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젠 OS가 탑재된 템포의 TV. /삼성전자 제공

치열하게 전개되는 TV 판매 경쟁이 운영체제(OS) 점유율 싸움으로 확전했다. 시장 수요 둔화로 TV 출하량은 내림세에 접어들었으나, 스마트 TV 비중이 늘면서 OS 성장세가 두드러진 덕분이다. TV가 방송뿐 아니라 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이를 제어하는 OS 중요도도 높아지는 중이다.

18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스마트 TV OS 시장 점유율은 구글 안드로이드가 43%로 1위다. 2위는 삼성전자 타이젠 OS가 20.9%, 3위는 LG전자 웹OS가 12.8%를 기록했다. 세 가지 OS는 최근 2년간 매 분기 점유율 변화가 최대 4%포인트에 달할 정도로 각축을 벌이고 있다. 특히 안드로이드는 지난해 2분기에 비해 점유율이 7%포인트 뛰며 영향력을 크게 과시하고 있다.

전체 TV에서 스마트 TV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OS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스마트 TV는 TV를 마치 스마트폰처럼 인터넷이나 각종 애플리케이션(앱)을 쓸 수 있게 해주는데, 이를 원활하게 쓰려면 OS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갤럭시가 안드로이드OS를, 애플 아이폰이 iOS를 장착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전 세계 6억6500만 가구가 스마트 TV를 소유하고 있고, 2026년이면 전 세계 51%에 해당하는 11억 가구가 스마트 TV를 가질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TV 출하량이 전년 대비 6.6% 준 것(옴디아 집계)을 고려하면 TV 판매는 감소하지만, 스마트 TV는 시장이 커진다는 결론이다.

TV 제조사들은 OS는 물론이고,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영역 확대를 꾀한다. 특히 전 세계 TV 판매 1, 2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OS 영역에서도 다른 제조사와의 협업 사례를 늘리는 중이다. 지난해 콘퍼런스에서 리눅스 기반 타이젠 OS TV의 인증(라이센스) 프로그램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호주 가전업체 템포와 타이젠을 적용한 신제품을 출시했다. 또 튀르키예 아트마치와 중국 HKC도 타이젠 OS가 장착된 새 TV를 판매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들 타이젠 OS가 채용된 TV에 영상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삼성TV 플러스, 건강 콘텐츠로 구성된 삼성헬스 등 여러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 스마트 TV 등 타이젠 OS를 사용한 TV는 전 세계 약 200개국, 2억대에 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OS 기능이 확대되면 이용 편의성도 커져 소비자의 만족도도 끌어올릴 수 있다"며 "TV의 성능에서 얻은 만족감을 OS를 통해 더욱 증폭할 수 있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지난 6일 외부 업체에 공급 중인 스마트 TV 플랫폼을 대폭 업그레이드한 webOS Hub를 새롭게 출시했다고 밝혔다(LG전자 제공). /연합뉴스

LG전자 역시 리눅스 기반의 웹OS의 콘텐츠, 서비스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지난 6일 웹OS의 기능을 한층 올린 웹OS 허브를 출시했다. 게임이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콘텐츠를 확장하고, 맞춤형 홈화면 기능을 추가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전용으로 화질 및 음향처리 기술을 설정하는 기능을 탑재했다. 기존에 지원하는 OTT인 넷플릭스,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디즈니+(플러스)에 추가로 파라마운트+와 푸보 TV 등을 추가했다.

현재 LG 웹OS를 채용한 TV 제조사는 중국 콘가, 일본 세이키, 현대(OEM) 등으로 올해에만 200여개 업체로 증가했다. LG전자는 글로벌 콘텐츠 제공업체 약 1000곳과 협업하기도 했다. 그간 하드웨어로만 접근했던 TV의 확장성을 콘텐츠와 서비스 분야까지 넓히겠다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하드웨어 화질 경쟁을 넘어 주도적으로 콘텐츠를 찾아보는 소비자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 OS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OS 경쟁에서 업계는 삼성이 조금 더 유리할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부터 가전까지 다양한 사용환경 생태계를 가지고 있으나, LG전자는 가전 생태계를 구성했을 뿐 모바일 기기는 철수해 한 축이 무너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갤럭시를 매개로 하는 기기 통합 앱인 '스마트싱스'로 가전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했다. LG전자 역시 LG 씽큐라는 모바일 앱을 지원하고 있지만, 전용 단말기가 없다는 점이 약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말기를 가진 삼성전자가 단말기가 없는 LG전자에 비해 조금 더 원활한 생태계 구성이 쉽다는 이야기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