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대유행) 상황 속에서 지난해까지 지속됐던 전자상거래 전체 시장의 높은 성장률은 올해 1~2분기 다소 꺾이는 모습을 보였다. 3~4분기도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이와 유사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응을 준비하고 있긴 하지만,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은 늘 시장을 상회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타 업체보다 넓은 분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앞으로도 경쟁사 대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국내 많은 기관들이 올해 전자상거래 시장의 한자릿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네이버와 쿠팡을 제외한 다른 플랫폼들은 역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
네이버가 주력 사업인 커머스 부문의 꾸준한 성장을 자신했다.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 이후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이 둔화세에 접어들었지만, 식품·생활·건강·스포츠·레저·예약 등 특수 분야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네이버는 5일 2분기 매출이 2조원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네이버 분기 매출이 2조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 일본 관계사인 라인이 소프트뱅크와 경영 통합을 이루며 분리된 후 처음이다.
네이버는 이날 2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3.0%, 0.2% 오른 2조458억원, 336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 분기 대비로는 10.9%, 11.4% 증가한 수치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앞서 증권사 평균을 집계해 내놓은 예상치인 매출 1조9869억원은 상회, 영업이익 3454억원은 하회했다.
특히 커머스 부문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최근 경기 둔화 속에도 2분기 네이버 전체 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8% 증가한 10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스마트스토어의 거래액은 6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9% 증가했다. 직전 분기부터 편입된 리셀(한정판 제품 재판매) 플랫폼 크림, 여행·예약 등 버티컬 서비스의 합계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는 “전자상거래 시장은 지금까지 검색 기반 서비스를 주축으로 빠르게 성장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용자의 수요와 취향이 다양해지고 구체화돼, 특화된 버티컬 서비스가 중요해졌다”며 “이에 따라 네이버 역시 브랜드스토어, 라이브커머스, 장보기 등 고성장 버티컬 및 신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의 2분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한 7300억원을 기록했다. 골프, 럭셔리, 뷰티 브랜드 190개가 새로 합류하면서 입점 브랜드도 총 965개로 늘어났다. 최 대표는 “엔데믹이 본격화하면서 이용자들의 외부 활동이 늘자, 레저·공연·전시·뷰티 분야에서의 예약 거래액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항공과 호텔, 투어 등을 포함한 예약 및 여행 서비스의 합계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1배 성장하며 역대 최대 수준인 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향후 생필품 및 장보기 서비스 확대를 위해 CJ대한통운 등 물류 파트너사들과의 협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은 올해 상반기 경기도 용인시 남사·여주시, 이천시에 풀필먼트(물류 대행) 센터를 열었다. 하반기에도 3개 이상의 풀필먼트 센터를 추가로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CJ대한통운과 함께 제공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는 2분기 말 기준 총 186개 브랜드가 이용 중이다”라며 “장보기를 포함한 전체 생필품 분야에서의 ‘빠른배송’ 역량은 21%까지 늘렸다. 중장기적으로 이를 5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커머스 부문과 연계되는 핀테크 부문 역시 성장을 이어갔다. 네이버 페이 결제액은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하며 12조원을 돌파했다. 이케아, 자라, 코레일, 롯데슈퍼 등 대형 가맹점들을 새로 확보하면서 외부 결제액도 전년 동기 대비 60% 늘어난 4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최 대표는 “하반기에는 제1금융권, 지방은행, 저축은행, 캐피탈, 카드사를 아우르는 사업자용 대출 비교 서비스를 출시하며 통합 플랫폼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오는 2025년까지 혁신금융사업자 50만명, 마이데이터 이용자 1000만명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주역은 콘텐츠 부문이었다. 해당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3.8% 증가한 3002억원으로 집계됐다. 네이버웹툰의 2분기 글로벌 통합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6% 성장한 4065억원을 기록했다. 최 대표는 “네이버웹툰은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를 제외하고도 2분기 말 기준 8600만명의 월간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고, 이 중 10% 수준인 850만명이 유료 이용자다”라며 “상대적으로 성숙한 국내 시장은 유료 이용자 비중이 26%가 넘는다. 일본과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는 이 비중이 아직 한자릿수에 불과하지만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어 수익 창출 여력을 크게 보고 있다”고 했다.
다만 네이버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서치플랫폼(검색 광고)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한 9055억원을 기록했다. 커머스 부문과 마찬가지로 국내 시장 규모가 축소하는 가운데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기대치는 못 미쳤다는 평이다. 최 대표는 “앞으로 기존 플랫폼을 고도화할 뿐만 아니라 진화하는 광고주 수요에 대응하는 신규 상품 출시를 통해 또 한 번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고 했다.
네이버의 2분기 영업이익률 또한 16.4%로 전년 동기 대비 3.7%포인트 낮아졌다. 이 기간 영업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28.7% 늘어난 1억7096억원을 기록하면서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서치플랫폼 부문은 성과형 광고 비용이 급격히 늘었다”며 “커머스 부문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출시 이후 리워드 및 프로모션 비용이 증가했다. 아직 과금 정책이 구체화되지 않은 크림 등의 편입도 이익률 하락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김 CFO는 이어 “콘텐츠 사업은 네이버웹툰과 스노우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이들 서비스가 국내외로 영역을 넓히면서 절대적인 적자 폭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그러나 매출 대비 비용의 비중은 개선되고 있다”며 “현재 네이버웹툰의 국내 영업이익률은 20% 수준이다. 글로벌 영업이익률도 추후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 “클라우드 부문은 네이버랩스 등의 기술개발(R&D) 투자를 포함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적자 구조로 보이지만, 이를 제외한 클라우드 사업부와 네이버웍스 등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네이버의 2분기 클라우드 및 기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한 104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신규 채용 증가 및 올해 임직원 연봉 재원 인상에 따른 인건비 증가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인건비가 포함된 네이버의 개별 운영비는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한 5191억원을 기록했다. 김 CFO는 “올해 채용 규모를 줄이며 효율화에 나선 상태지만 그에 따른 효과는 당장 나타나기 어렵다”며 “실질적인 수치 변화는 내년 2분기쯤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콘텐츠 부문 이용자 확보를 위해 쓴 마케팅비도 적지 않았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포인트를 포함한 네이버의 2분기 마케팅비는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3330억원을 기록했다. 김 CFO는 “콘텐츠 부문 마케팅은 점차 수익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진행할 예정이다”라며 “단, 집행의 효율화에 방점을 두는 것이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성장을 희생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