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욱 네이버제트 대표가 지난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를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에 일반증인으로 출석해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방송 캡처

김대욱 네이버제트 대표가 지난 5일 자사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내 게임물은 “매출이 아닌 체험과 경험, 교육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에 따른 등급분류를 받을 필요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기존 게임업체도 현재 체험 및 교육이 목적인 게임을 제작, 판매하는 만큼 궤변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를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에 일반증인으로 출석해 ‘왜 제페토 내 게임물은 게임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가’라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질문에 “(제페토 내 게임 콘텐츠에) 게임적인 요소가 포함돼 있는 건 분명하지만, 제작된 목적에 있어서는 타 게임사가 제작한 게임과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일반적으로 게임이라고 하면 이용자를 대상으로 매출을 발생시키기 위해서 기획을 하고 마케팅 활동을 한다”며 “반면 제페토의 콘텐츠는 매출을 목적으로 한다기 보다 체험이나 경험,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덧붙였다. 류 의원은 이에 “비영리 목적이어도 게임은 게임이고, 교육용 게임도 게임이다”라며 “콘텐츠가 게임인지 여부는 해당 콘텐츠가 매출을 발생시키는지 아닌지와는 상관이 없다”고 맞받아쳤다.

류 의원은 이어 “메타버스라고 거창하게 이름이 붙었지만 기능들을 뜯어보면 현재 제페토는 소셜엔터테인먼트와 관련한 융복합 콘텐츠인 것 같다”며 “요즘엔 이런 융복합 콘텐츠가 아닌 게 없는데 제페토만 왜 (게임법 적용 대상에서) 예외여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페토가 현재 저작권, 디지털성범죄 관련 법 적용 대상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날 김 대표에 따르면, 현재 제페토 내 게임 요소가 포함돼 있는 콘텐츠는 40여개 정도다. 류 의원은 이에 대해서도 “전체 콘텐츠가 4만개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0.1%밖에 안 되는 비율인데, 이게 게임법 적용을 받는다고 해서 제페토 성장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여지지는 않는다”며 “관계부처에서는 메타버스 내 다양한 콘텐츠와 게임물 간 구분이 모호해서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지금 40개라는 수치가 나오는 걸 보면 구분을 못하는 것 같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류 의원은 또 “제페토에 접속해보면 이용자도 이들 콘텐츠를 게임이라고 부르고 있고, 콘텐츠 분류도 게임이라고 돼 있다”며 “네이버제트는 현재 14개의 게임 개발사와 협업, 투자를 진행하면서도 ‘메타버스 콘텐츠는 게임업체들이 확장하기 좋은 영역이다’라고 밝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정황을 보면 네이버제트는 앞으로 게임 개발사들과 개발한 게임들을 제페토 내에서 많이 서비스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어진 ‘자체 등급분류사업자가 되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류 의원의 질문에 “정부의 의견을 충실히 따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류 의원은 “현재 국내 자체 등급분류사업자로는 구글, 애플, 삼성전자, 소니, 카카오게임즈 등이 있다”며 “네이버제트도 자체 등급분류사업자가 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류 의원은 “제페토 이용자의 70%는 청소년이다”라며 “게임법은 규제인 동시에 이용자를 보호해주는 안전망 역할을 한다. 메타버스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류 의원의 증인 신청에 따라 이날 국감에 출석했다. 류 의원은 메타버스 플랫폼이 서비스 중인 게임물에 게임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22일 대정부질문에서도 제페토 내 게임과 한 게임사의 게임을 영상으로 비교하며 “둘 다 같은 게임이지만 메타버스 내 게임물은 게임법 적용을 받지 않고, 일반 게임물은 게임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 틈을 노려 음란성·폭력성이 포함된 게임물이 메타버스 내에 생기더라도 법적 조치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 게임법은 모든 게임에 대해 문체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등급분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등급분류를 받지 못한 게임은 국내에서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네이버제트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네이버제트

메타버스는 현재 게임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게임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게임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게임물관리위는 지난 7월 네이버제트 측에 제페토에 대한 등급분류 심의를 안내하기도 했다.

문체부 역시 메타버스에 게임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문체부는 지난달 6일 국무조정실 주재로 열린 관계부처 회의에서 메타버스 내 게임이 게임법 적용에서 제외되면 ▲특혜 논란과 타법과의 형평성 ▲불법게임물 규제 한계 ▲사행화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메타버스에 불법게임물이 발견되면 사후 모니터링을 할 수 없는 데다, 고스톱·포커류(고포류) 및 음란성, 폭력성 게임도 규제할 방안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암호화폐나 메타버스에 대한 관리 체계가 없는 상황에서 게임법 적용마저 배제될 경우 이용자의 재산 피해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부재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시각은 정반대다. 과기정통부는 메타버스와 같은 신사업에 기존 게임 규제를 적용하면 산업 발전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과기정통부는 문체부와 참석한 같은 회의에서 게임 규제를 “세계 유일의 강력한 사전 규제이자 덩어리 규제”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정부는 일단 메타버스와 게임을 분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국무조정실은 지난달 14일 데이터정책 컨트롤타워인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를 출범하면서 ‘확장가상세계(메타버스) 신 규제체계 마련'을 포함한 총 13개의 규제 개선과제를 공개했다. 데이터정책위는 게임물과 메타버스를 구분하기 위한 지침을 연내 수립할 방침이다. 또 용어정의, 자율규제 등을 포함한 메타버스 특별법(과기정통부)과 메타버스 콘텐츠 진흥법안(문체부) 제정을 지원하고 ‘2030 부산 엑스포’ 등 국제행사 유치를 위한 메타버스의 경우 게임물이 포함돼도 등급분류를 받지 않도록 지정하기로 했다.

지난해 2분기 실적발표 당시까지만 해도 “하반기 중 제페토에서도 ‘제페토 스튜디오’를 통해 게임 제작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던 네이버는 최근 게임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이후 “제페토 공식 맵에 게임 요소가 있긴 하지만 게임 기능, 게임 카테고리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