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에 최대 20개. 카카오 신사옥 ‘아지트’에 입점할 예정인 유통 브랜드의 대략적인 숫자다. 종류도 카페, 음식점, 안경점, 주류판매점까지 다양하다. 지하엔 푸드 코트를 연상시키는 사내 식당도 있다. “쇼핑몰 같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구성이다.

카카오는 최근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인근 ‘알파돔시티’ 6-1 블록에 주차장 포함 지하 7층~지상 15층, 연 면적 16만2730㎡ 규모의 두 번째 사옥을 열었다. 이름은 ‘사람들이 자주 어울려 모이는 장소’라는 뜻의 영어 단어 아지트(agit)에서 따왔다. 카카오 본사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증권, 카카오벤처스, 카카오임팩트, 카카오헬스케어 등 계열사들이 차례로 입주할 이곳을 지난 20일 찾았다.

신분당선 판교역과 연결된 카카오 ‘아지트’의 지하 출입구. /박수현 기자
카카오 ‘아지트’ 지하 출입구에 설치된 미디어월. /박수현 기자

아지트는 판교역 4번 지하·지상 출입구와 연결된다. 단, 지하 출입구는 한동안 눈을 크게 뜨고 찾아야 한다. 지난해 11월 준공은 마쳤지만 여전히 건물 곳곳에서는 리모델링 작업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지난 2020년 4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최장 20년(10년+10년) 장기 임차 계약을 맺고 새 사옥을 꾸몄다.

양쪽 출구 벽면은 대형 미디어월로 장식했다. 두 미디어월 영상 속 주인공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다. 지상 출구에서는 이들의 간략한 소개를, 지하 출구에서는 이들이 아지트로 출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카카오는 이 밖에 지상 출구 쪽 에스컬레이터 상단에도 미디어월을 설치하고, 임직원이 고른 인사말과 함께 아지트 로고를 애니메이션화한 영상을 상영 중이다.

카카오 ‘아지트’ 지상 출입구 앞 에스컬레이터에 설치된 2개의 미디어월. /박수현 기자
카카오 ‘아지트’ 1층 에스컬레이터 주변으로 조성된 녹지대. 모두 살아있는 식물이다. /박수현 기자

아지트는 A동, B동 두 건물로 나뉜다. A동은 카카오 본사, B동은 카카오페이와 카카오페이증권 직원들이 보금자리를 틀고 있다. 내부 인테리어도 조금씩 다르다. A동은 환경친화적, B동은 미래지향적인 느낌이다. 물론 외부인이 비교적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1~4층은 카카오 본사 콘셉트에 충실하다. 1층엔 실제 잔디도 깔려 있다.

2층은 최대 3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회의실과 어린이집, 테라스 등이 특징이다. 카카오는 아지트에 총 350여개의 회의 공간을 조성하고 모두 예약제로 운영 중이다. 회의실에는 마이크, 카메라 등 화상 회의를 지원하는 장비들을 갖췄다.

카카오 ‘아지트’ 1층에 입점한 카페(위), 안경점(아래). /박수현 기자
카카오 ‘아지트’ 3층 안내 데스크 옆 라이언 동상. /박수현 기자

3층에는 파트너사와 회의를 할 수 있는 ‘오픈 미팅룸’과 직원·방문객 공용 카페 등이 있다. 일부 외부에 공개됐지만, 직원 전용 공간은 사실 이 층부터 시작된다. 사무실로 가기 위해서는 사원증이 있어야만 통과할 수 있는 게이트를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게이트는 3층과 4층에만 있다. 게이트 옆 안내 데스크에선 라이언 동상이 마스크를 쓰고 직원들을 반겨준다.

카카오 ‘아지트’ 4층에 마련된 도서관, ‘북 아지트’. /박수현 기자
카카오 ‘아지트’ 5층의 ‘스위치온’. 직원 교육 공간으로, 세미나 등이 열린다. /박수현 기자

4층은 각각 ‘스위치온’ ‘북 아지트’로 불리는 직원 교육 공간과 도서관이 대부분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495㎡(약 150평) 규모의 스위치온은 최대 200명까지 수용할 수 있으며, 가림막 역할을 하는 ‘무빙 도어’로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북 아지트 옆엔 나무 재질의 바닥과 식물로 꾸민 계단, ‘커넥팅 스텝’이 놓였다. 카카오 측은 “직원들이 언제 어디서나 유연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연결과 성장이란 키워드를 정하고 그에 맞는 디자인을 구상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5층 ‘아지타운’은 카카오에 의미가 남다른 곳이다. 카페와 타운홀(다목적 공간), 테라스를 하나로 묶어 연결성을 강조했다. 커넥팅 스텝이 애피타이저라면 아지타운은 메인 디쉬인 셈이다. 크기는 총 1091㎡(약 330평)로, 기존 사옥의 공간보다 2.4배 더 크다. 테라스는 A동과 B동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도 한다.

카카오는 ‘아지트’ 5층을 카페와 타운홀(다목적 공간), 테라스로 이뤄진 ‘아지타운’으로 꾸몄다. 사진은 타운홀. /박수현 기자
5층 ‘아지타운’의 일부인 옥외 테라스. 카카오 ‘아지트’의 A동과 B동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박수현 기자

양호실, 수면실, 수유실 등 직원 복지 공간은 지하 1층에 마련했다. 330㎡(약 100평) 규모의 운동 전용 공간인 ‘리커버리센터’에서는 요가, 명상 등 수업을 제공한다. 국가공인 안마사 자격을 갖춘 링키지랩 소속 직원이 상주하는 ‘톡클리닉’은 카카오 직원이라면 누구든 업무 중 방문할 수 있다. 링키지랩은 카카오가 장애인 고용을 위해 100%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로, 아지트 3층과 5층 카페에도 직원을 파견 중이다.

카카오 ‘아지트’ 지하 1층에 있는 직원 수면실. /박수현 기자
카카오는 ‘아지트’ 지하 1층에 직원들이 요가, 명상 등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리커버리센터’를 만들었다. /박수현 기자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증권 등 계열사 사무실은 판교에 흩어져 있었다. 금융 서비스 특성상 서로 간 업무 교류 및 회의가 많아 이번에 아지트로 모이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아지트는 약 6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카카오 측은 “지속적인 성장과 그에 따른 안정적인 업무 공간 확보를 위해 아지트를 열게 됐다”며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하는 ‘카카오의 일하는 방식’을 토대로 설계했다. 최상의 능률과 휴식을 충족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