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치(화면 상단 테두리)를 빼고 알약 형태의 펀치홀(카메라 구멍) 디자인을 적용한 아이폰14 프로. 펀치홀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UX 설계를 통해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다이내믹 아일랜드 기능을 완성했다. /애플 홈페이지 캡처

지난 7일 국내에 출시한 애플 아이폰14 시리즈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이른바 ‘급나누기’ 전략으로 A16 칩셋, 4800만 화소 카메라 등 신기술을 대거 프로 시리즈에만 적용하면서 ‘프로’ 모델의 수요가 폭발한 것이다. 이미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제품을 곧바로 받을 수 없고, 주문 후 최소 2주에서 4주까지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이폰14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12일부터 3박 4일간 애플 아이폰14 프로 제품을 사용해봤다. 아이폰14를 처음 만져보니 메탈 테두리의 단단한 만듦새가 느껴졌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아이폰13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닮아 있었다. 디스플레이도 6.1인치를 사용해 전작과 동일하다. 디자인 측면으로는 차별화를 느끼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온 디자인)도 여전히 그대로였다.

아이폰14 프로 /박성우 기자

◇ ‘애플의 센스’ 다이나믹 아일랜드·강력한 카메라

화면 정면을 살펴보면 아이폰14만의 특징을 볼 수 있다. 전작인 아이폰13까지 있던 노치(화면 상단 테투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2017년 애플은 아이폰X에서 페이스ID를 적용하기 위해 디스플레이 상단에 카메라와 각종 센서들을 배치할 수 있도록 노치 디자인을 채택했다. 노치는 디스플레이의 일부가 파여 있어, 대화면을 보는 데 있어 거슬리는 느낌이 있었다.

아이폰14 시리즈에서는 프로에 노치 디자인을 대신해 알약 모양의 펀치홀(카메라 구멍)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애플은 이를 ‘다이내믹 아일랜드’라고 명명했다. 펀치홀 부분에 디스플레이가 표시되지 않는 단점은 그대로지만, 노치에 비해 크기가 작아졌다. 특히 애플은 자신의 강점인 사용자경험(UX) 설계를 통해, 단점을 UX 디자인으로 승화시켰다.

애플 아이폰14 후면 모습 /박성우 기자

다이내믹 아일랜드는 펀치홀 노치를 활용해 노치를 화면의 한 부분처럼 정보를 담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전화가 걸려 올 때나 무음 모드, 타이머, 에어드롭(애플 기기 간 데이터 전송 서비스) 알림까지 다양한 정보들이 펀치홀 좌우에 제공된다. 에어팟을 사용하는 상태에서 노치를 누르면 에어팟 모양의 그래픽이 돌면서 남아있는 배터리 용량을 보여준다.

애플의 UX 센스에 박수를 치고 싶을 만큼 놀라웠다. 하지만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 폴드3부터 화면에 카메라가 보이지 않는 언더디스플레이카메라(UDC) 기술을 도입했다. 다른 안드로이드 진영인 중국 샤오미, 오포, ZTE 등도 이 기술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아이폰14의 또 다른 강점은 카메라였다. 아이폰14 프로 후면에는 4800만 화소 카메라가 탑재됐다. 전작인 아이폰13이 1200만 화소 카메라를 사용했던 것을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인물 모드를 비롯해 시네마틱 모드는 아이폰을 전문가용 카메라로 만들어주기 충분했다. 특히 빛이 부족한 저조도 환경에서 아이폰의 카메라 성능은 압도적이었다.

야간모드 촬영 비교. 갤럭시S22 플러스(왼쪽), 아이폰14 프로. 아이폰14 프로의 사진이 야간에도 밝고 어두운 부분이 더 선명하게 촬영됐다. /박성우 기자

다만, 4800만 화소 카메라로 놀라기에는 아쉽다는 느낌이 든다. 삼성전자 갤럭시S22 울트라에는 이미 1억800만 화소 카메라가 탑재됐다, 갤럭시S23 울트라에는 2억 화소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또 하나 변화는 올웨이즈 온 디스플레이(AOD)다. 정말 아름답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운영체제(OS)개발과 하드웨어를 같이 개발하는 애플만이 할 수 있는 디자인이었다. 화면이 켜진 상태에도 날짜와 시간을 표시해줬다. AOD도 신기술은 아니다. 이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16년부터 제품에 적용해왔다. 다만, 이들 제품은 배터리 사용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흑백으로 정보를 표시했다면, 아이폰14는 저전력의 AOD에서도 정보를 컬러로 제공해 아름다웠다.

아이폰 AOD 기능 /박성우 기자

◇ 이유 있는 프로 쏠림…혁신·가격은 아쉬워

아이폰14의 총평은 아름답고 애플만의 센스를 느낄 수 있는 제품이었다. 물론 아이폰14가 아닌, 프로 제품을 기준으로 하는 말이다. 구형 칩셋을 사용하고, 카메라도 1200만 화소를 그대로 탑재한 아이폰14에서는 이러한 센스를 느낄 수 없다. 아이폰14의 경우 노치 디자인도 그대로 사용됐다. 시장에서 프로 모델의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애플이 아이폰14 프로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은 인정할 부분이다. 다만, 이미 대부분의 신기능이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이 도입했던 기술이라 혁신과 새로움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이미 애플 iOS, 앱스토어, 사각형 폼팩터(기기형태)의 아이폰은 식상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안드로이드 진영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러한 식상을 깨는 제품이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4와 플립4다.

갤럭시Z 폴드4 /삼성전자 제공

화면을 접고 펼 수 있는 폴더블은 스마트폰에서 태블릿의 대화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신세계를 열었다. 아직은 무겁고 폴드에 최적화된 애플리케이션(앱)이 적지만 충분히 ‘새롭다’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아이폰14의 또 다른 단점은 가격이다.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상품성을 가졌지만, 비싸진 가격은 부담스럽다. 애플의 미국 현지 출고가는 전작과 동일하게 책정됐으나, 환율 영향으로 국내 아이폰14 시리즈의 가격은 ▲아이폰14 125만원부터 ▲아이폰14플러스 135만원부터 ▲아이폰14프로 155만원부터 ▲아이폰14프로맥스 175만원부터다. 전작인 아이폰13 시리즈 대비 16만~26만원(128GB 기준) 정도 인상됐다.

아직 애플이 폴더블에 대한 구체적인 출시에 대해 발표한 적은 없다. 하지만 아이폰 폼팩터의 변화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아이폰13 시리즈를 사용하는 소비자라면 아이폰14로 바꿀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변화를 느끼고 싶다면 프로 제품군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