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지 크래프톤 자회사 띵스플로우 대표가 조선비즈와 서울 성수동에서 지난 12일 인터뷰하고 있다. /이소연 기자
소개팅남 ENFP 지훈: “여기 어떠세요? 후기 사진이 너무 맛있어 보여서요~”
나: “네 좋아요”
소개팅남 ENFP 지훈: “예약해야겠어요~ 그럼 6시로 예약할게요”
나: “감사합니다!”
A: 대화를 더 이어간다
B: 대화를 마무리한다

언뜻 보면 간단해 보이는 텍스트 기반의 대화 형식이다. 그러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태어난 세대)가 최근 열광하는 MBTI를 소개팅에 접목해, 게임 이용자가 다양한 선택을 하며 16개 다른 MBTI의 남성과 소개팅하는 게임 ‘MBTI 소개팅’의 누적 조회수는 1000만뷰를 넘겼다. 게임 속 소개팅 상대와 무엇을 먹을지, 어떤 대화를 할지 등 선택은 모두 게임 이용자가 직접 한다. 이에 따라 게임의 결말도 달라지고, 이를 기반으로 게임은 각 MBTI별 이용자와 상대방의 ‘궁합’도 알려준다.

어려운 조작이 필요하지 않은, 세로 화면에서 텍스트를 스크롤로 내리면서 스토리를 따라가는 이 ‘인터랙티브 게임’은 애플리케이션(앱) ‘스플:선택형스토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앱은 지난 5월 출시된 직후 6월 26일 애플 앱스토어 무료 게임 순위 1위에 등극했다. 이용자가 직접 다양한 선택을 하며 게임 스토리를 이끌어가고, 이용자마다 선택에 따라 게임 결말이 달라지는 실험적인 방식이 젊은 세대 호응 얻고 있다.

인터랙티브 게임이란 이용자의 조작과 선택에 의해 게임의 스토리 전개와 결말이 바뀌는 게임 장르다. 이용자의 참여를 극대화해 같은 게임을 여러 번 플레이하는 ‘N회차 플레이’도 유도할 수 있다.

인터랙티브 게임에 먼저 주목한 건 해외 게임 및 콘텐츠 업계다. 해외에서 인터랙티브 게임을 대중화시킨 프랑스 게임 제작 업체 퀀틱드림이 대표적으로, 회사가 2018년 출시한 인터랙티브 게임 ‘디트로이트:비컴휴먼’은 전 세계에서 650만장 넘게 판매됐다. 국내에선 엔씨소프트가 지난 6월 신규 인터랙티브 게임 ‘프로젝트M’의 예고편을 내놓는 등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있다.

인터랙티브 게임 'MBTI 소개팅'. /띵스플로우 제공

스플은 이용자가 직접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다양한 분기점에서 선택을 하며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채팅형 인터랙티브 스토리 서비스다. 다른 인터랙티브 게임처럼 고도화된 그래픽이나 다양한 조작 등은 없으나, 텍스트를 기반으로 다양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이용자가 직접 몰입해 게임을 이끌어간다는 점은 동일하다. MBTI 소개팅처럼 직접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이미 한차례 흥행한 웹소설이나 웹툰 등 콘텐츠와 제휴해 이를 각색한 게임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앱을 개발한 회사는 크래프톤 자회사인 띵스플로우다. 2017년 설립된 띵스플로우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게임, 챗봇 등 다양한 콘텐츠컨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제공하는 회사다. 지난해 크래프톤에 인수된 후 크래프톤 내 하나의 독립된 게임 스튜디오로 독립적으로 경영되고 있다.

전문적인 게임을 기반으로 한 크래프톤의 기존 게임 스튜디오와 달리 띵스플로우는 보다 넓은 층의 MZ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다. PC방에서 게임을 평소 즐기던 소비자뿐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웹소설의 주인공이 돼서 게임을 하고 싶은 콘텐츠 소비자, 다양한 MBTI의 남성과 소개팅하는 경험을 온라인으로 해보고 싶은 평범한 대학생 등 보다 넓은 콘텐츠 소비자를 게임으로 공략하고 있다.

크래프톤의 띵스플로우 인수는 보다 넓은 콘텐츠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게임 소비층을 늘리려는 회사의 장기적인 목표가 반영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크래프톤은 자사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단편 영화를 선보이는 등 IP 기반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띵스플로우는 앞으로 크래프톤 게임 IP를 활용한 인터랙티브 게임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12일 서울 성수동에서 이수지 띵스플로우 대표를 만났다. 연세대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졸업 직후 2012년 호잇컴퍼니를 창업하고 매각한 후 띵스플로우를 창업한 젊은 연쇄창업가다.

ㅡ띵스플로우 전에도 창업 경험이 있다고 들었다.

“MZ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서비스를 기획해 본 창업 경험을 기반으로 띵스플로우를 현재 이끌어가고 있다. 2012년 대학교 정보기술(IT) 서비스 기획 수업에서 IT 관련 프로젝트를 했는데, 학교 전체 중 1등을 해서 삼성SDS 신사업개발팀에서 인턴십을 하게 됐다. 이때 젊은 세대에게 필요한 다양한 신사업 서비스를 검토할 수 있었는데 이때 신촌 대학가 지역을 기반으로 식당 정보를 제공하는 외식 커뮤니티 앱 ‘밥은먹고다니냐(밥먹다)’를 기획하게 됐다. 함께 인턴을 했던 친구와 같은 해에 인턴십 아이디어로 ‘호잇컴퍼니’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밥먹다’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2014년 젊은 커플에게 데이트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앱 ‘커플리’를 만들었고 2015년 이 회사를 웨딩앱 운영사인 ‘하우투매리’에 매각했다.”

