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왓챠의 경영권 매각설이 불거졌다. 왓챠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업계에선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콘텐츠 제작비를 늘려야 하는 현재 시장에서 왓챠가 오래 살아남긴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왓챠는 최근 유동성 축소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왓챠는 지난 27일 “다양한 방법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와전된 것 같다”며 투자은행(IB) 업계 일각에서 제기된 경영권 매각설을 부인했다. 다만 지난 2분기부터 모든 부서에 걸친 인력 감축에 돌입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왓챠 관계자는 “국내 제작 환경 악화로 사업 구조 개편이 불가피해졌다”며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날까지 콘텐츠 제작 부서 등을 중심으로 왓챠에서 퇴사한 인력은 전체 200여명 가운데 두 자릿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왓챠는 인력 감축에 따라 기존에 추진하던 ‘왓챠 2.0′ 프로젝트도 잠정 보류한다는 방침이다. 왓챠는 연내 왓챠 2.0이라는 새로운 구독 모델을 출시해 서비스 영역을 음악, 웹툰으로까지 확장한다는 구상이었다. 왓챠 관계자는 “현시점에서는 손익분기점(BEP) 달성이 최우선이다”라며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BEP를 달성한 뒤, 왓챠 2.0 출시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왓챠는 2021년 248억원, 2020년 154억원, 2019년 10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왓챠는 사업구조 개편으로 안정성을 확보하면 투자 유치도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경우 상장 계획도 큰 차질 없이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태훈 왓챠 대표이사는 지난 2월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현재 상장 주관사를 선임하고 주관사와 함께 잘 준비해가고 있다”며 “빠르면 올해 중 상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왓챠가 이후 진행한 1000억원 규모의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IPO)는 시중 금리가 급등하면서 제동이 걸린 상태다.
2011년 영화 리뷰 커뮤니티로 출발한 왓챠는 2015년 왓챠플레이를 선보이며 빠르게 국내 OTT 시장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그러나 ‘공룡’ 넷플릭스를 의식한 토종 플랫폼 간 출혈 경쟁이 본격화하면서부터는 후순위로 밀려났다. 애플리케이션(앱)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왓챠는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MAU) 기준으로 국내외 주요 OTT 7개 플랫폼 중 꼴찌를 기록했다. 넷플릭스가 1117만명으로 1위에 올랐고, 그 뒤를 웨이브(423만명), 티빙(401만명), 쿠팡플레이(373만명), 디즈니플러스(168만명), 시즌(156만명), 왓챠(108만명)가 이었다.
토종 OTT 플랫폼 양강(兩強)인 웨이브와 티빙은 지난해 전년 대비 각각 230%, 1130% 넘게 급증한 558억원, 7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킬러’ 콘텐츠 확보를 위해 전략적 투자를 늘린 결과였고, 각각 SKT와 CJ ENM이라는 뒷배가 있어 감당 가능한 일이었다. 웨이브는 SKT와 지상파 3사가 연합해 세웠고, 티빙은 CJ ENM의 계열사다. 업계 관계자는 “왓챠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라며 “왓챠가 모기업이 있어 웨이브와 티빙처럼 지속적인 지원을 받는다면 이번 매각설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업계는 왓챠가 결국 경영권 매각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실상 구조조정에 돌입한 왓챠가 콘텐츠 제작 투자를 현 수준에서 더 늘릴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지금 시장에는 콘텐츠가 부족한 플랫폼은 언제든 낙오할 수 있다는 긴장감이 깔려 있다. 매각 대상으로는 주로 웨이브가 거론된다. 티빙이 지난 14일 시즌과 합병을 공식 발표하면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만큼 웨이브도 가만히 있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왓챠는 마니아층이 두텁고, 보유 중인 IP(지식재산권)도 경쟁력이 있다”며 “매각 결정 시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