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쑤성 난징에 위치한 TSMC 공장 전경. /연합뉴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계 1위 대만 TSMC가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에 뺏긴 세계 최초 3㎚ 양산 타이틀을 가져오는 동시에 차세대 파운드리 기술 개발에 성공하기 위해서다. TSMC는 오는 2025년 2㎚ 공정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7일 전자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TSMC는 올해 440억달러(약 60조원)를 파운드리 설비투자(CAPEX)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80%에 해당하는 350억달러(약 48조원)를 2㎚ 공정 개발에 투입한다.

일본 반도체 전문매체 EE타임즈는 케빈 장 TSMC 기술 담당 부사장이 지난 5일 일본에서 진행된 TSMC 기술 설명회를 인용해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R&D)은 막대한 비용을 투입할 수 있는 재정적 여건을 갖고 있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라며 “TSMC의 올해 설비투자액의 최대 80%는 2㎚ 공정을 포함한 첨단 프로세스 기술에 투입될 것이다”라고 썼다.

첨단 반도체 공정에 사용하는 12인치 웨이퍼. /TSMC 제공

TSMC의 2㎚ 공정 설비투자는 올해 삼성전자가 반도체에 투자하는 120억달러(약 16조원)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TSMC는 삼성전자와 달리 파운드리 사업만 운영하는 만큼 업계는 파운드리 사업 설비투자만 놓고 보면 투자 규모는 4배 이상 차이가 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TSMC는 최첨단 미세 공정 개발을 위한 인력 충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달부터 대만 16개 대학을 대상으로 석·박사 인력을 채용하는 박람회를 진행 중이다. 올해에만 1500명의 석·박사 인력을 채용할 계획으로, TSMC는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평균 연봉도 6만5000달러(약 8900만원)로 높였다. 이는 대만 반도체 종사자 평균 연봉(지난해 말 기준)인 5만달러(약 6800만원)보다 30% 높은 수준이다.

TSMC는 삼성전자와의 미세 공정 경쟁에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양산을 시작한 3㎚ 공정은 애플을 고객사로 확보했으며, 3㎚ 공정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도 80%를 달성했다. TSMC가 공정 수율을 공개적으로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임원들이 화성캠퍼스에서 3나노 웨이퍼를 들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그럼에도 삼성전자의 거센 추격은 TSMC의 불안감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30일 삼성전자를 겨냥한 발언을 공개적으로 쏟아낸 게 대표적이다. 그는 삼성전자의 추격을 의식한 듯 “TSMC는 상품 설계 능력이 있지만, 절대 스스로 상품을 설계하지 않는다”라며 “그들(경쟁자)은 고객이 성공을 하든 말든 직접 자기네 상품을 내놓는데,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라고 했다.

삼성전자 역시 오는 2025년을 목표로 2㎚ 공정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3㎚ 공정에 GAA 기술을 적용한 만큼 2㎚ 공정에 GAA 기술을 사용하는 TSMC보다 높은 기술 수준을 보일 수 있다고 자신한다.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 기술은 전류가 흐르는 채널의 4면을 채널을 제어하는 게이트가 둘러싸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핀펫(FinFET) 구조 대비 전류 흐름을 더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전력 효율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