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카카오가 지난 2019년 3000억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단행한 뒤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SK텔레콤은 카카오의 주가 상승에 힘입어 2배가량 이익을 냈지만, 카카오가 보유한 SK텔레콤의 주식 가치는 약 3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재무적 투자가 아닌 협력 차원에서의 투자라지만, SK텔레콤은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 관계인 두 회사가 실질적으로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 SKT, 카카오 지분 2兆까지 치솟았는데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기준 SK텔레콤은 카카오 주식 1081만8510주(지분율 2.4%)를 보유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최초 취득 금액은 3000억원으로, 당시 기준 장부가액은 7562억원이다. 연초와 비교하면 4600억원 이상 빠진 것이지만, 여전히 4500억원 이상 수익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9월 3일 카카오가 15만75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며 SK텔레콤의 보유한 지분 가치는 2조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카카오 주가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SK텔레콤으로서는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반면 카카오가 보유한 SK텔레콤, SK스퀘어 주식의 장부가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총 2971억원이다. 카카오는 SK텔레콤 주식 384만6487주(지분율 1.8%), SK스퀘어 주식 248만6612주(지분율 1.8%)를 보유 중이다.
지난 2019년 10월 SK텔레콤과 카카오는 3000억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단행했다. SK텔레콤이 3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카카오에 매각하고, 카카오는 신주를 발행해 SK텔레콤에 배정하는 방식이다.
당시 SK텔레콤이 카카오로부터 받은 주식은 218만주가량이다. 그러나 카카오가 지난해 유통주식 수 확대를 위해 보통주 1주당 가액은 500원에서 100원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진행하며 SK텔레콤이 보유한 주식 수도 5배 늘었다.
카카오의 경우 SK텔레콤 주식 127만주를 보유 중이었지만, 지난해 SK텔레콤이 인적분할로 SK스퀘어를 출범하면서 두 회사 주식을 모두 보유하게 됐다. SK텔레콤과 SK스퀘어의 분할비율은 약 6대 4였다. 이에 따라 카카오가 보유한 SK텔레콤 주식은 약 76만주, SK스퀘어 주식은 51만주가량인데, SK텔레콤이 액면가액 5대 1 주식분할도 결정하면서 5배씩 주식 수가 불어났다.
◇ 사업 경쟁 심화 속 시너지 '글쎄'
SK텔레콤과 카카오는 지분 교환을 통해 통신·커머스·디지털콘텐츠·미래 정보통신기술(ICT) 등 4대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각 사가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카카오 출자목적에 '기술확보', 카카오의 경우 SK텔레콤 출자목적으로 '전략투자'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러 사업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두 회사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SK스퀘어의 자회사 티맵모빌리티와 카카오모빌리티처럼 모빌리티 분야가 대표적이다. 두 회사는 택시 호출, 내비게이션, 주차장 등 다양한 방면에서 경쟁을 벌이는 중이며, 이는 날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구조다.
양측은 이커머스 부문에서도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SK스퀘어 역시 커머스 자회사 11번가를 두고 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겹치는 사업이 많은 두 기업이 어느 정도까지 정보를 공유할지 의문이다"라며 "민감한 상황을 공유하기에는 겹치는 핵심 사업들이 너무 많다"라고 했다.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두 회사는 지난해 8월 각각 100억원씩 총 200억원 규모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동펀드를 ICT 업계 최초로 조성하기도 했다. 다만 이는 사업 협력 성과보다는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투자 성격이 짙다. 실제 두 회사는 출자목적을 '벤처투자'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