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픽셀1 스마트폰 /구글 캡처

고물가에 지난 2016년 출시된 구글의 픽셀1 스마트폰이 다시 주목받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구글의 실수’로 불리는 픽셀1은 출시 당시, 흥행 효과를 위해 “구글포토, 원본 사진 평생 무료 업로드”를 홍보했다. 출시 6년이 지났지만, 구글 포토를 사용하기 위해 픽셀1 스마트폰이 13만~20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구글 포토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과 동영상을 자동으로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간편하게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사진첩 서비스다. 인공지능(AI)이 사진 속 인물을 인식해, 인물별로 사진을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18일 중고나라와 당근마켓 등 중고 거래 플랫폼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최근 픽셀1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고나라와 당근마켓에서는 “구글 포토 서버용 픽셀1 팝니다”라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매물이 올라오는 즉시, 빠르게 판매되고 있다. 상태가 좋은 픽셀1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인기에 미국 아마존에서는 픽셀1 스마트폰 새 제품이 700달러(97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중고나라에 올라온 픽셀1 스마트폰 판매글 /중고나라 캡처

◇ 구글 포토, 원본 업로드 무료 사용 가능

픽셀1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최근 고물가 상황과 관련이 깊다. 금리 인상까지 이어지면서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 침체는 디지털 분야에서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의식주 등을 제외하고 디지털 산업의 경우, 필수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구입을 미루거나 구독 등의 서비스를 줄이는 것이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의 역성장이 예고되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구글 포토 /구글 캡처

전 세계 이용자만 10억명이 넘는 ‘구글 포토’ 서비스도 소비자 입장에서 매달 2400원씩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기본 15GB(기가바이트)를 제공하는데, 용량이 부족해 100GB를 이용하려면 용량을 월 2400원에 구입해야 한다. 특히 지난해 구글이 기존 무료로 제공하던 ‘고화질(압축한 저용량 파일)’ 업로드를 유료로 전환하면서 픽셀1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픽셀1은 구글이 픽셀 브랜드로 만든 첫 번째 스마트폰이다. 픽셀1 스마트폰이나 연동된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은 구글 포토에 업로드 할 경우, 원본 사진을 100% 평생 무료로 업로드 할 수 있다. 특히 픽셀1이 구형 스마트폰이기 때문에 최신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카메라에서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픽셀1으로 옮기거나 연동된 클라우드에 올릴 경우, 픽셀1을 마치 사진 서버처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중고시장에서는 픽셀1이 고장 났을 경우, 수리할 수 있는 부품까지 판매되고 있다.

픽셀1의 독특한 기능 때문에 고물가 시대에 무료로 구글 포토를 사용하기 위한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픽셀1으로 구글 포토 공짜로 사용하는 법”, “배터리 나간 픽셀1 부활시키기”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픽셀1을 활용해 사진과 영상을 구글 포토에 무제한으로 올리는 방법 등이 소개되고 있다.

유투브에 소개된 픽셀1 사진 업로드 활용법 /유투브 캡처

◇ 픽셀1 구입 vs 구글 유료 결제…사진·영상 마니아는 픽셀1

다만, 픽셀1 스마트폰을 구입할지 구글 포토 용량을 유료로 결제하는 게 유리한지는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구글 포토 용량을 100GB로 늘리기 위해서는 월 2400원, 연간으로 결제할 경우 할인 받아 2만4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최근 디지털 카메라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촬영하면 사진 1장당 용량은 5~8MB(메가바이트) 안팎이다. 구글이 15GB를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에 최소 2000장의 원본 사진은 무료로 저장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이 될 경우, 용량을 유료로 결제해야 한다.

구글 용량 유료 결제 페이지 /구글 캡처

예를 들어, 픽셀1을 13만원에 구입했다면, 100GB 용량을 약 5년간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이다. 하지만 100GB 용량은 구글 포토를 비롯해 지메일과 구글 드라이브 등 구글의 각종 서비스와 함께 사용해야 하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온전히 사진만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장기간 사진을 많이 촬영하고 큰 사이즈의 인쇄까지 가능한 사진 원본의 저장이 필요한 소비자는 픽셀1 구입이 유리할 수 있다. 다만, 스마트폰 사이즈 정도에서 사진을 보는 소비자라면 픽셀1보다 구글 용량을 늘리는 게 좋다.

◇ 해외에서도 반응 뜨거워…당황한 구글, 혜택 점차 축소

픽셀1의 인기가 오랜 기간 지속되자, 구글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IT 전문매체 씨넷(CNET)은 구글 포토 무료 업로드를 언급하며 ‘구글 픽셀 폰이 이렇게 좋은지 몰랐다’는 제목의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다.

픽셀1의 인기는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상황도 마찬가지다. 미국 이베이 등 중고 플랫폼에서는 구글 포토 백업용이라는 제목으로 픽셀1이 100달러 이상에 판매되고 있다. 특히 아마존에서는 픽셀1 새제품이 850달러에 판매되기도 했다. 일본 야후 경매에서도 중고 제품이 2만2800엔(약 22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픽셀에 대한 구글 포토 혜택의 반응이 뜨거워지자 구글은 픽셀1 이후 출시하는 제품에는 기간을 한정하는 등 혜택을 축소하고 있다.

미국 아마존(위), 일본 야후경매(아래)에서 판매되고 있는 구글 픽셀1 /아마존, 야후경매 캡처

2017년 출시한 픽셀2는 원본 화질 사진·영상을 무료로 업로드할 수 있지만, 기간을 2021년 1월 16일까지로 지정했다. 이 날짜 이전에 업로드된 원본 사진은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1월 16일 이후 사진과 영상은 압축된 고화질 버전으로 백업이 된다. 1년 뒤 출시한 픽셀3도 픽셀2와 같은 조건이지만, 기한은 2022년 1월 31일로 뒀다. 2019년 출시된 픽셀3a부터 픽셀5의 경우, 원본 사진 무료 업로드가 아예 사라졌다. 다만 고화질 압축 사진을 무제한으로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출시한지 6년이나 된 제품이 스마트폰 이외의 특별한 서버 기능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픽셀1이 유일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단말기가 오래됐고 배터리 등 제품을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을지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시간이 오랜 기간 지난 만큼 구글이 무료 정책을 번복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구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