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 3사가 다음 달 삼성전자(005930) 갤럭시Z폴드4 출시를 앞두고 구형 제품인 폴드2·폴드3에 대한 대대적인 재고소진에 나섰다. 최근 삼성전자는 다음 달 둘째주쯤 폴드4 언팩(공개행사)에 대해, 일정을 통신사에 공지했다. 통신 3사도 신제품 스케줄에 맞춰 기존 제품에 대한 프로모션 강화로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폴드2는 구형 제품이라도 화면을 접었다 펼 수 있는 폴더블폰 시리즈의 폼팩터(형태)를 동일하게 가지고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간 고가의 가격에 부담스러웠던 폴드 시리즈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게 통신사 측의 설명이다.
9일 통신 3사와 일부 판매·유통망 등에 따르면, 출고가 239만8000원의 ‘귀족폰’으로 불리던 삼성전자 폴드2의 판매가격이 최대 9만원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017670)은 번호이동 가입자에 폴드2를 9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기기변경 가입자에게는 15만원에 판매 중이다. KT(030200)는 번호이동과 기변 가입자에 각각 25만원에 폴드2를 판매하고 있다. KT는 지난 4~5월에도 폴드2에 대한 지원금을 최대 100만원까지 인상했고, 성지(聖地)로 불리는 일부 판매점에서는 추가 지원금을 지급해 실구매가격이 20만~30만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 가성비로 무장한 폴드2…폴드3도 몸값 낮춰
통신사들이 구형인 폴드2에 지원금을 집중하는 것은 폴러블폰이라는 제품 경쟁력에 가격을 크게 낮추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마케팅으로 가입자를 충분히 유치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다음 달 폴드4가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제조사나 통신사 역시 재고 소진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2020년 8월 출시된 폴드2는 외부 6.2인치, 내부 7.3인치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폴드3 내부 디스플레이(7.6인치) 보다 0.3인치 작다. 외부 카메라는 동일한 1200만 화소 센서를 채택했다. 접었다 펼 수 있는 폼팩터를 그대로 사용해 폴드2와 폴드3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매우 비슷해, 큰 차이를 체감하기 어렵다.
반면, 차이점은 폴드2는 펜처럼 글씨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S펜 기능이 없으며, IPX8까지 방수가 되는 폴드3와 달리, 폴드2는 방수기능이 없다. 배터리 용량은 폴드3가 4400mAh인데, 폴드2가 4500mAh로 오히려 100mAh 더 크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폴드3의 경우, 내외부 디스플레이의 주사율이 모두 120㎐를 지원하는 반면, 폴드2는 내부 디스플레이만 120㎐를 지원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물론 가입할 때 10만원짜리 고가 요금제를 6개월간 사용해야 하는 조건이 붙지만 중고폰 가격이 60만~80만원으로 형성돼 있는 것을 고려했을 때 새 제품을 9만~15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조건이다”라며 “폴드2가 2년이나 된 구형이지만 방수와 S펜 등 몇 가지 기능만 빼면 디자인 등이 신형과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게임, 영화 등을 즐기는 소비자에게는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이다”라고 했다.
통신 3사는 폴드2뿐만 아니라, 지난해 출시된 폴드3에 대한 프로모션도 강화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기기변경 가입자를 대상으로 폴드3를 92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폴드3 출고가는 199만8700원이다. 100만원 이상을 지원해주고 있는 셈이다. KT는 기변 가입자에 폴드3를 94만원에, SK텔레콤은 번호이동 가입자에 95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앞서 통신 3사는 올해 초 폴드3에 대한 지원을 최대 62만원으로 3배가량 인상한 바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폴드3에 대한 프로모션이 강화됐다. 삼성 전문 매체 샘모바일에 따르면 삼성 미국 웹사이트에서는 폴드3 256GB 모델이 500달러(약 64만원), 512GB 모델이 642달러(약 82만원)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특히, 사용 중인 폴드2를 반납하면 최대 1200달러(약 153만원)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폴드3 신규 고객에게 429달러에 해당하는 갤럭시 워치4 클래식 모델(46㎜ LTE 모델 포함)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샘모바일 측은 “폴드3의 프로모션은 오는 8월 폴드4 출시에 앞서 재고 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스마트폰 시장 역성장 예고…재고관리에 민감한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재고소진에 나서는 것은 경제 상황과 관련이 깊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물가상승률이 10%에 달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위기를 겪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 등의 경기 둔화 우려도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소비 침체 등으로 올해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3.5% 감소한 13억1000만대에 그칠 것으로 봤다. 스마트폰 시장이 역성장한 것은 2020년 이후 2년 만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도 재고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교란 여파로 관련 부품을 선제적으로 수입하면서 완제품을 생산해왔는데, 경제 상황 악화로 판매가 부진하면서 재고가 쌓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스마트폰 생산량을 애초 목표에서 25~30% 줄인다는 내용을 협력사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6일 “삼성전자가 재고 급증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로 신규 조달 주문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며 “여러 부품 공급업체에 부품과 부품 출하를 몇 주간 지연 또는 축소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8~9월은 상황 변화에 따라 감산 규모가 확대되거나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인 제품 유통재고 비율이 연간 출하량 10% 수준으로 잡는데,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경우, 적정 수준을 한참 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고물가에 경기 둔화까지 경제 상황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 재고는 기업에 굉장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재고로 남기는 것보다는 프로모션을 확대해 판매를 늘리는 것이 좋고 가입자 유치를 위한 단말기가 필요한 통신사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이른바 폴드2 대란이 온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