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스1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전자기업의 재고 자산이 올해 3분기 87조원까지 치솟았다. 경기침체로 인한 산업수요 둔화가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재고자산까지 밀어 올린 것이다. 동시에 원재룟값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16일 각 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기준 재고자산은 57조3198억원에 달한다. 이는 상반기 52조922억원과 비교해 10% 늘어난 것이다. 반도체를 맡고 있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의 재고자산은 사업 중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DS부문은 재고 26조3652억원을 보유, 상반기에 비해 22.6% 늘었다. 다만 가전 등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은 재고가 소폭 줄었다. 3분기에 보유하고 있는 재고는 27조974억원 분량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재고자산은 상반기보다 12.3% 증가한 2조7739억원으로 나타났다.

재고 수준이 높아지면서 재고자산회전율도 줄었다. 재고회전율는 수치가 낮을수록 재고에서 매출로 바뀌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재고자산회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5회였는데, 올해 3분기에는 3.8회로 줄었다. 회사의 총자산 대비 재고자산 비중도 지난해 말 9.7%에서 올해 3분기 12.2%로 상승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재고자산이 14조6650억원에 이른다. 상반기 11조8787억원과 비교해 23.5% 증가했다. 총자산 대비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 9.3%에서 3분기 13.4%로 늘었다.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회전율은 3.2회에서 2.4회로 감소했다.

LG전자는 3분기 재고자산이 11조2071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대비 15.7% 늘어난 수치다. 사업부별로는 TV 사업을 하는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가 2조1803억원으로, 상반기에 비해 24.6% 증가했다. VS(비히클컴포넌트솔루션)사업본부의 재고자산은 1조6980억원으로, 12.7% 늘었다.

LG디스플레이 3분기 재고자산은 4조5173억원이다. 상반기 갖고 있던 3조3503억원과 비교해 35%(1조1669억원) 증가했다. 역시 경기 불황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TV와 정보기술(IT) 기기에 들어가는 필수 부품인 디스플레이 수요도 올해 둔화세를 보이는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공장 가동률을 조정하며 늘어나는 재고에 대응하고 있다.

자동차 내부에 LG전자의 플라스틱 올레드(P-OLED) 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적용돼 있는 모습.(LG전자 제공) /연합뉴스

원재룟값 상승도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모바일 칩과 카메라 모듈 가격이 전년 대비 각각 80%, 10% 증가했다. 다만 TV와 모니터용 패널 가격은 49% 떨어진 것으로 조사돼 부담이 낮아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기판(FPCA) 가격이 37%쯤 올랐고, 강화유리용 윈도 가격이 10% 높아졌다고 밝혔다.

LG전자는 가전 주요 원재료인 강철과 구리 평균 가격이 지난해 대비 각각 21.3%, 42.3% 비싸졌다고 밝혔다.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은 22.8% 하락한 반면,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용 패널 가격은 오히려 23.8% 상승했다. 카메라모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이미지센서 가격 역시 29.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재료인 이미지 센서의 평균 가격은 29.5% 올랐다. SK하이닉스 역시 원재료 매입비가 올해 3분기 10조9934억원을 기록, 전년 3분기 6조8358억원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업계는 경기 침체가 심화하는 가운데 축적되는 재고와 오르는 원재룟값이 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가 장기간 유지되면 현금 흐름이 정체되고 신제품 판매 계획에도 영향을 준다”며 “이에 따라 실적 개선에 있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전의 경우엔 소비자가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원자잿값이 오르더라도 완제품 판매가에 이를 쉽게 반영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라며 “이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업체 간 경쟁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