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Z폴드4에는 좌우로 회전하는 기어를 탑재한 1세대 힌지를 대신해, 상하로 움직이는 2세대 힌지를 사용했다. /삼성전자 유튜브 캡처

삼성전자(005930)가 오는 26일 출시하는 4세대 폴더블(접히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플립4에는 신기술이 대거 탑재됐다. 기존 부품으로는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자, 현존 부품을 떼어내고 새로운 세대의 풀체인지(완전변경) 부품을 개발해 적용한 것이다. 기존 기어 방식에서 설계를 아예 바꾼 2세대 힌지(경첩)와 무거운 메탈 레이어를 빼고 디스플레이를 보호하기 위해 개발한 댐퍼형 스펀지가 대표적이다.

23일 삼성전자와 부품업계 등에 따르면, 4세대 폴더블 스마트폰에는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설계와 소재를 적용했다. 보통 무게는 내구성과 관련이 깊다. 무게가 가벼워진다는 것은 부품을 줄이거나 두께를 줄인다는 의미인데, 이는 내구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무게를 줄이면서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술의 세대가 바뀌거나 소재를 바꿔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갤럭시Z폴드4 커버 스크린의 경우, 세로는 3.1㎜ 줄고 가로는 2.7㎜ 길어지는 등 일반 막대형 스마트폰에 가까워졌다. 메인 스크린도 세로는 3.1㎜ 줄고 가로는 3㎜ 길어져 더 넓은 대화면을 즐길 수 있다. 반면 갤럭시Z폴드4의 무게는 263g으로 전작보다 8g 줄였다. 화면은 커졌는데, 역대 폴드 시리즈 가운데 가장 가벼워진 제품이 탄생한 것이다.

◇ 힌지, ‘기어’ 빼니 답이 보였다… 성능·내구성↑·무게·두께↓

삼성전자가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개발한 신기술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힌지다. 힌지는 화면을 접고 펼 수 있는 폴더블폰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 부품이다. 삼성전자는 폴드1~폴드3까지 화면이 균일하게 접히고 펼쳐질 수 있도록 힌지의 상하에 기어 부품 4개씩 총 8개를 사용한 1세대 힌지를 사용해왔다. 1세대 힌지는 기어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좌우로 움직이면서 양쪽 디스플레이가 동시에 펼쳐지고 닫힐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기어 8개를 사용하면 힌지가 무거워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무게를 줄이려고 해도 기어가 있기 때문에 물리적인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과 연구진은 논의 끝에 새로운 방식의 힌지를 만들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성공 미션은 힌지에 기어를 빼면서도 힌지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기존 부품과 동등한 내구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1세대 힌지에 사용된 톱니바퀴(기어) 구조의 모습 /삼성전자 유튜브 캡처

이렇게 탄생한 부품이 2세대 힌지다. 두 번째 힌지는 기존처럼 기어가 서로 맞물려 회전하는 부품을 대신해 기어를 빼고 작동 방식을 상하로 움직이는 직선 운동 방식으로 설계를 바꿨다. 힌지 가운데 부분에 상하로 움직이는 부품을 사용한 것이다. 그 결과 갤럭시Z폴드4의 힌지는 더욱 얇고 가벼워졌으며 결과적으로 제품의 무게를 줄이는데 큰 공을 세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세대 힌지의 경우, 작동 방식과 설계를 새롭게 바꾼 부품이다”라며 “접고 펼 수 있는 폴더블 제품의 사용자 경험을 그대로 재현하면서 20만번 접었다 펴는 내구성 테스트 등 기존 부품의 강도를 확보했다”고 했다.

◇ 무거운 메탈 레이어 제거… 소재로 승부수

삼성전자는 무게를 더 줄이기 위한 고민에 빠졌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디스플레이였다. 갤럭시Z폴드4에는 7.6인치(QXGA+ 다이내믹AMOLED 2X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 패널이 탑재됐다. 플더블 디스플레이는 접었다 펼 수 있는 특성상 디스플레이와 디지타이저 등 여러 겹의 레이어(층)로 구성됐다. 디지타이저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정보기술(IT) 장치에서 손가락과 펜 등 도구의 움직임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여 주는 입력장치를 말한다.

