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뉴스1

삼성전자가 15일 초저전력 반도체·제품 개발 등 혁신기술을 통해 기후 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의 ‘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다. 경영 패러다임을 친환경 경영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부터 스마트폰, TV, 가전을 직접 생산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중 하나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사용한 전력은 25.8TWh(테라와트시)로 재생에너지 수급이 쉽지 않지만, 환경 위기 해결에 기여하기 위해 탄소중립을 향한 도전에 나서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친환경 경영은 지난 1992년 ‘삼성 환경 선언’을 통해 시작됐다. 당시 삼성전자는 환경 문제는 선택적 지출이 아닌 필수 투자라는 인식을 밝히고, 각종 환경 문제를 산업 현장에서 추방하는 ‘클린 테크, 클린 라이프’ 운동에 나섰다. 이후 2005년 ‘환경 중시’를 삼성의 5대 경영 원칙 중 하나로 정했고 2009년에는 ‘녹색경영비전’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친환경 제품 확대 등을 추진했다. 이번에 발표한 신환경경영전략은 삼성 환경 선언 이후 30년 만에 나온 것이다.

삼성전자는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탄소 직접 배출을 줄이기 위해 혁신기술을 적용한 탄소 배출 저감시설에 집중 투자한다. 삼성전자가 직접 배출하는 탄소는 주로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공정가스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 사용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공정가스 처리 효율을 대폭 개선할 신기술을 개발하고 처리 시설을 라인에 확충할 계획이다. 또 LNG 보일러 사용을 줄이기 위해 폐열 활용을 확대하고 전기열원 도입 등도 검토한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미래를 위한 동행'을 주제로 CES 2022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전력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 간접배출을 줄이기 위해 글로벌 이니셔티브인 RE100에 가입했다. 동시에 2050년까지 사용 전력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5년 내에 모든 해외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추진한다. 서남아와 베트남은 2022년, 중남미 2025년, 동남아·CIS·아프리카는 2027년까지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완료한다.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한 미국, 중국, 유럽의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직접 체결하는 재생에너지공급계약(PPA)을 확대한다.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는 DX 부문은 국내외 모두 2027년까지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추진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라인을 계속 증설하고 있어 전력 사용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핵심 반도체 사업장이 자리 잡은 한국은 재생에너지 공급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아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삼성전자는 이런 어려움과 불확실성에도 탄소 감축이라는 전 지구적인 노력에 동참한다. 에너지 구매자로서의 기업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동종 업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을 강화한다.

삼성전자는 초저전력 기술 개발을 통해 제품 사용 단계에서 전력 사용을 줄인다. 원료부터 폐기까지 제품 전 생애에 걸쳐 자원순환을 극대화해 지구 환경을 살리는 데 기여한다. 제품의 사용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저감하기 위해 제품의 에너지 효율 제고에 기술적 역량을 집중한다. 삼성전자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탄소 배출 저감에 동참하는 활동이 되도록 한다.

반도체는 초저전력 기술 확보를 통해 2025년 데이터센터와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되는 메모리의 전력 소비량을 대폭 절감한다. 공정 미세화와 저전력 설계 기술 발전은 정보기술(IT) 제품과 데이터센터 등의 사용전력 절감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다. 스마트폰,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PC, 모니터 등 7대 전자제품의 대표 모델에 저전력 기술을 적용한다. 이를 통해 오는 2030년 전력 소비량을 지난 2019년 동일 성능 모델 대비 평균 30% 개선한다.

삼성전자는 고효율 부품(압축기, 열교환기, 반도체)을 적용하고 인공지능(AI) 절약 모드 도입 등 제품의 작동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절감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오는 2027년까지 모든 업무용 자동차(1500여대)를 100% 무공해차(전기·수소차)로 전환한다. 삼성전자는 향후 기타 간접배출 중장기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공급망, 자원 순환, 물류 등에서 다양한 감축 과제를 지속 발굴할 예정이다. 협력사를 대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 이행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생산하는 평택 사업장 내부에 조성한 연못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원료부터 폐기·재활용까지 전자제품의 모든 주기에 걸쳐 자원순환성을 높이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재활용 소재로 전자제품을 만들고 다 쓴 제품을 수거해 자원을 추출, 다시 이를 제품의 재료로 사용하는 자원 순환 체제를 만든다. 삼성전자는 자원순환 극대화를 위해 소재 재활용 기술과 제품 적용을 연구하는 조직인 순환경제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연구소는 재활용 소재 개발, 폐기물 자원 추출 연구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 제품의 모든 소재를 재활용 소재로 대체하는 것을 추진한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제품에 사용하는 플라스틱 부품의 50%, 205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부품에 재생 레진을 적용한다. 갤럭시Z폴드4에 적용된 폐어망 등 해양 폐기물을 재활용한 플라스틱의 적용 제품도 확대한다. 폐배터리의 경우 오는 2030년까지 삼성전자가 수거한 모든 폐배터리에서 광물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체제를 구축한다. 사업장의 자원순환성 강화를 위해 수자원 순환 활용을 높인다. 반도체 국내 사업장에서는 물 취수량 증가 제로화를 추진한다. 반도체 라인 증설로 반도체 사업장의 하루 취수 필요량은 2030년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용수 재이용을 최대한 늘려 이를 2021년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반도체 사업은 배출하는 대기와 수질의 오염물질을 최소화한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대기 및 수질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신기술을 적용해 오는 2040년부터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 자연 상태로 처리해 배출한다. 반도체 산업현장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저장하고 이를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탄소 포집·활용 기술을 개발·상용화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에 종합기술원 내 탄소포집연구소를 반도체 업계 최초로 만들었다. 대기를 오염시키는 미세먼지 저감 기술 개발에도 적극 나서 오는 2030년부터 지역사회에 이를 활용한다.

삼성전자는 공정가스 저감, 폐전자제품 수거 및 재활용, 수자원 보존, 오염물질 최소화 등 환경경영 과제에 오는 2030년까지 총 7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이는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에 필요한 비용을 제외한 수치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기후 위기 극복과 순환 경제 구축은 기업, 정부, 시민 모두의 참여가 필요한 우리 시대 최대의 도전이다”라며 “삼성전자는 혁신기술과 제품을 통해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친환경 생태계 구축을 가속화하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