지만 택시 기사들의 반대와 우버, 리프트 차량이 급증하자 공항 교통이 혼잡해진다며 공항에서 탑승 장소를 분리했다"라고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국제 공항에서 우버 차량을 호출하니 현재 위치에서 주차장에 있는 탑승 장소까지의 이동 경로가 추가로 표시된다. /우버 캡처

도심 내에서도 일부 불편은 이어졌다. 샌프란시스코 도심 이동 중 주요 식당과 상점 등이 몰린 샌프란시스코 중심지 거리인 마켓 스트리트의 관광지 페리빌딩 부근으로 갈 수 있는지 리프트 기사에게 물어보자 그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마켓 스트리트 내부엔 교통 혼잡 방지 차원에서 리프트 차량은 진입할 수 없어 금지된 지역을 빙 돌아 주변에 내려줘야 한다"라며 불편한 동선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마켓 스트리트에선 '진입 금지'라는 빨간 표시판 아래 대중교통, 자전거, 택시는 예외라는 표시도 붙어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서 택시는 일반 택시로 리프트나 우버 등 공유 차량은 해당하지 않는다.

◇ 샌프란시스코, 공유차 문제 해결 위해 실험중

샌프란시스코 방문객이 공유 차량 이용 시 이러한 불편을 겪는 배경엔 교통 혼잡 및 이들 서비스로 인해 발생한 기존 택시 기사와의 갈등을 해결하려는 시 차원의 오랜 고민의 흔적이 있다.

샌프란시스코 교통국은 2018년 우버와 리프트 등 차량공유 서비스가 차량 통행량을 늘려 교통 체증을 불러온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관련해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해 왔다. 승객을 태우기 위해 이들 플랫폼의 차량이 도로를 배회하면서 심야 시간을 중심으로 차량 정체가 심화한다는 것이다. 이에 샌프란시스코 교통국 이사회(SFMTA)는 2020년부터 도시에서 가장 혼잡한 주요 거리 마켓 스트리트 7개 구역(블록)에 대한 우버와 리프트 등 공유 차량을 포함한 개인 소유 차량의 접근을 막았다. 일반택시를 포함한 대중교통, 응급 차량, 상용차(commercial vehicle), 보조 교통수단(paratransit)은 여기 해당하지 않는다.

기존 택시 기사와의 갈등으로도 당국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유 플랫폼 차량의 경우 택시 면허가 없는 자가용 운전자도 사실상 택시 영업이 가능해 이들 스타트업 규모가 커질수록 거금을 투자해 면허를 확보한 택시 기사의 설 자리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빚을 내서라도 개인 면허(medallion)를 발급받았던 기사들은 면허 가격이 급락하자 자신들이 약 3억원에 달하는 가격에 구매한 면허를 시가 다시 되사갈 것을 요구하며 2020년부터 시청 앞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결국 샌프란시스코시는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공항에서 기존에 큰 금액을 지불해 면허를 구매한 택시 운전사에게 공항에서 우대권을 계속 주기로 약속했다. 오늘날 공항에서 승객을 만나기 가장 좋은 탑승 장소에 우버나 리프트가 아니라 일반 택시가 있는 이유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우버 본사. /샌프란시스코(미국)=이소연 기자

다만 각종 규제에도 차량공유 서비스는 여전히 높은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평점과 리뷰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서비스를 유지한다는 점, 기존 택시 업계에서 문제였던 승차 거부가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점 등 이용자에 제공하는 편의가 여전히 크다고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노숙자 인구로 인해 불안정한 치안도 문제다.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마련된 도시지만, 우버가 인기를 끌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 우버는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2% 상승한 82억4000만달러(약 11조254억원)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1억2400만명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거주하고 있는 프란세스코(35)씨는 "기존 택시 기사들은 큰돈이 되지 않거나 '선셋 디스트릭트'처럼 돌아오기 힘든 특정 지역에선 승차 거부를 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라며 "공유 플랫폼 차량은 승차 거부를 하지 않고 리뷰 시스템으로 서비스의 질이 좋아, 금액이 비싸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