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없으면 이제 일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지난 8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있는 KT고객센터(CS)에서 근무하는 이정학 CS팀장은 AI 기술을 적용한 '상담 어시스턴트'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KT는 지난 2018년부터 고객센터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AI 상담 어시스턴트를 배포했다. 앞서 2017년 회사 내부적으로 AI 고객센터 도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고, 자체 기술로 센터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는 상담 어시스턴트를 비롯해 음성기반 고객인식, 고객불만(VOC) 자동분류, 보이스봇 등의 다양한 기술 개발로 이어졌다. 기술을 입히니 기존 고객센터는 자연스레 첨단 사업장인 'AI콘택트센터(AICC)'로 전환했다.
AICC는 24시간, 365일 쉬지 않고 고객 상담에 대응한다. 초기에는 평일 특정 시간까지만 운영했지만, 수개월간의 운영으로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쌓여 운영 시간을 대폭 확대했다고 한다.
이는 이용자 편의 측면도 있지만, 직원들 업무 부담을 덜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도 유용하다. 실제 KT에 따르면 2018년부터 고객센터에 AICC를 도입한 이후 월평균 전화상담 처리는 47만건이나 줄었다. 또 상담 어시스턴트를 통해 상담 후 업무 처리 시간은 평균 15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AI 상담원이 처리한 130만건 가운데, 100만건(약 73%) 이상이 상담 과정에서 만족했다고 답했다.
이정학 팀장은 "상담 업무 자체는 업무 특성상 변수가 많아 상담 시간 자체를 줄이기는 어렵다"라면서도 "대기하는 다음 고객을 맞이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AI 기술을 활용해 많이 줄었다"라고 했다. 그는 "하루 1명이 100콜을 받는다고 하면 물리적으로 더 받기는 힘들다"라며 "기존 50콜을 받는 인력이 더 높은 업무 효율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콜센터 직원들은 대면 서비스가 아닌 전화를 통한 비대면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언어폭력에 노출되기 쉽다. 업무 특성상 전화 상담은 감정 노동으로 잦은 스트레스를 받아 퇴사율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 입장에서 고용을 위한 비용과 교육 등에 재투자해야 하니 노사 모두 난처한 상태다.
상담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능은 '대화 기능'이라고 한다. AI 상담사는 고객과 통화 중 대응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판단하면 전문 상담사로 연결한다. 연결 후 전문 상담사에게는 AI 상담사와 고객과의 통화가 텍스트로 전달된다. 상담사는 고객이 어떤 용무로 상담을 요청했는지 알 수 있어 업무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다. 고객 역시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관리자들 만족도도 높다. 기존의 경우 물리적으로 한 번에 한 명의 직원만 모니터링할 수 있다. 상담 어시스턴트를 활용하면 여러 명의 직원이 어떤 상담을 진행 중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일이 서툰 신입 상담사는 상담 과정 중 실시간으로 관리자를 연결해 업무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
KT는 국내 최대 규모인 8000석 규모의 고객센터를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AICC를 공공, 민간 기업 등에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은행, 보험, 증권, 카드를 비롯한 금융권과 유통 부문의 다양한 기업이 AICC를 활용하고 있다. 국내 AICC 시장 규모는 연간 9조원으로 추산되며, 잠재적으로 약 4조원의 추가 시장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KT는 총 13조원 규모의 국내 시장과 글로벌 시장도 공략하기로 했다.
양승만 KT AICC혁신팀 차장은 "AI 상담사가 만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도 "기술 개발과 적용에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보람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