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계가 요금 할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연간 이용권을 구입하면 2~3개월 치 요금을 깎아주고, 광고를 시청하면 할인해 주는 식이다. 사용자 수 증가세가 꺾이고 업체 간 경쟁까지 심화되면서 OTT 업계의 생존게임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는 오는 20일까지 서비스 이용료를 75% 할인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월 9900원의 이용권을 2500원에 낮춰 판매하는 것이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달 8일부터 이용권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행사 후 애플리케이션(앱) 신규 설치 건수는 평균 2~4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 11월 국내 시장에 첫발을 들였지만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사실상 가입자 수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상태다.
국내 OTT인 티빙과 웨이브는 연간 이용권을 할인해 판매하는 방법으로 일정 기간 소비자 이탈을 막는 락인(lock-in·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소비자를 묶어두는 것) 효과를 강화하고 있다. 웨이브는 10개월 치 요금을 내면 연간 이용권을 구입할 수 있는 할인 판매를 진행 중이다. 10만9000원만 내면 월 이용료 1만900원의 스탠드 서비스를 1년간 이용할 수 있다. 할인율은 16%다. 티빙은 연간 이용권 할인율이 25%로 웨이브보다 조금 더 높다. 동일한 금액의 스탠다드 서비스 연간 이용권을 구입하면 3개월 치를 공짜로 볼 수 있다.
OTT 업계 1위 넷플릭스는 오는 11월 광고를 보면 요금을 깎아주는 저가 요금제를 선보이기로 했다. 넷플릭스는 내년 3분기까지 전 세계 4000만명이 저가 요금제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전체 구독자 수 2억2000만명의 18%에 해당하는 숫자다.
OTT 업체들이 요금 할인에 중간 광고까지 도입하는 이유는 경기 침체로 OTT 인기가 한 풀 꺾였기 때문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은 OTT 이용을 자제하는 상황이 됐다. 여기에 코로나19 유행이 사실상 마무리되고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OTT 사용 시간도 더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여기에 특화 서비스를 앞세운 OTT 업체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디즈니플러스의 등장에 올해 상반기 넷플릭스의 전 세계 가입자 수가 120만명 감소한 것과 시즌이 티빙에 인수된 것도 업체 간 치열한 경쟁과 연관이 있다. 자금난에 빠진 왓챠가 매각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OTT 업계의 어려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금을 통한 새로운 콘텐츠를 꾸준히 내놔야 하는데, 투자 시장과 기업공개(IPO) 분위기가 꺾였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4일 “전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소비자들이 OTT에 지갑 열기를 꺼리고 있다”라며 “코로나19 대유행이 사실상 막을 내리면서 OTT 수요는 당분간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결국 업체 간 경쟁이 ‘치킨게임’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투자하면 할수록 적자 규모가 커져 어려움을 겪거나 적자를 피하기 위해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으면 사업을 완전히 접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금 할인 경쟁은 소비자 이탈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라며 “이런 경쟁도 오래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OTT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티빙 등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웹을 통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기기에 상관없이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OTT는 Over-The-Top의 약자다. 여기서 Top은 방송을 수신하는 셋톱박스를 지칭한다. 온라인 연결을 통해 셋톱박스를 넘어서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