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20일 자사 한국 블로그를 통해 국회에 발의된 '망 사용료 법'에 대한 반대 서명 운동 참여를 촉구했다. /유튜브 한국 블로그 캡처

유튜브가 국회에 발의된 ‘망 사용료 법’에 대한 반대 서명 운동 참여를 촉구했다. 망 사용료(망 이용대가)가 유튜브 등 콘텐츠 업체(CP)에 ‘통행료’로 작용해 결국 유튜버들에게도 불이익을 주게 될 거라고 유튜브는 주장했다. 특히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한국 내 사업 방식 변경을 고민할 수 있다”며 사실상의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현재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를 놓고 소송전을 벌이는 넷플릭스에 이어 유튜브까지 전면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국내 통신사들의 트랙픽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콘텐츠가 유튜브인 만큼 KT와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공동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유튜브는 지난 20일 자사 한국 블로그를 통해 망 사용료 법에 대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유튜브 측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K-콘텐츠 산업과 바람직한 망 이용 정책 방향 토론회’ 내용을 공유하며, 유튜브 크리에이터(유튜버)들에게 해당 법안에 대한 반대 서명 운동에 참여해줄 것을 호소했다.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 명의로 올라온 해당 게시글은 “인터넷과 유튜브에 기반하여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는 창작 커뮤니티는 만약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이들이 지난 몇 년간 구축해 온 비즈니스가 망가지거나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며 “망 이용료는 콘텐츠 플랫폼과 국내 창작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면서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만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플랫폼 기업들에 소위 ‘통행료’를 내게 하는 것은 자동차 제조사들로 하여금 한국의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유지하는 건설 업체에 돈을 내도록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강조했다.

아난드 부사장은 “이러한 추가 비용은 결과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 그리고 그러한 기업들과 생계를 같이 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에게 불이익을 주게 될 것이다”라며 “이 법안으로 법 개정이 이뤄지는 경우 유튜브는 한국에서의 사업 운영 방식을 변경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사실상 법안 제정이 강행될 경우 한국 크리에이터들에게 좋지 않은 방식으로 사업 제한을 취할 수 있음을 간접 경고한 셈이다. 또 유튜브는 사단법인 오픈넷의 망 사용료 법 반대 서명 운동에 함께 해줄 것을 촉구했다. 오픈넷은 국내에서 망 사용료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유튜브는 “이미 창작 업계에 계신 많은 분이 사단법인 오픈넷 코리아의 청원서에 서명했다”라며 “망 이용료 관련 법안에 대해 우려하고 계신 분들은 서명을 통해 함께 목소리를 내주시길 바란다”라고 요청했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망 사용료 법 공청회가 진행됐다.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사전 의견 청취 절차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 8일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넷플릭스 무임승차방지법’을 포함해 망 사용료 관련 법안 7건이 발의돼 있다.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국내 통신사업자(ISP)와 망 사용료 계약을 의무적으로 체결하게 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왼쪽), 구현모 KT 대표(가운데),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오른쪽)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유튜브의 공개 반대로 그간 상황을 지켜보던 KT와 LG유플러스도 전면전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기준으로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27.1%를 구글이, 7.2%를 넷플릭스가 차지했다. 사실상 두 기업의 트래픽이 34%를 넘어서는 것이다. 트래픽 1위인 구글이 나서면서 나머지 통신사들도 가만히 지켜보기 어려워진 상황인 것이다.

그간 망 사용료 이슈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소송을 벌이며 두 회사 간의 갈등 양상이었다. 넷플릭스는 항소심(2심)에서 SK브로드밴드가 콘텐츠 전송 의무를 전가하고 있으며, 자사의 데이터 임시 서버와 회선으로 구성된 솔루션인 오픈커넥트(OCA)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사실상 넷플릭스의 논리는 유튜브의 주장과 같다.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가 망 구축과 유지에 비용을 내는 만큼 이 망을 사용하고 있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도 이용 대가를 내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유튜브가 반대 서명을 촉구하는 성명을 낸 것은 이번 망 사용료 법과 관련해, 전면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며 “망 사용료 이슈는 그간 SK브로드밴드가 앞장서고 KT와 LG유플러스가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응원하는 모양새였는데, 유튜브의 참여로 KT와 LG유플러스까지 대립이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