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카카오 대표이사가 7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자사 메타버스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카카오

“카카오의 메타버스 전략은 크게 텍스트 기반과 3D 기반, 두 가지로 나뉜다. 둘은 서로 다른 시작점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만날 것이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이사가 7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열고 ‘투트랙’ 메타버스 전략을 발표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활용한 텍스트 기반의 메타버스와 계열사 넵튠의 기술을 활용한 3D의 메타버스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남궁 대표는 이날 자사가 보유한 서비스들을 관심사 기반으로 연결한 ‘카카오 유니버스(Kakao Universe)’를 메타버스 전략의 방향성으로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 유니버스는 카카오가 이미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들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엮어낸 결과물이다”라며 “카카오 유니버스를 마블 코믹스에, 카카오의 서비스들을 아이언맨·스파이더맨 등 히어로에 대입하면 이해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남궁 대표는 이어 “관심사를 중심으로 모인 전 세계 50억명 이용자들이 향후 텍스트를 넘어 다양한 멀티미디어로 소통할 수 있도록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이들이 카카오가 조성한 생태계 안에서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콘텐츠를 생산하게끔 선순환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것이야말로 카카오가 꿈꾸는 ‘진정한 우주통신기업’으로 향하는 방향이 아닌가 싶다”며 “꿈을 현실로 이룰 수 있도록 계속해서 도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남궁 대표는 이런 메타버스 전략의 첫 단계로 ‘오픈링크’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오픈링크는 이용자들이 취미·장소·인물 등을 주제로 모여 소통할 수 있도록 카카오 서비스들에 오픈채팅방 링크를 연결하는 서비스다. 예컨대 카카오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인 카카오맵을 열어 아파트, 학교, 관광지 등 장소를 검색하는 이용자들에게 장소별 오픈링크를 제공해 거주민, 재학생, 관광객들이 모인 오픈채팅방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음원 앱 멜론에서도 오픈링크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정 아티스트의 곡을 스트리밍하는 페이지에 오픈링크를 더해 각국 팬들의 실시간 소통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이사가 7일 카카오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카카오의 텍스트 기반 메타버스에 도입될 인공지능(AI), ‘상호작용형 AI’와 ‘대화형 AI’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카카오

남궁 대표는 텍스트 기반의 메타버스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하반기부터 카카오톡 프로필도 개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용자들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프로필을 설정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프로필을 방문한 친구들과 이모티콘·응원 메시지·선물 등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남궁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멀티프로필을 강화해 이용자들이 프로필로 여러 페르소나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라며 “프로필 외에도 친구 탭, 대화 탭 등에도 비목적성 요소들을 배치해 이용자들이 카카오톡 앱 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데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단, ‘오픈채팅을 필두로 다양한 서비스가 추가되면 카카오톡 앱 용량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오픈채팅은 카카오의 글로벌 전략인 메타버스 사업의 핵심인만큼 추후에 별도 앱으로 분리할 생각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카카오는 텍스트 기반 메타버스의 활성화를 위해 이용자들의 경제 활동도 지원할 방침이다. 오픈채팅방 방장의 경우, 구독 모델을 적용해 정보 제공을 통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게끔 만들 계획이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 출판 플랫폼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작가들 역시 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며 “이밖에도 1인 미디어와 미디어 스타트업 등 전문 콘텐츠 생산자를 위한 올인원(all-in-one) 콘텐츠 플랫폼(CMS)도 구축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정욱 넵튠 대표이사가 7일 카카오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자체 개발한 3D 메타버스 플랫폼 '컬러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카카오

남궁 대표에 이어 발표자로 나선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는 카카오가 이미 보유한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상호작용형 AI’와 ‘대화형 AI’를 마련, 텍스트 기반 메타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 대표는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페르소나로 소통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상호작용형 AI는 얼굴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페이스 리타겟팅’ 기술 등을 적용해 카카오톡 프로필 개편 때 선보일 예정이다”라며 “이용자들은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역할 놀이 등 색다른 소통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김 대표는 가상 인물을 바탕으로 개발 중인 대화형 AI의 경우, 관심사를 주제로 이용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인기 웹툰 주인공의 성격과 가치관, 말투를 지닌 고도화된 챗봇이 웹툰에 대해 이용자와 대화하는 식이 될 것이다”라며 “상호작용형 AI와 대화형 AI는 ‘나를 보여주는 AI’와 ‘나와 대화하는 AI’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3D 기반 메타버스 조성을 맡은 정욱 넵튠 대표는 이날 자체 개발한 ‘컬러버스’를 공개했다. 컬러버스는 웹스트리밍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가 여러 웹 환경을 제약 없이 넘나들 수 있도록 한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쉽게 말해, 이용자가 컬러버스 안에서 쇼핑몰 홈페이지를 열고 스니커즈를 사거나 은행 앱을 켜 업무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링크만 있으면 접속이 가능해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네이버 ‘제페토’ 등 기존 플랫폼과 차이가 있다.

이용자들은 컬러버스 내에서 아이템, 아바타, 랜드와 같은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판매할 수도 있다. 구매한 콘텐츠 역시 재가공해 다시 판매할 수 있다. 정 대표는 “개개인의 창작 욕구를 자극하는 이런 경제 체계는 더 많은 이용자 유입으로 이어질 것이다”라며 “현재 컬러버스를 유튜브, 트위치 등 방송 플랫폼과 결합해 이용자들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컬러버스 내 커뮤니티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가상화폐, 대체불가토큰(NFT) 등의 도입은 아직까지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정 대표는 “컬러버스 내 모든 거래는 현금으로 이뤄질 전망이다”라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결제 방식은 국내 규제 문제가 해결된 뒤에야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