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S23 울트라 예상도. /테크니조콘셉트 유튜브 캡처

삼성전자가 내년 초 출시할 플래그십(최고급) 스마트폰 갤럭시S23(가칭)에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TSMC가 만든 퀄컴의 모바일 칩(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을 단독으로 탑재한다. 삼성전자의 자체 모바일 칩인 엑시노스가 발열과 성능 저하 등 품질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갤럭시Z폴드4와 플립4에 이어 주력 제품인 갤럭시S 시리즈에도 퀄컴 칩을 전량 사용하는 것이다.

22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MX(모바일 경험) 사업부는 내년 초 선보일 갤럭시S23에 퀄컴의 차세대 모바일 칩인 스냅드래곤8 2세대를 탑재하기로 정하고, 퀄컴과 공급 물량 등을 협상하고 있다. 퀄컴 스냅드래곤8 2세대는 TSMC의 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파운드리(위탁 생산)에서 양산될 계획이다.

갤럭시S22에 탑재된 삼성전자 자체 모바일 칩 엑시노스 2200 소개 자료.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세계 최초로 3㎚ 양산에 성공하면서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고 있지만, 품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자사 스마트폰 사업부조차 경쟁사의 제품을 사용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 경제일보는 지난달 28일 “결국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 전력 소모, 성능 등에서 아직 TSMC에 못 미친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라고 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시리즈에 퀄컴 칩과 엑시노스를 함께 사용했는데, 올해 초 갤럭시S22에 탑재한 엑시노스 2200이 품질 문제를 겪으면서 삼성전자는 퀄컴 칩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정보기술(IT) 전문가로 알려진 궈밍지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갤럭시S22에서 퀄컴 칩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했다”라며 “퀄컴이 S23에서는 유일한 공급업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모바일 칩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 통신칩 등을 집약한 만큼 고성능이 요구된다. 그런데 삼성 엑시노스는 경쟁 제품인 퀄컴 칩과 비교해 전력 소모와 발열 등에서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엑시노스 2200이 GOS(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 논란을 빚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퀄컴이 지난해 선보인 모바일 칩 스냅드래곤 8 1세대 모습. /퀄컴 제공

삼성전자 MX 사업부가 갤럭시S23에 퀄컴 칩을 탑재하기로 결정했지만, 반도체 사업부는 갤럭시 전용 칩 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022년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엑시노스) 개발을 중단한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사업 모델 재정비, 리소스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해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전략을 짜고 있다”라고 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전용 칩은 오는 2025년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사업부와 MX 사업부가 설계부터 함께 개발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전 제품에 최적화된 칩을 탑재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스마트폰을 넘어 모든 정보기술(IT) 제품에 갤럭시 전용 칩이 탑재될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폰, 웨어러블, PC 등에 자체 개발 칩 M 시리즈를 탑재한 애플의 생태계 확대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대응 방안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4세대 모바일 엑시노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며 “웨어러블, 노트북 등으로 응용처를 확대하고 있으며, 다양한 업체와 에코 파트너십을 늘리고 있다”라고 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갤럭시S23의 카메라 성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제품 전략을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위해 최상위 모델인 갤럭시S23 울트라에 삼성전기가 만든 2억 화소 카메라를 처음으로 탑재할 계획이다. 2억 화소는 현존하는 스마트폰용 카메라 중 최고 성능이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내년에 내놓을 아이폰15에 폴디드줌을 적용,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최고 성능의 카메라 모듈로 성능 경쟁에서 앞서 나간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