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21 모습.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의 안보동맹이 강화되면서 단일 시장 최대 규모인 중국 시장 개방만 기다렸던 국내 게임 업계는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콘텐츠 금지령)이 사실상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 중 올해 중국 판호(版號·게임 허가)를 발급받은 사례는 지난 7월 카카오게임즈가 최대 주주로 있는 넵튠의 ‘이터널리턴:인피니트(이터널리턴 모바일)’가 유일하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중국 정부의 한한령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 2017년 이후 현재까지 국내 게임에 발급된 판호는 4건이다.

판호는 중국에서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 받아야 하는 일종의 서비스 인허가권을 말한다. 지난 2016년까지 수십 개의 국내 게임이 매년 판호를 받고 중국 시장에 출시됐다. 넥슨 던전앤파이터,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의 경우 중국 이용자를 사로잡으면서 연매출 1조원 이상을 중국에서만 올리기도 했다.

중국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 전경. /텐센트 제공

그러나 사드 배치 후 발효된 중국 정부의 보복이 계속되면서 국내 게임의 중국 시장 진출은 사실상 막힌 상태다. 중국 정부는 게임 내 과몰입 방지 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국내 게임의 판호를 거부하고 있지만, 업계는 사실상 국내 게임에 대한 제재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 정부가 게임 시장을 개방하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면서 올해 상반기부터 해빙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한·중 수교 30주년, 한중 문화교류의 해 등이 겹치면서 중국 정부가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이 지난 4월 텐센트를 통해 정식 출시된 것도 이런 분위기와 연관이 있다.

하지만 한국이 미국 주도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미국명 팹4)에 참여하면서 중국 정부는 불편한 심기를 다시 드러내기 시작했다. 게임 업계가 보이지 않는 한한령이 다시 시작됐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서울 중구 명동관광정보센터에 중국어 안내책자가 비치된 모습. /연합뉴스

중국 정부의 규제에 게임 시장 매출도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중국 음상디지털출판협회 게임출판업무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게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줄어든 1477억위안(약 28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게임 매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국내 업체들은 언제 다시 열릴지 모르는 중국 시장 대신 북미와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들어 국내 업체들이 콘솔 게임(TV에 연결해 쓰는 게임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도 정체된 PC·모바일 게임을 넘어 북미와 유럽에서 인기가 높은 콘솔 게임 이용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국내 게임 업체 한 임원은 “중국 시장은 규모만 놓고 보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사업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라며 “많은 업체들이 중국 대신 북미, 유럽 시장을 공략할 플랫폼 및 장르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