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통신사 직원이 5G 기지국 장비를 점검하는 모습. /조선DB

정부가 내년 이동통신 3사를 대상으로 3.7~4㎓ 대역의 300㎒ 폭에 대한 주파수 할당을 추진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3년 예산안에 300㎒ 폭 주파수를 이동통신 3사에 할당하면서 7022억원을 할당 대가 수입으로 잡은 것이 확인됐다. 이 금액은 주파수 할당 대가를 총 2조8088억원으로 추계한 뒤, 첫해 선납금(25%)을 계산한 숫자다.

4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2023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예산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산업정책국은 3.7~4㎓ 대역의 신규 주파수 할당과 관련해 7022억원을 할당 세입으로 추계해 기획재정부에 보고했다. 주파수 할당 대가는 정부가 기간통신사업자에 특정 주파수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면서 일종의 사용료를 받는 것을 말한다.

그간 과기정통부의 비공개 5세대 이동통신(5G) 연구반에서는 3.7∼4.0㎓ 대역 300㎒ 폭을 5G 통신용으로 할당하는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파수 할당 연구반의 논의 내용이나 참여 전문가에 관한 정보 등은 모두 대외비다. 아직 할당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은 3.7~4㎓ 주파수 할당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나 할당대가 수입 예상치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지난 9월 300㎒ 폭의 주파수를 할당했을 때 대가를 어느 정도로 생각하는지를 전문가들에게 물었다”며 “총 2조8088억원의 선납금 25%인 7022억원을 내년 수입 전망치로 추계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주파수 할당의 흥행여부는 알 수 없어 할당 대가가 전망치보다 더 많이 들어올지, 적게 들어올지는 가야 봐 알 것 같다”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현재 이동통신 3사는 2018년 5G용 주파수를 할당받아 SK텔레콤이 3.6∼3.7㎓, KT가 3.5∼3.6㎓, LG유플러스가 3.4∼3.5㎓ 대역을 각각 쓰고 있다. 정부는 주파수를 잘게 나누어 여러 번 할당하는 것보다는 100㎒ 단위로 할당해 5G를 안정적으로 서비스하겠다는 것이다. 주파수가 늘면 통신 3사는 기지국을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설비 투자가 필요하고 전체적인 통신 네트워크 산업이 활성화되는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품질 좋은 5G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주파수 대역’은 전파를 이용해 서비스에 할당된 주파수 범위를 말한다. 쉽게 말해 주파수는 통신 정보를 주고받는 ‘고속도로’이며 주파수 대역은 ‘고속도로의 차선’을 의미한다. 통신 3사가 각각 100㎒ 폭을 추가로 할당받는다면 데이터 차선이 지금보다 2배 늘어나는 셈이다.

과기정통부가 신규 주파수 할당 세입을 예산안에 반영한 만큼, 취소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보통 예산안은 다음 해 수입과 지출을 고려해, 가용할 수 있는 돈을 고려해 예산을 책정한다. 따라서 수입 추계는 적절한 예산 규모, 재정건전성 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예산안에 주파수 할당 대가에 따른 수입을 세입으로 잡아뒀다는 것은 과기정통부가 300㎒ 할당을 추진하겠다는 의미 같다”며 “경매 등 할당 방식에 따라 금액이 달라질 수 있는데, 최종 할당 대가 액수에 대한 수정은 있을 수 있지만, 7022억원을 아예 삭제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할당을 결정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300㎒ 주파수 할당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5G 주파수 연구반은 이동통신 3사로부터 SK텔레콤 5G 주파수 추가할당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수요 조사를 했다. SK텔레콤은 3.7㎓ 대역 20㎒를 요구했다. 특히 통신 3사는 일부 폭만 필요할 뿐 300㎒ 폭의 수요는 없다는 취지로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300㎒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통신사마다 장비를 다시 교체하는 등 신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라며 “정부가 주파수 할당을 한다고 해도 신규 투자에 대한 여력이 부족해 어느 정도 흥행이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 시내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의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