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스마트 도시 프로젝트 ‘네옴시티’ 수주전에 본격적으로 참전한다. 네이버는 올해 4월 제2사옥 1784를 통해 미래 공간의 청사진을 공개하고, 로봇 친화형 건물의 핵심 기술인 아크(ARC·AI-Robot-Cloud)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크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통하지 않는 실내에서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해 경로를 알려주는 아크아이(ARC eye)와 건물 내 모든 로봇의 이동, 측위, 서비스 수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아크브레인(ARC brain)으로 나뉜다.
23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날 네이버클라우드를 통해 3차원 측위 기술과 실내 지도 생성 기술 등으로 구성된 기업용 아크아이를 선보인다. 네이버는 이를 위해 지난 수년간 실내에서 고정밀 지도(HD맵) 생성이 가능한 로봇 ‘M’ 시리즈를 개발해왔다. 지난해 12월에는 네이버클라우드를 5G 특화망(이음5G) 1호 사업자로 등록했다. 3차원 측위를 하는 인공지능(AI) 기술, 즉 ‘비주얼 로컬리제이션(VL)’ 기술을 통해 ▲실제 공간을 디지털 형태로 클라우드에 복제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도를 생성한 뒤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로봇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한시도 끊기지 않는 인터넷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아크아이 중에서도 네이버가 방점을 찍는 건 VL 기술이다. 한 공간에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려면 각자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로봇 친화형 건물을 설계하는 데 이 기술이 꼭 필요하다. 네이버의 VL 기술은 앞서 실내 오차 범위 0.18m를 기록하며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의 인증을 획득했다.
네이버가 지난 14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과 손잡고 시범 제공 중인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서비스’가 그 체험판이다. 관람객이 카메라와 연동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켜 ‘빗살무늬토기’를 검색하면 길에 화살표를 띄워 방향을 안내하고,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식이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아크아이는 그간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의 수요가 있었다”며 “국립중앙박물관을 시작으로 여러 분야의 파트너들과 협력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는 지난 6월 아크와 5G 특화망을 하나로 묶은 패키지를 내년까지 대중화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로드맵(단계별 이행안)을 발표하면서 병원, 공항, 물류 기업 등 분야에서 수요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새로 짓는 건물의 경우엔 처음부터 네이버와 논의를 거쳐 미래형 업무공간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당시 박원기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병원은 로봇을 통해 의약품 및 병원식을 운송하는 방안을 ▲공항은 자율주행 셔틀버스 운영 및 디지털 활주로 구현을 통한 관제사 훈련하는 방안을 ▲물류 기업은 사각지대에서의 사고를 방지하는 방안을 각각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네이버가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따로 있다. 바로 스마트 도시다.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개선) 정책 대표는 이달 초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우디 방문 일정에 동행하며 네옴시티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가 홍해와 인접한 사막과 산악지대에 서울의 44배 넓이(2만6500㎢)로 짓는 저탄소 스마트 도시 건설 프로젝트다. 5000억달러(약 680조원)가 투자되는 대규모 도시 공사로, 우리 정부는 이를 폴란드 신공항 및 복합운송허브(STH) 사업, 인도네시아 신(新)행정수도 사업과 함께 ‘해외 5대 인프라 프로젝트’로 선정하고 집중 수주를 목표하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7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구체적인 계약 등에 대해서는 현시점에서 전망하기 어렵다”면서도 “이번 사우디 방문은 로봇, 클라우드, AI 등 스마트 건물 및 스마트 도시 구축과 관련해 네이버가 갖고 있는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 기술력을 글로벌 기업 파트너들에게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네이버가 네옴시티 사업 수주에 성공할 경우 아크는 물론 클라우드 사업까지 크게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 클라우드 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최대 1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클라우드는 이제 막 아시아 시장에 진출한 만큼 글로벌 수준에서는 신생 기업과 다름없지만, 네옴시티 사업을 수주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했다. 그는 “신흥 시장인 중동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구글 클라우드 등 해외 빅3가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곳이다”라며 “사우디 국가사업을 따내면 역내 네이버클라우드의 인지도는 단숨에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