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대 이동통신(6G) 시대 초공간 서비스를 위한 위성통신망 구성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하늘길을 선점하기 위한 이동통신 3사의 수주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서울과 부산 등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중앙 정부까지 도심항공교통(UAM) 상용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관련 정책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통신 3사의 기술 홍보전이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한국형 UAM 실증 사업 ‘그랜드챌린지’에는 통신 3사를 포함한 6개 컨소시엄, 총 61개 회사가 참여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UAM은 전기를 통해 구동하는 비행체 기반의 항공이동서비스를 말한다. 활주로 없는 도심에서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고, 다양한 육상 교통수단과 연계가 가능한 친환경 이동 수단으로 손꼽힌다.

◇ 통신 3사, 컨소시엄 구성해 정부 사업 참여

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지난달 27일 부산시와 부산 UAM 상용화 및 생태계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LG유플러스는 국토교통부의 K-UAM 그랜드챌린지 실증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카카오모빌리티와 GS칼텍스·제주항공 등과 손을 잡은 바 있다.

이번 협약에는 LG유플러스, LG사이언스파크, 카카오모빌리티, GS건설, GS칼텍스, 제주항공, 파블로항공 컨소시엄을 비롯해 부산시, 해군작전사령부, 육군 제53사단, 한국해양대학교, 부산시설공단, 부산테크노파크 등 총 13개 사업자·지자체·군·공공기관이 참여했다. 각 기관과 참여사들은 UAM의 조기 활성화와 시장 선점을 위해 부산 지역의 해양 인프라를 활용한 실증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는 실증 결과를 토대로 ▲UAM 교통관리시스템과 통신 인프라 상용화 ▲이동 데이터 기반 버티포트 입지 및 여객·물류 ▲UAM 운용 정책 등의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부산시는 2026년 UAM 상용화를 목표로 정하고, 협약을 발판 삼아 동남권을 UAM 전진 기지로 육성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2022 부산국제모터쇼에서 UAM(Urban Air Mobility, 도심항공교통)의 미래상을 선보였다. 400㎡ 규모의 SKT 전시관을 감싼 대형 LED 스크린에는 2030년 부산시의 모습이 광활하게 펼쳐지고, 거대 로봇팔 시뮬레이터(4인 탑승)에 올라 VR기기를 착용하면 마치 UAM에 앉아 하늘을 나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도 UAM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5월 한국공항공사, 한화시스템, 한국기상산업기술원, 한국국토정보공사와 함께 K-UAM 그랜드챌린지 1단계 실증 사업 참여를 위해 제안서를 제출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15일 열린 부산모터쇼에 참여해, UAM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2025년까지 UAM 상용화를 목표로 UAM 기체 제작 선도기업 ‘조비 에비에이션’과 전략적 업무 협약을 맺고 2024년부터 상용화가 가능한 기체에 대한 한국 내 독점권도 확보했다.

KT는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현대건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실증 사업에 참여했다. 통신 인프라, 데이터 플랫폼, UAM 교통관리시스템 개발 등에도 나선다. KT는 지난해 11월 인천국제공항에서 UAM과 자율비행 드론 관제 시연을 하기도 했다.

◇ UAM 시장, 1300조 규모로 성장

통신 3사가 저마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UAM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점차 확장하는 성장세 때문이다. K-UAM 로드맵에 따르면, 2023년 61억달러(약 8조원) 규모인 UAM 글로벌 시장 규모는 초기 상용화 시점인 2025년 109억달러, 2030년 615억달러를 거쳐 2040년에는 6090억달러(약 800조원)로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UAM 시장도 2040년에 13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미국 모건스탠리는 전 세계 UAM 시장이 2040년까지 1조달러(약 1315조원 )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UAM에서 네트워크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통신사의 역할이 크다. UAM의 비행을 위해서는 지상과 함께, 상공의 통신망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UAM의 원활하고 안전한 비행을 위해서는 상공 10㎞까지 통신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5세대 이동통신(5G)은 상공 120m까지만 가능하기에 안전한 비행을 위해서는 6세대 이동통신(6G)의 저궤도 위성통신 등을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 특히 UAM 자율주행 기술이 도입되기 위해서는 초저지연 등 고도의 6G 기술이 필요하다. 앞으로 6G 도입을 준비해야 하는 통신사 입장에서 UAM 사업은 6G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지난해 11월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내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의 성공적 실현 및 생태계 구축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식에서 5개 사 사장단이 협약 체결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종욱 KT 사장,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신재원 현대자동차 사장,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KT 제공

UAM의 상용화는 기체의 고도화만큼이나 ‘관제 시스템’의 안정적 구축이 중요하다. 사람이 탑승하는 만큼 UAM의 실시간 정보 송신은 위기 상황 대처 등에 필수 조건이다. 현재 비행기와 관제탑 간의 통신이 안전에 큰 역할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특히 그간 공항시설 운영과 항공교통관제서비스는 국가가 전담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UAM 교통관리서비스(UATM) 구축은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서, 통신업계의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UAM 운용과 관련한 데이터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도 통신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다. UAM 탑승 예약을 비롯해 이용에 필요한 신분 확인 등 수속 절차, 육상 교통수단과 환승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식이다. 이미 통신사마다 예약 플랫폼, 신분 인증 기술 등을 보유한 만큼, 통신사의 다양한 사업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의 티맵은 현재 내비게이션, 택시 등 자동차와 관련한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UAM 택시 예약 등 모빌리티 전체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UAM은 초저지연 통신, 플랫폼, 인증, 보안 등을 아우르는 대표적인 융합 서비스로 사업 초기에 굉장히 복잡한 온오프라인 생태계가 조성돼야 하기 때문에 먼저 시장을 주도한 사업자가 큰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이번 정부의 K-UAM 사업 수주는 정부 예산과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주도권을 쥘 큰 기회로 평가받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