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간 방송, 영화에 국한했던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대상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확대했지만 플랫폼 업계에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OTT에 대한 법적정의가 여전히 불분명해 VOD(주문형 비디오)형 콘텐츠로 제한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제작비에 한정된 세액공제는 외주업체에 콘텐츠 제작을 맡기는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1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2022년 세제개편안’을 확정했다. 개편안에는 세액공제 대상에 OTT 콘텐츠 제작비를 추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제율은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이다. 기존 방송·영화 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의 적용 기한을 3년 연장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세액공제는 내년 1월 1일 이후 지출하는 비용부터 적용된다.
이에 앞서 국회는 OTT를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역무로 정의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재부가 조세특례제한법상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대상에 OTT를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OTT에 대한 법적 지위가 필요하다고 해석했기 때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마련한 안이었다. 개정안은 OTT를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화비디오법)’ 제2조제12호에 따른 비디오물 등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부가통신역무를 말한다”고 정의했다.
문제는 해당 조항이 비디오물을 ‘연속적인 영상이 테이프 또는 디스크 등의 디지털 매체나 장치에 담긴 저작물로서 기계·전기·전자 또는 통신장치에 의해 재생돼 볼 수 있거나 보고 들을 수 있도록 제작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실시간 영상형으로 서비스되는 OTT 콘텐츠는 제작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콘서트, 스포츠 경기 등을 생중계하며 사업을 다각화 중인 플랫폼 사업자들에 불리한 것이다.
현행 조특법은 콘텐츠 제작 주체인 출연진, 작가, 제작진 및 사업자가 직접 계약을 맺어야만 세제 지원이 가능하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기도 하다. 이 경우 외주업체에 제작비를 투자하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없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들이 콘텐츠 제작 투자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한 관계자는 “지금 마련된 세제지원안은 사실상 무의미하다”며 “토종 업체들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공룡들의 투자 규모에 밀리는 상황에서 정부는 반쪽짜리 대책만 내놨다”고 하소연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5500억원을 한국 콘텐츠 시장에 투자한 데 이어 올해는 그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넷플릭스가 2020년까지 5년간 한국 콘텐츠에 투자한 금액은 7700억원이다. 다른 관계자는 “해외 사업자들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쏟아내는 가운데 투자를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라며 “토종 업체들은 감내할 수 있을 때까지 적자를 안고 가야만 한다”고 했다. 국내 OTT 플랫폼 1, 2위를 다투는 웨이브와 티빙은 지난해 각각 558억원, 7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타 OTT 플랫폼보다 몸집이 작은 왓챠는 매각설까지 나오고 있다. 왓챠는 최근 개인투자자에게 돈을 빌리는 방식을 포함해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로 설립 11년 차를 맞은 왓챠는 지난 2월 기준 누적 투자액 590억원을 기록했다. 왓챠가 지난해 낸 영업손실액은 248억원이다.
일각에서는 조특법 개정이 어렵다면 투자 펀드를 활성화하는 방법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프랑스는 영화전문투자회사 ‘소피카(SOFICA)’에 투자한 주주들에 대해 세액공제를 지원하고 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이에 대해 지난 18일 발표한 정책현안 분석보고서에서 “(소피카는) 국내 콘텐츠 제작 투자 활성화에 좋은 본보기”라며 “조특법 제13조의2 제1항을 수정, 문화산업에 운용되는 기금을 포함해 펀드 등의 콘텐츠 투자에 세액공제 적용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