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LG전자 금성오락실 입구. /김민국 기자

지난 13일 오후 5시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근처 한 건물. 과거 브라운관 TV의 화면조정색으로 입구를 꾸민 공간 앞에 수십명의 사람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곳에 들어가려 기다리는 듯한 남녀 한 쌍은 한 직원에게 “여기는 뭐 하는 곳이냐?”라고 묻곤, 통창 뒤로 보이는 TV를 보고 “신제품 홍보하느냐?”라고 또 물었다. “여기는 어떻게, 왜 왔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들은 “재미있어 보여서 줄부터 섰다”라고 답했다.

‘금성오락실’이라고 붙어있는 간판은 어딘지 요즘 시대와는 맞지 않는 듯했다. 마치 1980년대, 서울 강남의 어디쯤을 연상케 했다. TV로만 보던 옛날 스타일이 눈앞에 있었다. 요새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 출생)에게 인기가 있다는 이른바 ‘뉴트로’ 스타일이다.

입구에서 입장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직원 안내에 따라 스마트폰으로 웹페이지에 접속해 신상정보를 기재한 뒤, 입장권 역할을 하는 스티커를 받았다. 마스크에 이 스티커를 붙여야만 오락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따라 들어가 봤더니 ‘뿅뿅’ 전자음이 귀를 때리고, 화려한 화면이 눈을 어지럽게 했다. 그러면서도 옛날 그 오락실에 와있는 것 같은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체험기기 위주의 요즘 오락실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였다.

이곳은 LG전자의 신제품 체험행사장이다. 최근 고객경험을 중시하는 LG전자가 미래 소비자인 MZ세대를 겨냥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군을 활용, 오락실을 연 것이다. 게임은 TV 화질이나 성능을 구현하는 데 있어 최적의 콘텐츠라고 한다. 그래서 종종 TV 제조사들은 제품 우수성을 보여주기 위해 게임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런 체험 공간을 만들었는데, 아무래도 나이가 많은 사람보다는 게임에 익숙한 MZ세대를 초대하는 것이 미래 경험에 있어 더 낫다는 판단이 있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LG전자 금성오락실에서 방문객들이 고전 게임을 하고 있다. /김민국 기자

그러면서도 LG전자는 추억의 오락실을 콘셉트로, 뉴트로 감성을 접목했다. 오락실 이름도 LG전자의 옛 이름인 금성사에서 따왔다. 지난해 10월 서울 성수동 첫 오락실을 열었을 때는 코로나19 유행이 엄숙한 상황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도 화제가 됐다. 지난 5월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근처 금성오락실 2호점에는 하루 평균 500명 이상이 찾았다고 한다. 색다른 방식으로 콘텐츠를 즐기고 싶어하는 서울과 부산의 MZ세대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은 것이다. 테트리스, 스트리트파이터 등 추억의 게임도 만나볼 수 있었다.

분위기와 즐길 거리는 모두 ‘옛것’이지만, 콘텐츠를 담은 건 최신 기술이 담긴 깨끗하고 선명한 OLED TV다. 뉴트로라는 말이 복고풍(레트로)과 새로움(뉴)이라는 말의 만남이라는 걸 고려하면 테트리스는 복고풍이요, OLED TV는 새로움이었다. 이곳을 방문한 김모(여·30)씨는 “최신 제품으로 게임을 즐기니 화질이나 색감 측면에서 확실히 다르다”며 “어린 시절 오락실에서 했던 게임을 최신 TV의 고화질로 즐겨 새롭다”라고 했다.

서울 강남구 LG전자 금성오락실에서 83인치 OLED TV로 실행해 본 '스파이더맨' 콘솔 게임. /김민국 기자

옛날 게임도 있지만, 최신 게임도 금성오락실에서 해볼 수 있었다. 42인치 OLED TV 6대를 한 줄로 늘어놓은 구역에서는 크레이지아케이드, 카트라이더 등을 즐기기 위한 관람객이 모여있었다. 또 북채를 들고 북을 두드리는 리듬액션게임 ‘태고의 달인’ 코너에는 65인치 TV가 크게 있었고, 최신 콘솔 게임은 83인치 TV가 짝을 이뤘다. 게임 속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가 웹스윙(거미줄을 이용해 활공하는 스파이더맨의 기술)을 하면 화면 밖으로 나오는 것 같았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LG전자 금성오락실 플렉스 아케이드 존에서 방문객들이 게임을 하고 있다. /김민국 기자

오락실은 1층과 2층으로 구성돼 있다. 1층은 일반 평면 TV로 오락실을 꾸몄다면, 2층에는 LG전자의 야심작인 ‘플렉스’ 존이다. ‘유연함’을 뜻하는 플렉스는 최근 LG전자가 소개한 OLED TV의 이름이기도 하다. 42인치 올레드(OLED) 플렉스는 게임이나 콘텐츠 종류에 따라 화면을 구부렸다 펴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최대 900R(반지름 900㎜의 원이 휘어진 정도)까지 20단계로 구부러지는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또 화면을 위아래로 15° 높이거나 낮출 수 있고, 높낮이도 14㎝ 내외에서 조절할 수 있다.

이미 플렉스 존에 사람이 많이 모여있었다. 직원이 리모컨으로 TV 화면 곡률을 조절하자 게임을 즐기던 사람이 “와”하고 탄성을 냈다. 이 방문객은 “지금까지 이런 경험은 전혀 해보지 못했다”라고 놀라워했다.

서울 강남구 LG전자 금성오락실에 있는 올레드 플렉스의 곡률이 조정 돼 있는 상태. /김민국 기자

레이싱 게임을 즐기던 방문객은 최대한 올레드 플렉스의 화면을 구부려 넓은 시야에서 상대 차를 추월했다. 이모(29)씨는 “화면 구부린 정도를 조정하는 TV는 처음 봤는데, 일반 화면으로 레이싱 게임을 할 때보다 훨씬 더 게임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이런 최신 가전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더욱 늘어났으면 한다”고 했다.

금성오락실에는 게임만 있었던 건 아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도 올레드 플렉스를 통해 볼 수 있다. 푹신한 의자에 누운 남녀 한 쌍은 올레드 플렉스로 요즘 유행하는 예능프로그램인 ‘환승연애’를 보고 있었다. 옆에는 편의점 이마트24가 있었는데, 특별히 ‘금성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특별 매장인 만큼 금성오락실에서만 먹을 수 있는 빵과 도시락을 팔기도 했다. ‘금빛금성’이라고 이름 붙은 버터장조림 삼각김밥을 하나 구입해 입에 넣었다. 출출하던 차에 요기가 됐다.

서울 강남구 LG전자 금성오락실에 위치한 '이마트24 금성점'. /김민국 기자

LG전자는 앞으로도 다양하고 색다른 콘텐츠를 원하는 MZ세대를 겨냥한 공간을 많이 마련하겠다고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금성오락실에는 MZ세대의 부모님 세대가 경험했던 게임부터 자신들이 어릴 때 했던 게임 그리고 출시한지 얼마 되지 않은 최신 콘솔 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게임을 모두 즐길 수 있다”며 “시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MZ세대 방문객이 LG OLED TV의 품질을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