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 관악구 KT구로국사. 드론 세 대가 하늘에 떠오른 뒤 연이은 폭발음이 들렸다. 이날 KT구로국사에서는 적 무인기(드론)가 폭탄을 투하해 대규모 유·무선 통신망 장애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한 ‘통신서비스 긴급복구 합동모의훈련’이 진행됐다. 폭발음이 들린 후에는 경찰차, 소방차, 군 자동차와 현대자동차 전기차 아이오닉5가 잇따라 등장했다. 아이오닉5에는 세계 최초로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외부에 공급하는 V2L 기능이 탑재됐는데, 이를 활용해 KT가 ‘폴대형 이동기지국’을 만든 것이다.
차 트렁크에서 안테나 기능을 하는 폴대를 꺼내 뒷바퀴에 장착하고, 급전선을 연결하는 데에는 3분도 걸리지 않았다. 다만 KT는 “실제 상황에서 5G(5세대 이동통신), LTE(롱텀에볼루션) 서비스를 제공하기까지는 20분쯤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평소에는 아이오닉5를 KT 기지국 유지보수에 활용하지만 재난발생시에는 긴급복구용으로 활용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폴대형 이동기지국은 일반 이동기지국에 비해 소규모 영역에 대해서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설치 시간이 짧고, 공간 활용이 쉽다는 장점이 분명하다. KT 관계자는 “현재 폴대형 이동기지국 자동차 80대를 운영하고 있는데 연말까지 200대로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날 훈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통신서비스 긴급복구, 통신사 간 협업대응, 이용자 보호조치 등 위기대응 체계를 어떻게 시행할지 점검했다. 비상상황 때 통신사 구분없이 공공·상용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재난 와이파이 개방 체계, 유선 인터넷 장애시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휴대폰 테더링을 통해 긴급결제가 가능하도록 한 시스템 시연도 이뤄졌다.
재난 와이파이 개방 체계는 이달 테스트를 거쳐 9월부터 시행된다. 통신사별 다른 식별자가 재난 상황에서는 ‘퍼블릭 와이파이 이머전시(Public WiFi Emergency)’로 통일해서 송출된다. 이용자는 재난문자로 이를 안내받을 수 있다. 그러면 자신이 이용하던 통신사에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타 통신사의 와이파이를 통해 긴급통신을 할 수 있다. 일부 통신 사업자는 와이파이 식별자 전환을 자동화하기 위해 연말까지 시스템을 추가로 개선할 계획이다.
이날 훈련에선 인터넷 장애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이 결제를 받지 못해 피해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휴대폰 테더링으로 결제를 지원하는 시스템도 공개됐다. 휴대폰과 결제기기를 USB로 연결해 테더링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KT는 이를 위한 소프트웨어(SW) 기술개발을 완료했고, 이달 안에 배포를 마치게 된다.
통신사간 무선망 상호 백업체계와 재난로밍 개선 방안에 대한 소개도 이뤄졌다. 무선망 상호 백업쳬계는 전국적으로 유선망 장애 상황이 발생할 경우 무선망의 동시 장애를 방지하기 위해 무선망 이용자가 타 통신사 유선망을 경유해 국내 인터넷, 모바일 메신저, 금융, 생활편의 서비스 등을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통신사들은 올해 상반기 실무협의와 시범테스트를 마쳤고 연내 상호백업체계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무선망 장애 상황에서 기존 휴대전화 단말기로 타 통신사 무선망을 이용할 수 있는 ‘재난로밍’에 대해서는 수용규모 확대를 추진한다. 재난로밍 수용규모는 200만명에서 300만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장비수급 상황을 고려해 연말까지 추진할 방침이다.
홍진배 과기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새롭게 마련한 재난와이파이 체계, 소상공인 테더링 결제지원 등은 장애 복원력 제고 측면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다”라며 ”앞으로도 통신사들이 경각심을 갖고 통신서비스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더욱 힘써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