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035720)가 ‘비(非)지인’과 드라마, 스포츠 등 ‘관심사’ 기반의 오픈 커뮤니티 2.0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밴드, 카카오톡 등 두 회사가 지인 위주로 펼쳐왔던 소셜미디어(SNS) 전략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업계에선 최근 성장세가 주춤한 광고 수익을 확장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하고 있다. 관심사 중심의 커뮤니티를 형성할 경우, 타깃 광고나 커머스 사업을 붙였을 때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또 메타버스 전략에서도 커뮤니티는 핵심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있다. 채팅 위주인 커뮤니티를 가상의 3D(3차원) 공간으로 옮길 경우, 강력한 메타버스 플랫폼이 될 수 있다.
◇ ‘커뮤니티’ 강조한 네이버 최수연
17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내년도 신사업으로 ‘커뮤니티’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취임 이후 관심사 기반의 차세대 커뮤니티를 강조해왔다. 최 대표는 지난 7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네이버가 앞으로 더 큰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중심에는 커뮤니티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지난 9월 스포츠 중계를 보면서 자유롭게 채팅을 나눌 수 있는 ‘오픈톡’과 ‘이슈톡’을 출시했다. 오픈톡은 출시 한 달 만에 개설된 오픈톡 채팅방이 2000개에 달하며, 사용자의 40% 이상이 30세 이하로 나타났다. 네이버는 지난 8일 카타르 월드컵 중계권을 서비스하면서 특집 페이지를 통해 오픈톡을 제공하기로 했다. 생중계 영상을 같이 보면서 의견이나 사진을 올리고 투표를 할 수도 있다.
이슈톡은 스포츠와 관련된 이슈와 관련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채팅방이다. 기사나 영상, 경기 데이터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관련 주제에 대해 토론을 벌이는 식이다. 현재 이슈톡에는 ‘월드컵! H조의 조별리그 결과는?’, ‘기대되는 월드컵 중계 라인업’, ‘KLPGA 응원 선수는?’ 등의 주제가 올라와 있다.
네이버는 오픈채팅을 스포츠 외에도 드라마, 증권, 이슈 키워드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광고, 커머스 등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을 꾀하고 있다. 네이버가 지난달 2조3000억원에 인수한 미국 패션 중고거래 사이트 ‘포쉬마크’도 커뮤니티 전략의 하나다.
포쉬마크는 800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중고 패션 커뮤니티다. 이용자의 80%가 MZ세대로 구성돼 있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최 대표는 “포쉬마크 인수를 통해 커뮤니티 커머스를 내딛었 듯 국내에서도 커뮤니티 서비스 변화에 대해 심도 있는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 카카오, 오픈링크로 타깃 광고·메타버스 선점
최근 수익성 악화로 위기를 겪고 있는 카카오도 카카오톡을 비지인 커뮤니티로 확산시키기 위한 체질 개선을 추진 중이다. 카카오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1503억원으로 전년 대비 11%나 감소했다. 카카오의 정체된 실적은 경기침체로 인한 광고·커머스 수요 둔화가 원인이다.
카카오는 오픈채팅을 ‘오픈링크’라는 별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국내에 출시해 기반을 다지고 해외 진출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멜론, 카카오페이지, 카카오맵, 카카오웹툰 등 카카오의 다양한 콘텐츠로 오픈링크와 시너지를 넓혀 기존 메신저 플랫폼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아가 메타버스 플랫폼까지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카카오 유니버스’ 전략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웹툰을 좋아하는 사용자가 오픈링크에서 다른 이용자와 콘텐츠와 관련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고, 메타버스 플랫폼 컬러버스에 접속해 웹툰을 감상할 수도 있다.
카카오는 지난 9월 일부 오픈채팅방에 광고를 시범 적용하기도 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오픈채팅 일간활성화이용자수(DAU)는 900만명에 달한다.
네이버와 카카오 전략의 공통점은 모두 비슷한 관심사를 기반으로 이용자들을 자연스럽게 끌어모으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신규 이용자의 유입이 늘어나고, 특히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다. 그간 검색을 위해 네이버나 카카오를 사용하는 이용자가 많지만, 대부분 잠깐의 검색 활동 이후 사이트에 남아있지 않는다. 검색어가 커뮤니티로 이어질 경우, 인터넷 이용자들이 네이버나 카카오 안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사람이 모이고 잔류한다는 것은 광고 수익 확대와 관련이 있다. 또 관심사를 가진 사람이 모인 만큼 타깃형 광고의 효과가 상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드라마와 관련된 커뮤니티에서 주인공의 옷에 대한 정보를 소개하면서 판매 사이트를 소개한다면 실제 구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앞서 카카오는 오픈채팅에 관심사 기반 맞춤형 광고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밴드나 카카오톡의 경우 지인 간의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네이버나 카카오가 광고를 넣기 쉽지 않은 구조였고, 이용자들도 광고 노출에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라며 “비지인이나 관심사형 커뮤니티가 광범위하게 확대되면 정밀한 광고 노출이 가능해지는데, 접근 방식이나 광고를 어떻게 노출할지가 관건이 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