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11시 경기 성남 백현동 카카오게임즈 본사 앞 편도 4차선 도로에는 달리는 자동차 사이 검은 경주마 한 마리가 노란 마차를 끌고 걸어가고 있었다. 마차 앞에 앉은 기수가 가림막 안에서 말을 몰고 있었으며, 마차엔 '무책임한 공지', '계속되는 유저 기만', '우마무스메 방만 경영', '소통하라' 등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담긴 현수막이 붙었다.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이하 우마무스메)' 이용자는 카카오게임즈의 게임 운영 방식에 불만을 나타내기 위해, 이날 오전 10시 15분부터 카카오게임즈 본사와 판교테크원타워, 그레이츠판교 등 일대 1.4㎞를 약 5시간 동안 실제 말이 마차를 끌고 가며 도는 시위를 강행했다. 마차가 지나가는 길마다 50여명의 행인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앞에는 마차 시위를 보기 위해 모인 10여명의 게임 이용자가 모여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우마무스메 이용자는 "미흡하게 대처한 카카오게임즈 운영진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라며 "일본에서 나온 게임의 출시를 1년이나 기다렸던 팬의 분노가 터져 결국 판교에 말까지 끌고 나오게 됐다"라고 했다.
시위를 주도한 우마무스메 이용자 대리인 박대성씨는 오전 9시 카카오게임즈 사옥에 항의 방문해 성명문과 '불매 서약서'를 전달했다. 박씨는 "우마무스메 운영진이 게임을 수입해 출시하는 과정에서 게임 특성과 이용자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라며 "단기적으로 매출에만 집중하다 보니 운영방식이 미흡했고, 여기 항의하기 위해 이번 시위를 계획했다"라고 말했다.
우마무스메는 올해 2분기 카카오게임즈의 실적 '대박'을 견인한 게임이다. 하지만 이용자와 갈등을 빚으며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이용자는 일본과 차별을 받고 있으며 이벤트 공지 등 운영 과정에서 회사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여명의 우마무스메 이용자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954만원을 모아 마차 시위를 기획했다. 우마무스메가 '경마'를 소재로 한 게임이어서 실제 말이 마차를 끌고 가는 형태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출시된 우마무스메는 미소녀 캐릭터를 육성하는 서브컬처(하위문화) 경마 게임으로 지난 7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게임 매출 1위를 기록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일본 사이게임즈가 제작해 카카오게임즈가 국내 유통을 맡은 이 게임은 사전예약 열흘 만에 100만명이 다운로드를 하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힘입어 카카오게임즈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1.68% 늘어난 3387억원, 영업이익은 900.17% 증가한 810억원을 거둬들이기도 했다.
이렇듯 회사 실적의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던 이 게임은 최근 구글 플레이스토어 평점이 4.5점에서 1점대로 폭락했다. 일본 서비스와 달리 한국 이용자를 차별했다는 불만이 터지면서 이들이 '평점 테러'부터 시위 계획까지 집단행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내 이용자들은 계정당 한 번 결제 가능한 게임상 재화를 카카오게임즈가 일본 서버보다 더 적게 제공했으며, 한국 이용자가 제공받지 못한 재화가 현금으로 약 10만원 가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게임 캐릭터를 뽑을 수 있는 게임상 '티켓'의 유효기간이 일본서버 대비 대폭 줄어 카카오게임즈가 이용자의 과금을 유도한다고도 했다.
카카오게임즈가 주요 게임 이벤트 등 공지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점에 이용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이벤트 2~3주 전부터 활발히 이벤트를 예고하는데, 회사가 이벤트가 임박한 3일 전 공지로 이용자에 혼란을 줬다는 것이다. 특히 게임 내 핵심 이벤트인 이용자 간 경쟁 '챔피언스 미팅'에 대한 설명 및 준비기간이 부족해 게임 이용에 피해를 보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우마무스메 이용자 김모씨(25·남)는 "우마무스메에는 이용자끼리 경쟁하는 대회 '챔피언스 미팅'이 있는데 이용자는 대회에 적합한 캐릭터 3개와 그에 맞는 장비를 미리 맞춰두기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라며 "일정과 필드에 대한 정보를 한 달 전부터 미리 공지했던 일본 서버와 달리 한국 서버는 고작 3일 전에 공지를 올려 대회를 준비할 수 없었기에 이용자 불만이 폭발했다"라고 했다.
카카오게임즈는 논란이 커지자 공식 카페를 통해 지난 21일과 24일 두 차례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용자 요구대로 시스템을 조정하고, 공지 문제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분노가 가라앉지 않은 이용자들은 예정대로 이날 시위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