폴더블은 접었다 펼치고 외부 충격에 디스플레이가 깨지거나 디지타이저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화면이 나오지 않거나 터치가 안 될 수 있다. 또 화면 내부의 회로 등 부품을 보호할 수 있는 내구성도 필요하다. 유연하면서도 내구성이 강해야 하기 때문에 그간 여러 겹의 보호 레이어를 채택해왔다. 폴드 시리즈에 적용된 레이어만 총 15겹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폴드4에는 디스플레이를 보호하는 메탈 레이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유튜브 캡처

화면을 보호하는 메탈 레이어는 내구성이 좋지만 금속 소재로 무겁다는 단점이 있었다. 삼성전자는 소재 개선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그간 사용해왔던 화면 내 메탈 레이어를 과감히 제거했다. 대신 디지타이저에 항공기나 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경량 소재 ‘강화섬유 플라스틱 재질’을 도입해 내구성을 강화했다. 또 화면을 구동하기 위해 디스플레이 내부에 빛을 쏴주는 화면 패널 레이어의 일부 층을 더 강한 소재로 개선했다. 이를 통해 패널 레이어 내부의 배선을 보호하면서도 선명한 화질을 가진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었다.

◇ “충격 분산, 스펀지 두께로 해결 못해”… 댐핑형 스펀지 개발

다만 메탈 레이어를 제거하면서 디스플레이의 내구성 보강이 더 필요했다. 터치 등 물리적 충격에 취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또 한번의 소재 혁신을 선보인다. 문제를 해결한 것은 디스플레이와 본체 기기 사이의 스펀지였다. 기존에도 충격 흡수를 위해 스펀지를 사용했고, 처음에는 스펀지의 두께를 늘리려고 했다. 하지만 폴드4의 전체 두께를 줄여야 하는 미션이 있었던 만큼 스펀지의 두께를 늘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스펀지의 두께를 늘리는 대신, 소재를 개선해 반발력을 높이는 댐핑 구조의 스펀지를 개발했다. 사용자가 디스플레이를 터치할 때 받는 충격이 댐핑형 스펀지로 전달되면, 스펀지가 충격을 흡수·분산시키는 구조다. 결국 충격이 디스플레이 배선이나 내부 부품에 전달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또 화면 가장자리의 베젤(여백)을 최소화해 본체의 크기를 늘리지 않으면서 한층 넓은 화면을 확보했다. 결국 레이어마다 적용된 신기술과 맞춤형 댐핑 스펀지 개발을 통해 무게를 줄이면서도 내구성은 향상된 갤럭시Z폴드4가 탄생할 수 있었다.

폴드4에 탑재된 댐핑형 스펀지 /삼성전자 유튜브 캡처

◇ 갤럭시Z폴드4에 첫 탑재된 열 잡는 ‘히트파이프’

삼성전자는 완성도 높은 폴더블 스마트폰 개발을 위해 개발 과정에서 사용자의 개선사항을 접수해왔다. 그중 발열 문제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특히 갤럭시S22 출시 초기 성능을 강제로 낮추는 이른바 ‘GOS사태’가 터지면서 발열은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한 주제였다. 삼성전자는 갤럭시Z폴드4에 최초로 히트파이프를 탑재했다. 그간 폴드 시리즈는 두께 문제로 히트파이프를 적용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2016년 갤럭시S7부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 열을 낮출 수 있는 수랭식 히트파이프를 사용해왔다.

수랭식 히트파이프는 파이프에 소량의 물을 채운 히트파이프로 AP의 온도가 올라가면 물이 수증기로 변해 AP와 먼 곳으로 이동시키며 AP 온도를 낮추는 기능이 담긴 부품이다. 최근 AP의 성능이 고도화되면서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발생하는 열이 높아졌다. 특히 5세대 이동통신(5G)을 사용하는 AP는 고성능으로 방열 성능이 따라가지 못하면 5G 스마트폰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스마트폰은 뜨거워지면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이 차세대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플립4(Galaxy Z Flip4)'와 '갤럭시 Z 폴드4(Galaxy Z Fold4)'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갤럭시Z폴드4의 경우 대화면으로 한꺼번에 더 많은 앱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기능이 핵심이다. 이러한 기능을 위해서는 AP 과열을 막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히트파이프는 소프트웨어 방식의 방열과 달리, 하드웨어적으로 온도를 낮출 수 있어 효과가 좋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폴드3 대비 어떤 상황에서도 히트파이프를 통해 1℃ 이상의 온도를 낮출 수 있다.

또 삼성은 추가적인 방열을 위해 폴드4의 그라파이트 방열시트의 두께를 늘렸다. 흑연으로 구성된 그라파이트는 열전도성이 높아 그간 폴드시리즈에서 발열을 잡는 기술로 사용돼왔다.

특히 갤럭시Z폴드4에 탑재된 스냅드래곤 8+는 기존 1세대 대비 CPU·GPU 성능은 최대 10% 끌어올리면서 전력 효율성을 30% 높였다. AP와 히트파이프·그라파이트의 조합으로 발열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