ㅡ젊은 세대를 겨냥해 여러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뭘 배웠나.

“신선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결국 수익화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두 번 다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없었다. ‘밥먹다’의 수익모델은 상위노출 광고였는데 대학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많은 광고비를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자영업자에겐 단돈 1만원도 매우 큰 금액이었고 어린 직원들이 발품 팔며 가게를 돌아다닌다고 하더라도 알바생이 아닌 사장님을 직접 만날 확률도 낮았다. 돈이 안 되는 사업이라 실패했다.

‘커플리’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젊은 커플들 사이 앱이 큰 인기를 끌어, 많은 다운로드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앱 역시 커플이 ‘데이트 버킷리스트’로 추가한 놀이동산 등 데이트 공간 업체 관련 쿠폰을 앱에서 유통해주는 광고 수주모델이었고, 광고당 단가가 기대보다 크지 않았다. 커플리를 하우투매리에 매각한 이후 웨딩북이라는 서비스를 런칭하면서 결혼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하고자 했다. 수수료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과 결혼을 준비하는 소비자층을 넘어 더 큰 시장에서 다른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이때 들었다..”

ㅡ과거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띵스플로우는 어떻게 창업했나.

“이번엔 반드시 젊은이들도 충분히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서비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재밌고 신기하다고 호응하고 끝인 서비스가 아니라, 돈까지 낼 준비가 된 탄탄한 사업을 찾으려고 했다. 이때 생각보다 많은 젊은이가 앱을 이용하면서 몇천원을 소비하는 데엔 신중하면서도, 기본 3만원에서 10만원대까지 높은 가격대가 형성된 타로카드와 사주 등 일대일 대면 상담 서비스에는 선뜻 큰 돈을 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만을 위해 개인화된 대화형 인터랙티브 운세챗봅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과거와 달리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돈을 지불해야 했는데 나만을 위한 운세를 텍스트로 풀어주는 경험을 위해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서비스와 동일하게 선뜻 3만~5만원의 가격을 지불했다. 챗봇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 ‘ㅇㅇ님은 주변 사람에게 걱정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다고 했지만 오늘 사주를 확인하니 이번 달에는 기대만 잔뜩 하면 되겠다’ 등 나만을 위한 이야기를 해주는 게 젊은 세대는 좋은 거다.”

ㅡ운세 챗봇 서비스를 어떻게 인터랙티브 게임으로 발전시켰나.

“운세 챗봇 서비스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인터랙티브 콘텐츠였다. 다양한 성격의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챗봇이 있었는데 텍스트로 내 운명을 이야기해주고 고민도 들어줬다. 그중 재밌는 이야기를 잘 풀어주는 발랄한 성격의 ‘스토리꾼’ 챗봇이 인기를 끌었다. 이야기가 이어지다 보니 이용자 이탈률도 낮았고 다른 운세 서비스보다 몰입도도 높았다. 이 챗봇이 소개팅 관련 재미있는 이야기를 텍스트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었고, 이를 기반으로 MBTI 소개팅 게임을 출시한 것이다. 챗봇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했던 경험이 있다 보니 현재 게임도 텍스트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한 대화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게임이다.”

원작 IP를 활용한 띵스플로우의 인터랙티브 게임. /띵스플로우 제공

ㅡ스플의 수익구조는 어떻게 되나.

“앱을 보는 사람이 많다고 수익이 더 많이 생기는 구조가 아니었던 과거 서비스와 달리, 스플은 서비스에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수익이 증가하는 구조다. 개당 120원의 ‘쿠키’를 내고 다음회차 웹툰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 스플 게임은 스토리 중심이다 보니 1회, 2회 이렇게 회차로 게임이 나뉘는데, 각 회차를 플레이하기 위해 광고를 볼 수도 있지만 2500원에 25개 코인을 사서 여러 회차를 광고 없이 쭉 플레이할 수도 있다.”

원작 IP를 활용한 띵스플로우의 인터랙티브 게임. /띵스플로우 제공

ㅡ스플의 인터랙티브 게임은 어떤 소비자를 타깃하고 있나.

“스플 게임은 기존에 게임을 즐기던 마니아층은 물론 보다 넓게 웹툰, 웹소설, 영화 등 다양한 스토리 기반의 온라인 콘텐츠를 즐기던 소비자까지 쉽게 플레이할 수 있는 범용성 높은 게임 장르다. 내 운세의 주인공이 나 아닌가. 이 게임 스토리의 주인공도 나다. 내가 직접 게임의 주인공이 돼 다양한 선택을 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다. 다양한 콘텐츠 에이전시와 제휴를 하고 있으며, 이미 팬층을 거느리고 있는 검증된 IP를 원작자의 허락을 맡고 각색하고 있다.

예컨대 한 사극 웹소설 원작에서는 ‘메인 남자주인공(남주)’보다 ‘서브(보조) 남주’가 더 큰 인기를 끌었다. 원작에선 주인공이 메인 남자주인공과 사랑하는 엔딩이라면 스플 게임에선 이용자가 직접 다른 선택을 하면서 서브 남주와 사랑하는 엔딩을 만들 수 있다. ‘나라면 이렇게 했을 텐데’라는 상상력을 게임을 통해 무한하게 풀어볼 수 있다.

기존에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던 소비자가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웹소설의 주인공이 돼서, 내가 직접 원작과는 다른 여러 선택을 하면서 새로운 결말을 만들어가는 게 얼마나 즐겁겠나. 게임을 안 좋아했어도 그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고 몰입도도 높다.”

ㅡ앞으로의 목표는.

“다양한 콘텐츠 소비자가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한다. 누구나 새로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나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게임이 어렵고 ‘하는 사람만 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누구나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재밌는 콘텐츠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