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애플의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 M2 프로세서 출시 후광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기는 애플 M2 프로세서의 반도체 패키지 기판인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를 공급하고 있다.
애플은 7일(현지시각)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22)에서 2세대 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이 적용된 M2 프로세서를 공개했다. M2 프로세서는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TSMC의 N4 공정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정은 기존 1세대 5㎚ 공정 대비 11% 향상된 성능을 제공한다.
조니 스루지 애플 하드웨어 기술 담당 수석 부사장은 이날 “M2 프로세서는 애플 반도체의 빠른 혁신을 상징한다”라며 “이전 M1 대비 CPU 속도가 18% 개선됐고,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은 35% 좋아졌다”라고 설명했다. 경쟁사의 노트북용 칩과 비교해 전력 효율도 2배 가까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애플 M2 프로세서는 현존하는 최고 성능의 CPU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신 노트북 칩의 GPU를 기준으로 동일한 전력일 때 M2 프로세서는 2.3배 빠른 성능을 보여준다. 또 20% 전력만으로도 같은 수준의 최고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노트북의 배터리 수명이 길어지고 고성능 게임과 대용량 이미지를 편집할 때도 발열·소음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애플은 M2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한 제품군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당장 M2 프로세서가 탑재된 맥북에어와 맥북프로는 이전 세대와 비교해 더 얇아지고 성능이 강화됐다. 로이터통신은 “애플이 M2 프로세서를 통해 애플 자체 칩 성능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완전히 해소했다”라며 “애플의 반도체 독립은 더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대돼 완성될 것이다”라고 했다.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애플 M2 프로세서에 FC-BGA를 공급하고 있는 삼성전기는 애플의 후광효과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삼성전기와 함께 일본 이비덴, 대만 유니마이크론 등의 FC-BGA를 M2 프로세서에 적용하고 있다.
FC-BGA는 전기 신호가 많은 고성능 반도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메인보드와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기판을 말한다. 주로 인텔, AMD, 엔비디아 등이 만드는 고성능 칩에 활용되는데, 최근에는 전기자동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도 FC-BGA를 사용하고 있다.
FC-BGA에 대한 수요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공급 부족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FC-BGA를 업계에서는 ‘제2의 반도체’라 부른다. 반면 기술 장벽이 높아 FC-BGA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국내에서는 삼성전기가 유일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일본 이비덴, 신코덴키, 대만 유니마이크론, 난야 등 5곳 정도로 제한된다. 최근에는 LG이노텍이 최근 FC-BGA 사업에 뛰어들었다.
삼성전기는 애플 M2 프로세서용 FC-BGA 공급을 주도하면서 고부가제품 위주의 수익성 개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FC-BGA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생산능력 증설 효과가 더해지면서 FC-BGA는 삼성전기의 미래 먹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12월 부산과 베트남에 1조6000억원 규모의 FC-BGA 생산시설 투자를 결정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 서버용 FC-BGA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동시에 애플 M2 프로세서용 기판 공급을 주도하면서 고부가제품 위주의 생산능력 증설 효과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