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왼쪽)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 /KT, 현대차 제공

KT(030200)와 현대자동차그룹이 도심항공교통(UAM)과 자율주행, 텔레매틱스(차량용 무선통신 장비) 등 모빌리티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을 합친다. 7500억원 규모 지분을 교환하고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위한 화학적 결합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이동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017670)이 아닌 KT를 선택한 것은 17년간의 사업협력의 ‘신뢰’가 기반이 됐다. 두 회사는 2005년부터 자동차에 탑재되는 텔레매틱스, 자율주행, UAM 등의 분야에서 협력해왔다.

금융과 콘텐츠, 클라우드에 이어 자동차 영역까지 디지털 플랫폼(디지코) 확장에 나선 구현모 KT 대표의 전방위적인 ‘혈맹’ 구축이 완성되고 있는 것이다. 구 대표는 지난 2020년 취임 당시 “전략적으로 수요가 맞는다면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식의 기업 제휴도 열려 있다”고 밝힌 바 있다.

KT와 현대자동차그룹은 7일 이사회를 열고 향후 협력에 대한 실행력과 연속성을 제고하기 위한 75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KT는 이날 공시를 통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 각 221만6983주(1.04%)와 138만3893주(1.46%)를 각 4456억원과 3003억원에 취득했다. 같은 날 현대차는 KT 주식 1201만1143주(4.69%)를 4456억원에, 현대모비스는 809만4466주(3.1%)를 3003억원에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KT 관계자는 “현대차 및 현대모비스와 상호 지분을 보유하면서 상호 이익을 증대시킬 수 있는 사업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며 지분 맞교환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내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의 성공적 실현 및 생태계 구축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식에서 5개 사 사장단이 협약 체결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종욱 KT 사장,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신재원 현대자동차 사장,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현대차 제공

◇ KT-현대차, 2025년 UAM 상용화…충전소·콘텐츠도 ‘협력’

그간 KT와 현대차는 미래 자율주행차와 UAM 분야에서 협력해 왔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협력은 UAM 사업이다. KT는 지난해 11월 UAM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현대차, 현대건설, 인천공항공사, 대한항공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이들 기업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 5월 국토교통부 주관 ‘K-UAM 그랜드챌린지’ 1단계 실증사업에 제안서를 제출했다. UAM은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는 개인용 비행체를 활용한 교통체계로, 국토부는 2025년까지 UAM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KT와 현대차 등 5개사는 ▲UAM 생태계 구축 및 사회적 수용성 증대 활동 협력 ▲UAM 산업 활성화를 위한 공동 노력 수행 ▲5사 UAM 사업 협력 로드맵 공동 추진 및 실증사업 협력 ▲K-UAM 로드맵 및 UAM Team Korea 활동 공동 수행 등에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사업에서 KT는 사람이 운행할 수 있는 항공기인 유인기, UAM 비행체, 저고도 무인 비행장치 등 여러 종류의 비행체를 인천공항 관제권에서 통합적으로 관제할 수 있는 관체 통신을 담당한다. KT는 5세대 이동통신(5G) 커버리지가 미치지 못하는 지역에서는 위성을 활용한 항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UAM 개발, 제조, 판매, 운영, 정비, 플랫폼 등을 아우르는 사업화 모델을 개발하고 UAM 시험비행을 지원한다. 현대건설은 UAM 수직 이착륙장인 버티포트(Vertiport)의 구조 및 제반시설 설계·시공 기술을 개발하고, 버티포트와 육상교통을 연계한 모빌리티 허브 콘셉트를 연구한다.

현대차의 UAM 콘셉트 그래픽. /현대차 제공

이와 함께, KT와 현대차그룹은 먼저 미래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해 선제적으로 협력한다. 자율주행 차량에 최적화된 6G 통신 규격을 공동 개발해 차세대 초격차 기술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양 측은 실증사업 및 선행 공동연구를 통해 대용량의 데이터를 더욱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6G 통신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사업 제휴 영역도 확장한다. 전국 각지의 KT 지사 등 유휴 공간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국내 유료 방송 가입자 1위 KT가 보유한 양질의 콘텐츠 수급, 다양한 빅데이터 분석, 차량과 모바일 데이터 연동 등을 통해, 운전자에 최적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KT 관계자는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기반의 신사업 분야에서도 기술 개발 협력을 위한 미래기술펀드 운영을 검토할 예정이다”며 “미래 사업 확장에 필수적인 보안 통신 모듈 분야 기술 협업과 KT 미래형 신사옥 등을 중심으로 자율주행 셔틀 실증 운행 사업도 진행할 방침이다”고 했다.

◇ 모젠에서 출발한 KT와 현대차 ‘인연’

KT와 현대차와의 협력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세대 이동통신(2G) 시대였던 당시, KTF(현재 KT)는 당신 현대기아차와 함께, 2005년부터 텔레매틱스 서비스 ‘모젠(MOZEN)’을 공동 개발했다. KT 망을 기반으로 정체 구간 안내 및 상담원 길 안내, 차량 분실시 위치 추적 등의 정보를 제공해주는 식이다.

현대차가 2005년 출시한 텔레매틱스 모젠의 모습 /현대차 제공

이후 2012년 KT와 현대차는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를 출시하면서 차세대 텔레매틱스 서비스 ‘블루링크’를 처음 적용했다. 블루링크는 인터넷, 블루링크 전용센터, 내비게이션을 KT 통신망으로 연결해, 차량의 현재 상황과 각종 외부 정보를 운전자 스마트폰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운전자는 차량과의 거리에 상관없이 스마트폰으로 원격 시동, 공조 제어, 도어 개폐, 주차 확인 등을 제어할 수 있다.

이번 양사의 협력 과정에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도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KT 사내이사인 윤 사장은 2019년 KT를 퇴사하고 현대차 오픈이노베이션전략사업부 부장(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현대차의 모빌리티 신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이후 지난해 KT로 복귀했다.

KT 관계자는 “양 측은 상호 중장기 관점에서 지속적인 협업뿐만 아니라, 핵심역량 교류가 요구되는 미래 신사업과 선행연구 활성화를 위해 ‘사업협력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다”며 “두 그룹 보유 역량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미래 EV 커넥티드카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걸친 고객 경험 혁신이 기대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