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판교캠퍼스에서 불이나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뉴스1

지난 15일 발생한 SK C&C 판교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화재로 발생한 이른바 ‘카카오 먹통 대란’의 책임소재를 둘러싼 카카오와 SK C&C 간 피해보상 관련 책임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 국민 이용 서비스임에도 정상화까지 수 시간이 걸린 카카오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그러나 화재를 발생시켜 입주사에 피해를 준 SK C&C에 1차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17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15일 카카오가 데이터센터 위탁 운영을 맡긴 판교 SK C&C 데이터센터에서 불이 나면서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카카오톡을 포함한 검색, 뉴스, 쇼핑, 카페, 블로그, 게임, 스마트스토어, 대중교통 등 주요 서비스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SK C&C가 이날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해 전기 공급을 끊으면서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으며, 이후 서비스 정상화 등 사태 처리에 카카오가 미흡한 조치를 보이면서 이용자 불편은 장기화됐다. 카카오톡 사진 전송 등 주요 기능은 화재 이튿날인 16일 밤에야 일부 정상화됐다. 이는 카카오톡이 서비스된 지 12년 만에 발생한 최장기간, 최대 규모 서비스 장애다.

카카오는 오류 사태가 지속되자 16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화재 원인을 밝히고 이용자와 협력사에 대한 피해 보상 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우선 유료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보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멜론, 카카오웹툰 등이 먼저 사용기간 3일 연장 등 보상 방안을 발표했으며, 카카오모빌리티 측도 먹통 기간 동안 부당한 요금이 청구됐던 킥보드 이용자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무료 서비스인 카카오톡 역시 톡서랍과 이모티콘 구독 등 유료 서비스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피해 보상 범위와 규모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 일부 지역에만 피해가 국한됐던 2018년 KT 아현국사 화재 사태 당시 KT는 소상공인에 1인당 40만원~120만원의 보상금을 제공하고, 일반 통신 고객은 1~6개월 치 요금을 감면하면서 수백억원을 보상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이를 뛰어넘는 금액을 이용자에 보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증권가는 카카오가 화재로 150억원에서 220억원에 달하는 일매출 피해를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카카오가 이용자에 막대한 피해 보상을 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카카오와 SK C&C 중 어느 사업자가 먹통 사태를 일으킨 책임이 더 큰지 책임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서비스 이중화와 분산처리를 하지 않고 주요 기능 정상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에 대한 책임은 카카오 측에 있으나, 데이터센터 관리를 부실하게 한 SK C&C에 화재의 직접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 C&C 판교캠퍼스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과 경찰 관계자들이 1차 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업계는 카카오가 이용자에 자체적으로 피해를 보상한 뒤 SK C&C에 구상권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2014년 삼성SDS 과천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입주사였던 삼성 계열사는 전산 서비스 피해를 봤다. 삼성카드는 전산장비 손실과 업무중단 피해에 대한 보상에 대해 삼성SDS에 구상권을 청구했다. 당시 청구 금액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K C&C 역시 쉽사리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책임공방 사태는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SK C&C는 지난 15일 입장문을 통해 “일부 서비스 백업 미비로 장애가 지속된 부분은 서비스 제공사에서 설명드릴 부분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화재로 인해 발생한 백업 미비 등 피해 사항에 대한 책임을 SK C&C가 쉽게 인정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SK C&C에 화재에 대한 책임을 넘겨도 SK C&C 역시 화재로 인해 발생한 모든 피해가 자사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SK C&C의 관리 부실로 화재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나 이로 인한 오류를 빠르게 해결하지 못한 것은 카카오 측의 책임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각 사업자가 발생시킨 피해의 범주를 명확하게 나누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IDC 계약 당시 아마 서비스 업체, 즉 카카오가 화재로 인해 오류가 발생한 이후 해야 하는 서비스 정상화와 백업 등의 역할은 직접 대응하는 것으로 협의했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그러나 화재 시 전원을 내리는 결정은 카카오가 아닌 SK C&C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이 부분에 대해선 SK C&C가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아마 카카오가 약자인 소상공인 등에 대해 먼저 보상을 진행하고 SK C&C에 구상권을 청구할 것이다”라며 “이때 SK C&C엔 설비에 불이 났을 때 위기 대응 매뉴얼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이는 만족할만한 수준이었을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