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수령을 기다리는 네이버 루키. /네이버

‘이음 5G’로 불리는 5G 특화망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5G 특화망은 통신사가 아닌 기업이 건물이나 공장 등에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직접 주파수를 할당받고 기지국을 구축해 현장에 활용하는 것이다. 5G 특화망 시장은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며 지난 1년간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2026년까지 65억달러(9조25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이음 5G 활용한 네이버 자율주행 로봇 ‘루키’

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네이버클라우드, LG CNS, SK네트웍스서비스, 네이블커뮤니케이션즈, CJ올리브네트웍스, 케이티엠오에스북부(KTMOS북부), 세종텔레콤, 위즈코어 등 8개 사업자가 이음 5G와 관련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돼 있다. 특히 지난달 28일 사업자로 지정된 지능형 공장 전문 중소벤처기업 위즈코어는 네이블커뮤니케이션즈에 이어 두 번째로 중소벤처기업이 주파수를 할당받은 사례로 꼽힌다. 중소기업도 이음 5G 사업자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지난달 28일에는 해군과 한국전력, KT에 이어 한국수자원공사도 주파수 지정을 받았다. 앞서 8개 기업이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하고 주파수 할당을 받은 것은 기업·방문객 등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면, 해군·한전·KT·한수원 등이 주파수 지정을 받은 것은 무선망 활용을 통해 자기 업무·연구개발(R&D) 등의 추진을 위해서다.

국내에서 이음 5G는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네이버 본사에서는 자율주행 로봇 ‘루키’ 100여대가 커피, 도시락, 우편물 등의 배달을 하고 있다. 로봇의 이동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전용 엘리베이터까지 설치됐다. 특히 각 장치의 학습된 지능이 저장 또는 공유되는 클라우드나 가상 서버에 연결하는 게 이음 5G 네트워크다. 로봇의 눈과 두뇌 기능을 모두 클라우드에 올리기 때문에 로봇의 기능을 개선하거나 다양한 역할을 맡길 수 있다.

LG CNS, SK네트웍스서비스 등은 이음 5G를 인공지능(AI), 로봇, 자율주행 등 최신 기술과 결합해 사옥과 공장 등에 적용하고 있으며, 네이블커뮤니케이션즈는 이대목동병원에서 증강현실(AR) 기반 의료 가이드 및 비대면 협진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음 5G의 장점은 네트워크 구성의 유연성을 높여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공용 5G 네트워크의 경우 사용자들이 주로 비디오 스트리밍, 웹 서핑 등의 작업을 한다는 것을 가정해두고 데이터 다운로드에 초점을 맞춰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통신사들은 공용 네트워크 용량의 대부분을 ‘다운링크’에 지정한다.

그러나 네이버처럼 이음 5G를 활용하는 경우 로봇이 대량의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지속적으로 전송해야 하기 때문에 빠른 업로드가 더 중요한데, 이때 ‘업링크’ 용량을 더 늘려서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울러 공용 5G 네트워크와 비교했을 때 이음 5G의 경우 보안이 향상됐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 25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모바일브로드밴드 포럼에서 화웨이가 태국 방콕 시리라즈 병원에 구축한 화웨이의 5G 특화망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변지희 기자

◇ 화웨이, 中 이외 지역서 5G 특화망 사업 ‘109건’ 수주

해외에서도 5G 특화망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5G 특화망을 ‘5G투비(toB)’로 부르고 있다. 5G투비는 제조업, 에너지, 스마트시티, 운송, 헬스케어,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입이 늘고 있는데, 화웨이는 2021년 말 기준 중국 통신사 및 파트너들과 3000개 이상의 상용 5G투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아시아와 중동 등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도 5G 특화망 사례를 늘려가고 있다. 예컨대 태국 방콕 시리라즈 병원에서는 스마트 헬스케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실내에서 5G 서비스를 제공하는 화웨이의 ‘램프사이트’ 솔루션을 구축해 모바일 카트, 모바일 로봇, 모니터링 시스템 등 다양한 의료기기들이 무선으로 연결되도록 한 것이다. 파타야의 5G 스마트시티, 쿠웨이트의 석유·가스전 등에서도 5G 특화망을 활용하고 있다. 화웨이 관계자는 “올해 5월까지 중국 밖에서만 109개의 5G투비 프로젝트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도 2020년 독일 진델핑겐에 있는 ‘팩토리(Factory) 56′ 공장에서 에릭슨과 협력해 5G 특화망을 구축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도 지난 7월 유럽 최대 5G 특화망 구축을 목표로 일본 통신 회사인 NTT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4세대 이동통신(4G) 및 5세대 이동통신(5G)을 포함하는 특화망 시장은 2026년까지 65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1년 17억달러와 비교해 4배 늘어난 규모다. 특히 오는 2024년에는 5G가 4G를 제치고 지배적인 특화망 기술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옴디아는 전했다. 옴디아는 제조, 에너지, 운송 및 물류가 민간 5G 채택을 주도하는 가장 큰 영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