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두선 시나몬 대표. /시나몬 제공
“중학생부터 할머니·할아버지까지 누구나 스토리만 있으면 클릭 몇 번으로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바야흐로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 시대다. 스마트폰 카메라와 유튜브의 발전으로 누구나 별다른 특수 기기나 사전지식 없이 하루아침에 수억명의 팬을 거느린 슈퍼스타가 된다. 5분 내외의 짧은 노래·댄스 영상이나 개그 만담 정도는 누구나 ‘0원’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

이와 비교해서 영화나 드라마 등 장르는 아직 1인 크리에이터의 영역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물론 웹드라마 등이 인기를 끌며 대규모 영화사나 주요 방송사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콘텐츠를 내놓는 소규모 유튜브 스튜디오가 계속 탄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비교적 여러 등장인물과 다양한 배경을 요구하는 이런 영상은 개인이 혼자 도전하기엔 많은 초기 비용을 요구하는 장르로 여겨진다.

시나몬은 스토리만 있다면 1인 크리에이터 누구나 이러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있는 회사다. 시나몬은 2018년 콘텐츠업체 봉봉과 네이버웹툰 합작법인으로 탄생한 회사로, ‘언리얼엔진5′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3차원(3D) 영상을 1인 제작할 수 있는 유저 창작 콘텐츠(UGC) 플랫폼 ‘시네브이(CINE V)’를 개발 중이다. 시네브이는 2023년 초 공식 출시될 예정이나, 1인 크리에이터 시장의 성장세를 높게 평가한 네이버제트, 크래프톤, 스노우로부터 지난 9월 140억원 투자 유치를 미리 받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홍두선 시나몬 대표를 지난 9월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게임회사에서 고객지원, 기획, 품질보증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후 2009년 게임업체 ‘블루윈드’를 창업했던 홍 대표는 2017년부터 시나몬의 전신인 봉봉에서 게임 사업을 지휘했다. 이후 자회사였던 시나몬이 모회사 봉봉을 합병하면서 시나몬 대표가 됐다.

ㅡ영상 1인 제작 플랫폼을 만들게 된 계기는.

“여러 게임을 개발하면서 느낀 점은 시대가 글에서 영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었다. 사람은 같은 내용이더라도 소설은 읽기 어려워하고 모바일 텍스트 채팅은 쉬워했다. 게임을 만들면서 다양한 스토리를 모바일상에서 구현했는데, 항상 그래픽이 단순한 2차원(2D)에 머무르는 점이 아쉬웠다. 3D 그래픽으로 더 다양한 세상을 구현하고 싶었고 이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창작 욕구는 게임을 만드는 나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내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은 누구나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이를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어 한다. 그래서 누구나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고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자신의 상상력을 텍스트에 펼치며 웹소설을 쓰고, 웹툰 ‘베스트도전’에 만화를 올린다. 다만 영화나 드라마는 간단히 얼굴만 나오면 되는 유튜브 영상이나 펜 하나로 끝나는 소설, 만화와 다르다. 배우나 세트장이 필요하고 돈도 많이 든다. 이러한 영역에서 1인 크리에이터가 비교적 덜 보이는 이유는 방법이 더 어려워서였다. 이를 극복하게 해주는 툴을 만들고 싶었다.”

ㅡ모델로 하는 비슷한 1인 크리에이터 플랫폼이 있을까.

“그래픽 툴 소프트웨어 ‘캔바(Canva)’의 영상 버전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사람들은 스스로 간단한 발표 자료나 전단, 이력서, 소셜미디어(SNS) 포스팅 등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러나 디자인 관련 전문 지식이 없어서, 혹은 값비싼 소프트웨어 툴이 없어서 좌절한다. 캔바는 따로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몇 번의 드래그 앤드 드롭 방식으로 얼마든지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 수 있게 한다. 디자이너처럼 ‘포토샵’이나 ‘인디자인’ 프로그램을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성능 좋은 컴퓨터가 없어도 누구나 직관적인 조작법으로 간단한 디자인을 할 수 있게 한다. 캔바도 이처럼 고급 영상편집 프로그램이나 지식이 없어도 스토리만 있으면 클릭 몇 번으로 자신만의 드라마나 영화를 사람들이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선보이고자 한다.”

시네브이로 만들 수 있는 영상의 모습. /시나몬 제공

ㅡ시네브이를 통해 어떻게 영상을 만들 수 있을까.

“AI가 수백편의 영화에서 따온 영화 ‘씬(scene)’을 기반으로 이용자가 원하는 스토리의 영상을 ‘커스터마이즈(개인화)’해 제공할 예정이다. 자신이 원하는 스토리에 걸맞은 3D 영상 템플릿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로맨스 영화를 만든다고 가정하자. ‘바다에서 손잡고 걸어가는 두 사람’이라는 스토리를 플랫폼에 입력하면 수십 가지 ‘바다’ 배경의 템플릿, ‘손잡고 걸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 템플릿이 제공돼 나타날 것이다.

단순히 여러 영화를 베끼는 게 아니다. 수백편의 영화 씬을 AI가 학습해 다양한 좌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카메라를 줌인하는 모션은 어떠한지를 따와서 공통점을 추론한 후, 가장 활용하기 좋은 템플릿을 만드는 것이다. 결국 아무리 많은 영화가 있어도 몇 가지 정형화된 장면을 만드는 일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영화를 AI가 학습하는 것도 중요하고, 이를 기반으로 AI가 이용자에게 그들이 원하는 가장 최적화된 장면을 추천하는 능력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

ㅡ결국 여러 영화 영상을 이용한다는 것인데, 저작권 위반 문제는 없을까.

“카메라로 찍은 영화 장면을 그대로 베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영화 장면을 AI가 학습하고 이를 참고해 회사가 수동으로 새롭게 만들어서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특정 영화 장면과 완벽하게 동일한 장면은 없다. 결국 모든 장면은 AI가 학습한 후 회사 차원에서 저작권에 위배되지 않게 끊임없이 수동으로 변주를 줄 예정이다. 정리하자면, 기존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뿐이지, 이용자가 사용하는 영상 템플릿은 모두 우리가 새롭게 재창조하는 것이다.”

ㅡ수익은 어떻게 얻을 예정인가.

“아직 제품을 개발 중인 단계라 정해지지 않았으나, 창작자에겐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무료로 제공하고 고급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선 추가 과금을 해야 하는 수익 구조를 생각하고 있다. 소비자는 웹툰을 보는 것은 기본적으로 무료지만, 다음 화를 미리 볼 때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웹툰 ‘쿠키’처럼, 일부 콘텐츠는 무료지만 추가로 이를 즐기려면 돈을 지불해야 한다.”

ㅡ주된 소비자는 누구일까

“자신만의 영상을 만들고 싶은 일반인뿐 아니라 기업도 주요 클라이언트가 될 예정이다. 많은 기업이 자신의 회사를 홍보할 수 있는 다양한 영상을 만들고 있다. 모든 기업이 지금 자신만의 캐릭터나 가상인간 등 인플루언서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지 않나. 세계관을 확장해 회사만의 지식재산권(IP)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인력으로는 영상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어 보통 컴퓨터그래픽(CG)업체에 외주를 주고 있으나 수천만원에 달하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모된다. 그래서 이러한 업체들이 빠르게 기계처럼 많은 영상을 쉽게 뽑아내기 위해 시나몬에 찾아오고 있다.”

ㅡ앞으로의 목표는

“아무런 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직원도 돈도 없는 작은 회사도 자신만의 영상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꿈꾼다. 유튜브 세상 다음엔 야심 차게 시네브이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