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구글 인앱결제 정책을 따르지 않는 애플리케이션(앱)은 플레이 스토어에서 삭제된다. 구글은 지난달부터 플레이 스토어에서 외부 결제 페이지로 연결되는 아웃링크를 삽입한 앱의 업데이트를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아무런 대응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미 국내 콘텐츠 업계가 혹시 모를 퇴출을 우려해, 30% 수수료의 구글 인앱결제를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음악, 웹툰 등 콘텐츠는 수수료 인상에 따른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인앱결제를 사실상 의무화하는 정책을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한다. 구글은 최대 30%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인앱결제를 사용하거나, 인앱결제 내 제3자결제 시스템을 구축해 최대 26%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을 택하도록 했다.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시킨 앱마켓 사업자가 인앱결제 강요 금지를 골자로 한 전기통산사업법 개정안(구글갑질방지법)을 우회로 피해간 것이다. 구글은 자체 제작한 인앱결제 외에 다른 결제방식을 허용하기 때문에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인앱결제는 이용자가 구글의 플레이스토어 계정에 등록한 결제수단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결제 방식이다.
구글은 외부 결제를 허용했다는 입장이지만, 인앱결제 내의 제3자 결제 수수료율이 최대 26%라는 것이 발목을 잡고 있다. 앱 개발사가 자체 결제 시스템을 꾸릴 때 들어가는 구축과 운영 비용, 별도의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 2~3% 등을 합치면 인앱결제 수수료와 거의 차이가 없어지거나 오히려 부담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콘텐츠 업체들은 그간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안드로이드용 앱을 배포하면서 앱 안에 별도 웹페이지 등의 외부 결제시스템으로 연결되는 링크를 걸어왔다. 구글 측에 수수료를 내지 않기 위한 일종의 우회로였다. 하지만 구글이 인앱결제 정책을 준수하지 않는 앱을 삭제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콘텐츠 업체들은 아웃링크 방식을 고집하기 어려워졌다. 이미 국내 주요 콘텐츠 플랫폼들은 구글 정책이 허용하는 결제 수단만을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글의 정책 발표 이후 OTT(, 음원 플랫폼, 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업계는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섰다. 인앱결제 의무화로 수수료 부담이 커진 만큼 가격을 올리는 게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OTT의 경우 웨이브·티빙 등이 이용권 가격을 15%가량 올렸고, 플로·바이브 등 음원 플랫폼도 비슷한 수준으로 이용권 가격을 인상했다. 웹툰·웹소설을 유료 구매 할 때 사용되는 네이버웹툰의 ‘쿠키’와 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의 ‘캐시’도 20% 비싸졌다.
플랫폼 업계는 인앱결제가 적용되는 안드로이드 앱 내에서 구매할 경우에만 가격 인상이 적용되고 PC·모바일웹에서 결제 시에는 기존 가격으로 이용권 등을 구매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콘텐츠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김영식 의원실에 따르면 구글의 정책 시행으로 앱 개발사(게임 제외)들이 지불하는 수수료가 연간 최대 8331억원 증가하면서, 소비자 부담도 약 2300억원 추가될 것으로 추정됐다.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 강행 이후 방통위는 해당 정책이 ‘인앱결제강제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위반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 결과를 내놓고 실태 점검에 들어갔다. 실태 점검을 통해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등 위반 여부가 확인되면 사실조사를 거쳐 제재 여부를 가린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미 구글의 ‘앱 삭제’ 기한이 눈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방통위의 조치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웹툰협회는 지난 30일 성명서를 내고 “국회에서 발효된 법안을 비웃고 꼼수로 대응하는 구글의 횡포도 기가 차지만 뒤늦게 실태조사에 나섰다고는 하나, 업계 규범 타령만 늘어놓으며 적극적인 역할을 방기하고 있는 방통위 또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혜선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장은 최근 진행된 ‘인앱결제 강제 금지’ 관련 설명회에서 “구글이 아웃링크를 막거나 제한하고, 앱 업데이트를 금지하거나 삭제하는 행위는 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앱 삭제를 위해서는 사유를 공지하게 돼 있다. 삭제 이유가 결제 정책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면 앱의 부당한 삭제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이를 입증하면 과징금이나 시정명령 처분이 가능하다”고 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