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에서 분사한 인공지능(AI) 반도체 회사 사피온이 3년 만에 새 제품을 내놓는다. 이를 통해 세계 1위 신경망처리장치(NPU) 업체 엔비디아를 정조준한다. 회사 내부에서는 현재 세계 시장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 제품 성능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 등의 부문까지 분야를 확대해 비메모리 반도체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1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사피온은 이르면 내년 초 X330을 비롯해 X340, X350 등 AI 반도체를 출시한다. 이는 지난 2020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AI 반도체 X220 다음 버전이다. 현재 설계 구현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X220이 데이터 센터용으로 개발됐던 만큼 후속 제품 역시 같은 용도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X220의 경우 엔비디아 GPU T4와 비교해 딥러닝(심층학습) 연산속도가 1.5배 빠르고 전력 사용량은 80% 줄인 게 특징이다. 성능을 최대한 끌어 올리면서도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구성해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새로 출시할 X330 등 신제품은 엔비디아의 T4는 물론, A100까지 겨냥한다. 사피온 내부에서는 X330의 성능이 엔비디아 제품보다 월등히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는 GPU(그래픽 처리장치) 세계 1위 기업이다. AI 반도체인 NPU 시장에서도 가장 앞서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피온이 엔비디아를 겨냥한 것은 후발주자임에도 아직 시장 초창기인 만큼 기술력을 통해 AI 반도체 시장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사피온은 현재 데이터센터용으로 활용 중인 AI 반도체를 자율주행, 모바일 기기 등으로 적용 분야 확대를 꾀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분야 역시 자동차 칩 회사와 협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피온의 단기 목표는 NPU 1위 업체다. 중장기적으로는 세계적인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 회사로의 성장이다. 생산시설 없이 반도체 설계와 개발만 하는 ‘팹리스’ 분야 선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AI 컴퍼니’로 전환을 외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계획과 일맥상통한다. 최태원 회장은 SK텔레콤 회장직으로 직접 나서 AI 부문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시기적인 면도 사피온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AI, 반도체 등을 콕 집어 초격차를 확보하기 위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수장을 맡은 이종호 장관은 세계적인 ‘반도체 전문가’로 꼽힌다.
다만 반도체 업계 일각에서는 사피온의 목표 현실화가 예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국내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많은 칩 회사들이 엔비디아 제품보다 성능이 우수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현장에 적용하면 예상한 만큼의 성능과 정확도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