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 업체인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3N이 모두 블록체인 게임 개발을 공식화했다. 블록체인 게임은 최근 가상화폐 테라-루나 가치 폭락으로 침체하는 듯했으나, 3N의 참가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높은 자본력을 갖춘 3N이 블록체인 게임 분야 활기를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국내 규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다.
넥슨은 최근 진행한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회사 핵심 지식재산권(IP)인 메이플스토리를 활용, 블록체인 기반 대체불가능토큰(NFT)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가동한다고 밝혔다. 메이플스토리 IP로 블록체인과 관련한 여러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이를 아우르는 NFT 중심의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넥슨의 첫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되는 ‘메이플스토리 N’의 특징은 결제가 가능한 아이템숍을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용자들은 오로지 게임을 플레이하며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고, 이 아이템을 NFT로 만들어 소유권을 가질 수 있다. 이용자들은 각자의 NFT를 거래하면서 시장경제를 형성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은 생태계 기여자에 분배된다.
넥슨은 게임 외에도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통해 획득한 NFT로 여러 애플리케이션(앱)을 제작할 수 있는 메이플스토리 N SDK(소프트웨어개발도구), 블록체인 게임 제작 샌드박스 플랫폼 모드(MOD) N 등도 선보인다. 단순 게임뿐 아니라, 게임을 만드는 블록체인 생태계를 전부 제공하겠다는 게 넥슨 의도다.
강대현 넥슨 최고운영책임자(COO)는 “NFT가 자유롭게 이동하는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라며 “메이플스토리 NFT가 게임이라는 벽을 넘어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 전방위로 활용처를 확장하는 동시에,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안에 외부 NFT가 들어올 수 있는 융합된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다”라고 했다.
넥슨보다 앞서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든 넷마블은 자회사 마브렉스를 통해 블록체인 생태계 MBX(엠비엑스) 구성하고 있다. 게임성을 바탕으로 하는 지속가능한 블록체인 생태계를 표방하고 있다.
첫 게임은 지난 3월 블록체인 시스템 업데이트를 완료한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 A3: 스틸얼라이브로, 업데이트 이후 매출과 함께 일일사용자수(DAU), 리텐션(게임 잔존 또는 재접속) 등 주요 지표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글로벌 버전을 출시하며 블록체인 시스템을 접목한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는 출시 당일 여러 국가 앱 마켓에서 높은 순위를 달성했다.
다만 넷마블은 지난달 출시하려고 했던 돈버는게임(P2E) ‘골든 브로스’를 7월로 연기했다. 최근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이 게임 개발진은 개발 채널에서 “최근 가상자산 시장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라며 “게임과 골든 브로스 NFT 소유자에게 높은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라고 했다.
실제 테라-루나 사태 이후 블록체인 게임 시장은 침체다. 가치가 폭락하면 블록체인으로 구축한 경제 생태계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탈중앙을 내건 블록체인 경제는 안정된 운영이 필수다. 시장 초반을 주도하고 있는 위메이드가 코인 기반을 외부에 뒀다가 자체 개발하려고 하는 건 이 때문이다. 컴투스그룹의 경우 테라-루나 사태를 촉발한 테라폼랩스와 업무 제휴를 맺어 블록체인 사업 동력에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업계는 블록체인의 관건은 얼마나 안정된 가상화폐의 가치와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본다. 이 때문에 엔씨소프트의 블록체인 게임에 큰 기대가 걸린다. 리니지를 통해 게임 내 경제 시스템의 완성과 운영을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미국과 유럽 등에 출시할 리니지W에 NFT 요소를 도입한다. 코인 투자자에 대한 영향이 큰 P2E 형태는 아니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는 “게임 내 경제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함에 있어 엔씨는 어느 회사보다도 탁월한 경험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코인이나 NFT 투자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엔씨소프트는 가상화폐 및 블록체인 등 신사업 관련 인력 채용에도 나섰다. 회사는 해당 업무에 대해 “가상자산 기반의 거래 환경과 토큰 이코노미를 설계한다”라며 “이에 맞는 사업전력과 리서치를 수행한다”고 했다. 그러나 해당 인력은 게임보다는 플랫폼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K팝 팬덤 플랫폼인 ‘유니버스’를 운영 중인데, 이 플랫폼을 메타버스화 하면서 플랫폼 속 경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할 것으로 예상된다.
3N의 참전으로 블록체인 게임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고민거리는 한국에서 블록체인 게임은 ‘불법’이라는 점이다. 게임 속 재화의 현금화는 사행성을 이유로 허용하지 않고, 게임 유통에 필수적인 ‘등급 분류’도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가상화폐(코인)나 NFT를 현금화하는 것이 게임성의 일부인 블록체인 게임은 근본적으로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현재 블록체인 게임을 개발 중인 한 게임사 관계자는 “해외 매출이 큰 게임 회사들은 서비스가 가능한 해외 시장부터 블록체인 게임을 도입하고, 국내의 경우 규제가 풀리는 시점에서 서비스를 하려고 한다”라며 “반면 국내 매출이 큰 회사는 이런 시도가 어려워 블록체인 게임 개발에도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