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운영체제(OS)인 'iOS16' 속 '애플페이 시작하기'. /아이폰 캡처

애플이 빠르면 이달 말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 시범서비스를 국내에 선보인다. 하지만 흥행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페이가 도입되면 아이폰 사용자를 중심으로 편리성이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삼성전자 갤럭시 사용자들이 아이폰으로 넘어가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애플페이로 결제가 가능한 매장과 가맹점, 카드사가 적고 장기적으로 삼성전자도 삼성페이 결제방식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가맹점 적어 활용도 낮을 듯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현대카드와 애플페이 독점 계약을 맺고 이달 말부터 일부 가맹점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애플페이가 올해 안에 도입되더라도 당장은 사용처가 한정적일 전망이다. 현대카드가 독점 계약한 기간 동안은 소비자들이 애플페이를 이용하려면 현대카드를 새로 발급받아야 하는 데다가, 사용처도 현대카드 가맹점 위주로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결제 단말기가 한정적인 것도 문제다. 애플페이를 이용하려면 가맹점에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290만개 가운데 NFC 기반 단말기를 보유한 곳은 10%가량에 그친다. 국내에선 대부분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단말기를 이용하고 있다.

다만 단말기 보급 문제는 빠르게 해결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비접촉 결제가 확산되면서 사업자들이 구형 단말기를 복합 단말기로 바꾸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이 복합 단말기가 NFC 결제까지 지원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NHN페이코의 결제 단말기는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가 추진했던 ‘신용카드 영세가맹점 지원사업’의 지원 단말기 중 하나로 선정돼 영세 사업자들에게 보급됐는데, 이 단말기는 NFC와 MST 방식을 모두 지원한다.

그런데 단말기 문제가 해결된다면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호재’가 될 수 있어 애플이 마냥 안심할 수 없다. 현재 삼성페이는 국내에서 MST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보안 측면에서 MST가 NFC보다 취약하다는 게 단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삼성페이도 국내 NFC 단말기 보급 문제 때문에 MST 방식을 우선 사용했던 것뿐, 해외에서는 이미 NFC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갤럭시워치도 현재는 삼성페이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NFC 기능 자체는 탑재돼 있다. NFC 단말기가 국내에서 빠르게 늘어난다면 삼성도 결제 방식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삼성 페이 서비스 시연 장면

◇ “갤럭시·아이폰 지지층 확고해…쉽게 안 바꿀 것”

그동안 삼성페이가 있으면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어서 갤럭시폰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애플이 애플페이를 도입하면 아이폰 선호도가 높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갤럭시 사용층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애플이 한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한국 매장 수도 급격하게 늘리는 상황에서 애플페이까지 도입하면 아이폰 점유율이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애플의 한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보면 16.6%에서 17.9%, 그다음 해에는 24.4%로 급격하게 늘었다. 상반기까지 집계를 보면 25.7%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삼성페이에 익숙해진 소비층이 쉽게 스마트폰 기종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 아이폰 모두 소비층이 굳건한 상황이다”라며 “아이폰 사용자에게만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같은 다른 간편결제 수단도 보편화됐고 많은 사람이 여기 익숙해진 상황이어서 애플페이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느낌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애플페이에 맞서 삼성페이도 기능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동통신 3사와 협력해서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삼성페이에 등록할 수 있게 했다. 신분증 기능까지 탑재한 것이다. 이에 앞서 모바일 탑승권과 모바일 학생증 기능도 추가했다. 삼성페이는 해외시장 공략도 가속화하는 중이다. 연말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 13개 국가에 삼성 월렛 서비스를 추가로 내놓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