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TV용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급 협상이 최근 결렬됐다. 공급가 등에서 이견을 보인 탓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퀀텀닷(QD)-OLED 시설 투자와도 일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13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패널 공급을 위한 전략적 협상을 벌여왔다. 액정표시장치(LCD) TV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로서는 비중을 낮출 디스플레이가 필요하지만, 계열사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공급량이 아직 많지 않아 목표 출하량을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LG디스플레이의 88인치 TV용 대형 OLED 패널. /LG디스플레이 제공

대안으로 꼽힌 것이 LG디스플레이의 W(화이트)-OLED 패널이다. 양측의 협상은 두 회사 주요 임원이 공식 석상에서 언급할 정도로 진전된 논의가 있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반년여의 협상을 지난달 종료한 것으로 파악된다. 패널 공급가를 정하는 데 있어 이견을 좁히지 못해서다. OLED 패널 가격은 기본적으로 LCD 패널의 수배에 달한다. 제조 원가가 그만큼 높아진다는 의미다. TV 1대를 판매했을 때의 수익도 LCD에 비해 OLED가 현저히 낮다.

이런 이유로 TV 제조사는 최대한 싼 가격에 패널을 공급 받으려 하고, 패널 공급사는 최대한 수익 보전을 위한 가격 방어를 하려고 한다.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 측에 LCD 패널 수준은 아니더라도 LG전자에 공급하는 것보다 저렴하게 납품해주길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을 최대한 내야 하는 LG디스플레이 측은 삼성 요구에 난색을 보여왔다.

여기에 변수로 작용한 것이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추가 투자다. 주요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공급 능력이 개선되면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이 그만큼 필요하지 않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난 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대형 디스플레이를 미래먹거리로 꼽고, QD-OLED를 포함한 QD디스플레이에 1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13조원의 투자는 패널 생산량으로 환산하면 월 9만장의 생산능력을 갖출 수 있는 액수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캠퍼스 Q1 라인에서 월 3만장(65인치 기준 TV 100만대 분량)의 QD-OLED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남은 투자로 월 6만장을 더 만들어 낼 수 있는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1월 열린 CES 2022에서 공개한 QD-OLED 디스플레이 전시 모습.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추가 투자에 대한 얘기는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 생산 수율(완성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최근 80%대까지 급상승하면서 나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QD-OLED를 생산하기 시작해 초기에는 수율이 30%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차츰 수율을 끌어올려 6개월 만에 80%를 넘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단기간 이렇게 수율을 높인 건 기록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대형 OLED 패널의 99%를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도 만족할 만한 수준의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수년이 걸렸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가 단독으로 수조원의 QD-OLED 투자를 결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OLED 사업은 투자 대비 초기 수익성이 떨어진다. 결국 수년간 적자를 감내해야 하는데, 이를 과감하게 뚫고 가려면 결정권자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이 부회장이 다시 한번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QD-OLED 추가 투자 결정이 이 부회장 선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면 외부에 이 부회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라며 “패널 수율은 이미 추가 투자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니, 그룹의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한편,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와의 협상 결렬로 올해 공급을 염두에 두고 100%를 유지했던 공장 가동률을 최근 차츰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월 22만대의 LG전자 TV가 생산되는 러시아 공장이 지난 4월부터 생산차질을 빚고 있어 OLED 패널의 재고가 늘고 있다.

QD-OLED 생산라인이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이 대표는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OLED 인기로 생산능력을 최대로 늘렸던 결과 재고가 남기 시작했고, LG전자가 러시아 공장을 돌리지 못하면서 목표 출하량보다 판매가 부족하게 돼 LG전자가 보유한 패널 재고도 늘고 있다”하며 “삼성전자에 OLED 패널을 공급하는 것을 가정하고 공장 가동률을 100% 유지했지만, 무산됐기 때문에 가동률을 떨어뜨려야 하고, 실제 2분기부터 가동률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