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LCD 생산라인 모습. /LG디스플레이 제공

전 세계 액정표시장치(LCD) 공급과잉 현상이 내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경기 침체 우려로 TV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패널 생산량을 일정 수준 유지하고 있어서다. 시장 재고가 늘자 LCD 패널 가격은 급락하고 있다. LCD 출구 전략을 세운 삼성·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환에 속도를 더 낼 것으로 보인다.

10일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LCD 수요 면적은 전년 대비 0.7%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TV 대형화 추세에 힘입어 LCD 수요 면적은 그간 매년 2~3%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올해는 경기침체 우려로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LCD 수요는 코로나19 확산기인 지난 2020년과 지난해 각각 7%, 4% 성장했다.

전체 LCD 수요의 80%를 차지하는 TV용 LCD 패널 가격은 올해 말까지 하락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DSCC는 “LCD 패널 가격 하락세가 올해 3분기 들어 전분기 대비 둔화됐지만, 당장 가격이 상승할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라며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재고가 급증하면서 모든 크기의 LCD 패널 가격이 역대 최저 수준에 도달했다”라고 했다.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구조 비교 모습. OLED는 백라이트가 있는 LCD 대비 더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모든 크기의 LCD 패널 거래 가격 역시 원가 아래로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달 말 기준 65인치 이하 LCD 가격은 ㎡(제곱미터)당 평균 100달러(약 13만원)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적었던 75인치 LCD 가격도 150달러(약 19만원) 아래로 내려왔다. 이는 원가 대비 1~2% 낮은 수준이다.

LCD 가격은 올해 4분기 바닥을 찍고 당분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DSCC는 “LCD 가격이 올해 4분기 저점을 기록한 후 내년까지 큰 반등 없이 비슷한 가격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라며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졌다가 그대로 유지되는 L자형 추세가 예상된다”라고 했다.

국내 업체들은 LCD 출구 전략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6월 LCD 생산을 완전히 중단했고, LG디스플레이는 내년을 목표로 경기 파주에 있는 LCD 생산라인 P7 철수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삼성 딜라이트 샵에 삼성전자 TV가 전시된 모습. /연합뉴스

반면 중국 업체들은 LCD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넓히고 있다. 일부 업체는 LCD 관련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생산라인 가동률도 낮췄지만 BOE, CSOT(차이나스타), HKC 등 대형 업체들은 여전히 많은 양의 LCD를 찍어내고 있다. 이 때문에 DSCC는 올해 전체 LCD 생산 증가율을 전년 대비 5% 성장으로 전망한다. 올해 수요 증가율이 마이너스(-)인 걸 고려하면 시장에 재고가 쌓인다는 의미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LCD 생산 점유율은 70%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지난 2016년까지 30%대에 머물렀던 중국 점유율은 2017년 한국을 제쳤고, 2020년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올해 중국의 LCD 생산 점유율은 67%, 오는 2026년에는 76%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체들은 이미 OLED로 눈을 돌렸다. TV와 스마트폰을 넘어 태블릿, 노트북, 모니터 등으로 응용처도 확대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LCD를 생산했던 충남 아산캠퍼스 내 8.5세대(2200×2500㎜) L8-2라인에 정보기술(IT) 기기용 OLED 생산라인 투자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해 10월 6세대 OLED 생산라인을 위한 3조30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