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에 겨울이 왔지만, 네이버의 일본 관계사 라인은 오히려 관련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라인은 희소성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를 공략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이를 블록체인 플랫폼과 연계해 웹 3.0 시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2일 미국 블록체인 전문매체 더블록의 통계를 보면 6월 첫째주 전 세계 NFT 거래는 14만8000건으로, 올해 초 97만건에 비해 약 85% 줄었다. 5월 거래액은 40억달러(약 5조1840억원)로, 사상 최대였던 올해 1월 165억7000만달러(약 21조4747억원)에 비해 약 76% 줄었다. 거래액은 1월 정점을 찍은 뒤 2월 114억달러(약 14조7744억원), 3월 59억1000만달러(약 7조6594억원), 4월 71억8000만달러(약 9조3053억원) 등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라인은 NFT 시장의 잠재력을 여전히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를 두고 국내 한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NFT로 시도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은 무궁무진할 수 있다”며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충분한 고려 없이 사업 키우기에 뛰어들진 않았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라인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합작법인 A홀딩스를 통해 지배하고 있다.
라인은 지난 2018년부터 자회사인 라인제네시스(옛 LVC)와 라인넥스트를 통해 NFT 시장 선점에 몰두하고 있다. 라인제네시스는 지난 4월 일본에서 NFT 애플리케이션(앱) 장터 ‘라인 NFT’를 출시했고, 라인넥스트는 연내 미국 법인을 통해 NFT 발행 및 거래가 가능한 플랫폼 ‘도시’를 선보이기로 했다.
라인은 특히 라인넥스트를 통해 네이버, 네이버제트, 네이버웹툰, 소프트뱅크, 라인 대만, 라인스튜디오, 라인게임즈, CJ ENM, 와이지플러스, 케이옥션, 신세계, 비자, 크립토닷컴, 롯데월드, 미티컬 게임스 등 총 26개사와 손잡고 NFT 생태계를 확장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국내 지사도 설립했다.
고영수 라인넥스트 대표는 “NFT는 콘텐츠, 게임, 소셜 커머스 등 여러 영역에서 디지털 변혁을 만들고 이용자 경험을 혁신할 기술 인프라다”라며 “한국에서는 글로벌 NFT 플랫폼 전략 수립을, 미국에서는 여러 글로벌 파트너사와 NFT의 대중화를 실현하는 서비스를 선도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라인은 지난 2월 캐릭터 사업 부문 계열사였던 라인프렌즈의 사명을 IPX로 바꾸며 NFT를 활용한 신사업에도 시동을 걸었다. 이용자가 만든 캐릭터 I지식재산권(IP)을 NFT화해 발행하고, 이를 상업적으로 쓸 수 있도록 허용하는 플랫폼 ‘프렌즈’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IPX 측은 “유명인이나 특정 브랜드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캐릭터 라이선스를 NFT 형태로 일반 대중에게 판매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누구든 구매한 NFT를 상품 디자인에 사용하거나 웹툰, 영상 등으로 2차 가공해 수익을 낼 수 있고 로열티는 따로 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IPX는 프렌즈의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프렌즈는 이용자에게 약 500개에 달하는 아이템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조합하면 1억개 이상의 IP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IPX 측은 “이용자가 제작한 IP를 블록체인 게임과도 연동할 계획이다”라며 “이를 위해 지난 3월 플레이댑과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밝혔다. 플레이댑은 NHN과 넷마블, 엔씨소프트, 아이템베이 등 게임 업계 잔뼈가 굵은 인물들로 구성된 블록체인 게임 개발사다. 지난해 12월에는 로블록스 기반 메타버스 ‘플레이댑 랜드’를 열었다.
IPX는 플레이댑과 개인 간(C2C) NFT 장터를 마련해 이용자들이 서로 IP를 거래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한다. 지난달 공개한 캐릭터 IP ‘오오즈 앤 메이츠’를 이곳과 세계 최대 NFT 거래 플랫폼 ‘오픈씨’에서 NFT로 발행할 방침이다. IPX 측은 “오오즈 앤 메이츠는 이미 2만명 넘는 이용자가 참여하고 있는 트위터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다”며 “일부 이용자들은 서로 2차 창작물을 만들어 공유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정보기술(IT) 업계는 라인이 전사적 NFT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동남아시아와 북미 시장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한다. 라인은 그간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라인이 중국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리투아니아 기반 가상자산 시장 분석업체 디앱레이더에 따르면 올해 1월 중국에서의 NFT 트래픽은 지난해 11월보다 166% 증가했다.
반면 한국에 대한 관심은 다소 시들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국내에선 아직 가상자산 규제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최근 발간한 ‘NFT 관련 시장 및 정책동향 분석’ 보고서에서 “국내에서는 가상자산거래소 등의 규제를 담은 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법이 시행되고 있어 이를 통해 NFT를 규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