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선두권의 전자부품 업체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나란히 2분기 호실적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인다. 물류·원자잿값 폭등과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글로벌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거둔 성과라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두 회사는 기존 주력사업에 신사업에 조(兆) 단위 투자에 나서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 2분기 매출은 2조4808억원, 영업이익은 3664억원으로 전망된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8%, 0.2% 증가한 수치다. LG이노텍은 2분기 매출 3조974억원, 영업이익 2205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 매출은 31.5%, 영업이익은 45.2% 오른 것이다.

애초 업계에선 코로나19 상황이 엔데믹(감염병 풍토화)에 접어들면서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줄어 해당 부품을 만드는 두 회사의 실적이 흔들릴 것으로 봤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중국 지역 봉쇄, 인플레이션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시장 상황이 매우 부정적일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전기가 개발한 가로 0.4㎜, 세로 0.2㎜ 크기의 IT용 MLCC 모습.

하지만 이런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각 분야에서 선전을 하고 있다. 먼저 삼성전기의 경우 주력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사업이 탄탄하게 중심을 잡고 있다. 이는 MLCC 사업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이 점차 살아난 덕분에 매출 역시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산업용, 전장용 MLCC 사업이 탄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환율 요건도 우호적이라는 점에서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월별로 보면 4월이 저점이었고,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완화되면서 반등하는 모습이 있어 조심스럽지만 하반기 긍정적인 변화가 예상된다”고 했다.

전장 분야에서는 카메라 모듈이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전기는 현재 테슬라에 자율주행 시스템용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공급 계약 규모는 수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기는 미래 먹거리로 첨단 반도체 기판으로 불리는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베트남 생산법인에 1조3000억원, 올해 3월 부산사업장에 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3000억원을 더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기가 FC-BGA에 투자하는 금액만 1조9000억원에 달한다.

LG이노텍 구미 사업장 전경./ LG이노텍 제공

LG이노텍의 경우에도 세계 1위인 카메라 모듈을 중심으로 신사업에 진출, 더 높은 성장이 도모하고 있다. 특히 최대 공급사인 애플의 수혜를 단단히 받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13에 LG이노텍의 카메라 모듈을 주로 적용한다. 최근 아이폰13의 고급형인 아이폰13 프로 제품군의 생산을 2분기에만 1000만대 더 늘렸는데, 이에 따라 LG이노텍의 실적도 호전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계절적 비수기인 2분기에 생산을 늘린 건 이례적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1분기 아이폰13 수요가 기대를 웃돌았다”라며 “전 세계 아이폰13 출하량이 10% 늘었다”고 했다. LG이노텍은 경쟁사인 샤프의 부진으로 애플 카메라 모듈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더욱이 LG이노텍은 오는 9월 출시가 예상되는 아이폰14(가칭)에도 카메라 모듈을 공급한다. 그런데 아이폰14 역시 최고 흥행이 예상되는 중이다. 애플 전문가로 꼽히는 밍치궈 전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현재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14 선불금(제품을 먼저 받기 위해 내는 돈)은 아이폰13보다 월등히 높고, 2배 수준인 지역도 있다”라며 “이는 중국내 아이폰14의 수요가 예상보다 많다는 뜻이다”라고 했다. 애플은 올해 하반기 아이폰14 출하량을 1억대 수준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이노텍 자동차 전장용 카메라 모듈. /LG이노텍 제공

LG이노텍은 또한 FC-BGA를 신사업의 축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임원급 새 조직을 만들고, 2월 사업을 공식화했다. 지난 6일에는 구미사업장에 2023년까지 총 1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LG이노텍은 투자금을 FC-BGA와 카메라 모듈에 쓴다고 했으나, 대부분은 FC-BGA 생산시설 구축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이 FC-BGA에 자신감을 가지는 이유는 제조 공정이 유사한 무선주파수패키지시스템(RF-SiP)의 세계 1위 사업자라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이 FC-BGA 분야에서도 단기간에 세계 선두권 수준의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