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22가 열린 지난 18일 부산 벡스코에서 게임 '원신' 캐릭터 코스프레를 한 모델을 관람객이 촬영하고 있다. /이소연 기자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22에서 그간 서브컬처(하위문화)로만 여겨졌던 ‘미소녀게임’이 대세로 부상했다. 올해 처음으로 제2전시장 3층까지 확대된 두 번째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관의 경우 게임 ‘P의 거짓’을 선보인 네오위즈를 제외하면 사실상 미소녀게임이 중심 주제라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지스타 2022는 지난 1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막을 올렸다. 오는 20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행사엔 43개국, 987개사, 2947개 부스가 마련됐다. 이는 제한적으로 진행된 지스타 2021 대비 2배 이상 확대된 규모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정상 개최된 이번 지스타에서 게임업계와 관람객의 이목은 미소녀게임 장르에 쏠렸다. 최근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가 흥행에 성공하고 ‘무기미도’ 등 중국 미소녀게임이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매출 순위 상위권을 장악한 가운데 B2C관 3층의 ‘주인공’격인 가장 앞 정중앙 자리엔 미소녀게임 ‘원신’과 ‘승리의 여신: 니케’ 부스가 자리 잡았다.

지스타 2022가 열린 지난 18일 부산 벡스코에서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 코스프레를 한 모델을 관람객이 촬영하고 있다. /이소연 기자

18일 오후 부산 벡스코 B2C관 3층은 미소녀게임 부스를 구경하려는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미소녀게임 원신의 성우들이 오후 3시 현장을 찾는다는 소식에 약 300명에 달하는 인파가 제작사인 호요버스 부스에 몰렸다. 미소녀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 캐릭터 의상을 입은 모델이 선 텐센트의 퍼블리셔 브랜드 레벨인피니트 무대 뒤로는 고가의 카메라로 이들을 촬영하는 관람객이 가득했다.

행사 스태프는 “점심 식사가 끝나자마자 성우 초대 행사 등 이벤트 시작 3시간 전부터 관람객이 길게 줄을 섰다”라며 “자리가 없어서 들어오지 못한 관람객도 많다”라고 했다. 이날 원신의 캐릭터 ‘종려’ 코스프레 의상을 착용하고 행사에 참석한 대학생 이채연(20)씨는 “지스타는 5번째 참석하지만 ‘원신’의 팬으로서 이번에 처음 코스프레를 했다”라며 “팬층이 두터운 장르의 게임인만큼 이 부스를 관람하기 위해 지스타를 찾은 관람객이 많다”라고 했다.

호요버스 관계자는 “최근 게임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바탕으로 2019년 40부스에 불과했던 브랜드관 규모를 올해는 80부스까지 늘렸다”라고 했다.

서브컬처 게임은 충성도 높은 팬층이 두터운 장르라고 평가받는다. 일본 문화에 열광하는 게임 이용자가 많기 때문이다. 가수나 배우를 좋아하듯이 특정 아트 디렉터나 성우에 대한 선호도도 높다. 서브컬처 이용자 간 결집력도 강해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활발하게 형성된 편이다.

서브컬처 게임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배경엔 최근 나타나는 이 게임들의 높은 수익성이 있다. 그간 음지에 있던 이용자의 욕구가 매출 등 명확한 지표로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카카오게임즈의 실적을 견인했던 우마무스메도 일본 게임사 사이게임즈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유통한 미소녀게임이다.

기성 게임업계에서도 이들 게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했다. 지스타의 전야제격인 2022 게임대상에선 넥슨게임즈가 선보인 미소녀게임 ‘블루아카이브’가 기술창작상 캐릭터부문, 인기게임상, 우수개발자상을 가져가며 3관왕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지스타를 둘러본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스타 현장만 봐도 미소녀게임이 이젠 주류 게임 장르로 거듭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라며 “이들 게임 부스가 1층 메인 전시관과 동떨어져 있음에도 이토록 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것이 고무적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