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신사옥 1784 /네이버 제공

네이버가 글로벌 시장 진출의 무기로 ‘맞춤형 클라우드 패키지’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그간 네이버는 포털 등 국내 서비스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왔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글로벌 진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를 ‘네이버클라우드’로 합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서비스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고, 몸집을 키울수록 해외 진출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클라우드 패키지는 ▲클라우드 ▲5G 특화망 솔루션 ▲인공지능·로봇 ▲사내독립기업(CIC)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가 가지고 있는 음악, 영화, 웹툰 등 콘텐츠도 패키지에 포함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 사옥을 구축하고 싶은 소비자가 네이버에 요청할 경우, 투자 규모나 요구 사항 등을 고려해 마치 쇼핑을 하듯 서비스만 골라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네이버 역시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까지 모든 분야의 상품을 묶는 패키지 영업을 할 수 있는 식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 /네이버 제공

◇ 네이버, CIC發 조직개편 임박…클라우드 역량 집중

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오는 7일 온라인 전체 회의 ‘컴패니언 데이’를 열고 CIC 소속 클로바를 포함한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 조직과 사업을 자회사인 네이버클라우드로 통합하는 미래 비전을 공유한다. 발표자로는 최수연 대표가 직접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별도의 법인으로 있는 웍스모바일 사업도 이관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네이버의 연결 사업 구조는 크게 ▲서치플랫폼 ▲커머스 ▲핀테크 ▲콘텐츠 ▲클라우드 등 5가지로 나뉜다. 클라우드에는 네이버클라우드플랫폼(NCP)과 웍스모바일, 클로바CIC의 각종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매출이 포함되어 있다.

CIC 기술 활용 개념도 /네이버 제공

네이버 패키지 전략의 핵심은 기반기술인 클라우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2009년 물적분할을 통해 만들어졌다. 네이버클라우드는 클라우드서비스프로바이더(CSP)로서 서버에서 스토리지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형 인프라(IaaS)부터 네이버웍스(업무용 협업 툴 서비스)와 같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사업까지 펼치고 있다.

다만,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외산 기업이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한정된 시장 환경에서 네이버가 점유율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사실상 클라우드 경쟁력만 가지고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어렵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네이버가 선택한 차별화가 패키지인 셈이다.

네이버 그룹이 지분을 100% 보유와 웍스모바일은 업무용 협업 도구 ‘라인웍스(국내 네이버웍스)’의 글로벌 서비스 제공업체다. 지난 6월 말 기준 라인웍스를 도입한 기업은 전 세계 40만개 이상, 이용자수는 440만명 이상이다. 특히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라인’은 일본 내에서 국민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시장조사 전문업체 후지 키메라 종합연구소가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라인웍스는 일본 비즈니스 채팅 시장에서 매출 점유율 33.6%, 수량(ID) 점유율 43.1%로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네이버 클로바CIC는 인공지능(AI) 개발을 담당한다. 지난해 5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초거대AI인 하이퍼클로바를 선보였고 자체 네이버 서비스에 다양하게 AI 서비스를 접목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 밖에도 CIC에는 ▲브라우저 웨일 ▲번역 서비스 파파고 등 다양한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구글원을 결제하면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의 모습 /구글 캡처

이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해외 기업의 경우, 클라우드와 SaaS 구독형 모델로 사업을 전환하고 있다. 구글은 구글원으로 브랜드를 통합해, 구글원 용량을 결제하면 지메일, 구글독스, 구글포토 등 여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MS도 라이선스 기반이었던 윈도는 물론, 원드라이브라는 이름으로 오피스를 제공하는 등 구독형 모델로 사업을 전환했다. 클라우드 본연의 경쟁력은 기본이며, 소비자가 얼마나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 1784는 테스트베드…쓸 게 많을수록 좋은 패키지 전략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구축한 신사옥 1784가 패키지 전략의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네이버 1784는 5세대 이동통신(5G) 특화망이 깔린 로봇 친화형 최첨단 건물로, 인공지능(AI(=)·클라우드·5G·디지털트윈·로보틱스·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이 융합된 스마트 빌딩이다. 강상철 네이버랩스 책임리더는 “1784는 큰 테스트베드라 생각하면 된다”며 “우리가 만든 미래 기술을 실증해서 글로벌 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1784에는 네이버의 핵심 기술인 클라우드 기반 로봇 제어 솔루션 ‘아크’를 도입했다. 현재 아크가 제어하는 로봇 80여대가 운영 중이다. 또 1784에서는 자율주행로봇 ‘루키’, 얼굴인식을 통한 시설 이용이 가능한 ‘클로바 페이스사인’, 자동 회의록 작성 및 공유 ‘클로바노트’, ‘네이버웍스 앱’을 통한 온도, 조명, 환기 조절, 식음료 주문 등 다양한 서비스, ‘각 세종’에서는 서버 관리자를 돕는 로봇 및 자율주행 셔틀버스 등 새로운 실험이 진행 중이다.

1784 사옥을 누비는 5G 브레인리스 로봇. /네이버클라우드 제공

네이버는 지난해 4.7㎓와 28㎓를 사용하는 이음 특화망 1호 사업자로 선정된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28㎓를 활용해 건축, 하드웨어, 소프트웨어까지 묶어 스마트 빌딩을 구축한 사례는 없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해외 매체에서도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다”며 1784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1784에 대한 국내외 기업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네이버 임원과 네이버클라우드·네이버랩스 실무진은 지난 4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출장길에 동행했다. 5000억달러(약 700조원) 투자 규모의 스마트시티 ‘네옴시티’ 조성사업을 앞두고 사우디 측에 네이버 패키지를 홍보했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7월 1784를 찾아, 최수연 네이버 대표를 만났다. 최 회장은 이날 방문에서 네이버 신사옥을 꼼꼼히 살펴보며 관심을 보였다. 사실상 1784가 클라우드 패키지 전략의 모델하우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IT기업의 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전 세계적으로 기업이 구독 서비스로 사업방향을 전환하고 있는데, 구독했을 때 얼마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수 있다”라며 “네이버는 포털, 콘텐츠, 클라우드, 인공지능 서비스 등 IT 전반에 걸쳐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1784를 통해 5G 특화망까지 구축한 성과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 “이러한 경쟁력을 묶어서 글로벌에 도전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