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민간과 정부 모두 클라우드 전환을 선언하면서 기업들이 앞다퉈 출사표를 던진 결과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인재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13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지난해 3조3000억원 규모에서 올해 4조~5조원, 2025년 11조6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세계 시장 규모는 올해 4820억달러(약 615조원)에서 2025년 8375억달러(약 1068조원)까지 2배 가까이 뛸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일제히 클라우드 사업 확대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초 발표한 2021 클라우드산업실태조사를 보면 클라우드 공급 기업은 2018년 1142개에서 2020년 1409개로 23% 급증했다.
KT와 NHN은 아예 클라우드 독립 법인을 출범했다. 2011년 클라우드 사업에 진출한 KT는 사내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부와 이와 연계된 용산, 목동(2개), 강남, 분당 등 수도권 5개 IDC 등 총 1조7000억원 상당의 자산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분리해 KT클라우드를 출범했다. 초대 대표는 KT 클라우드 사업 원년 멤버인 윤동식 클라우드·IDC사업추진실장이 맡았다.
NHN은 전 직원의 30%에 달하는 300여명을 NHN클라우드로 옮겼다. 현재 판교에 IDC를 두고 있는 NHN은 앞으로 김해, 광주, 순천 등에도 거점을 확보할 방침이다. 신규 법인은 백도민·김동훈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백 대표는 회사의 목표 수립과 비전 공유 및 직원 소통을, 김 대표는 사업본부장을 겸임하며 사업 전반에 대한 전략 수립과 수행 총괄을 맡는다.
2009년 네이버에서 분사하며 KT클라우드·NHN클라우드보다 먼저 CSP(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로 행보를 시작한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 3월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김태창 사업본부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며 재정비를 마쳤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춘천에 IDC ‘각 춘천’을 운영 중이며, 연말까지 세종시에 두 번째 IDC ‘각 세종’을 완공할 예정이다.
시장 참여자가 늘면서 자연히 인재 쟁탈전도 거세지고 있다. 출범 직후 각각 세 자릿수, 두 자릿수의 대규모 공채를 실시한 KT클라우드와 NHN클라우드는 경력직 스톡옵션 제공, 영구 주 4회 재택, 입사 보너스 등 파격적인 유인책을 제시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네이버와 동일한 연봉·복지체계와 1000만원 상당의 스톡 그랜트(자사주 지급) 보상을 내걸었다.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엔지니어의 몸값도 오르고 있다”며 “자격증을 보유한 고급 경력직의 경우 최고 1억원까지 받는다”고 했다. 클라우드 엔지니어는 최근 IT 기업의 연봉 인상 릴레이에서 부각된 ‘개발자’와는 다른 직종이다. 주로 서버 구축과 운영, 보수를 담당한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클라우드 분야에 필요한 인력 수요는 올해 전년 대비 3.83배, 2025년까지 5년간 23.78배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고급 인력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지난해 공급 대비 약 52.55배 더 필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이 자료를 인용해 작성한 ‘클라우드 기반 개발환경 변화에 따른 SW개발 인력양성 시사점’ 보고서에서 “CSP, 협회나 공공기관, 대학과 학원 등으로 산재한 교육과정을 표준화한 교육체계를 개발하고, 정부 주도로 클라우드 강사 양성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 장악한 클라우드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존재감은 아직 미약하다. 삼성전자, LG전자, 대한항공 등 국내 주요 대기업도 클라우드를 선택할 때 해외 업체들과의 계약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을 대신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축·운영하는 클라우드 관리 사업자(MSP)도 AWS, MS 애저 클라우드에 능통한 인력을 선호할 정도다.
체급 차이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KT클라우드(4559억원)와 NHN클라우드(2197억원), 네이버클라우드(3800억원)는 지난해 합쳐서 1조원대 매출을 올렸다. 반면 세계 1위 CSP인 AWS는 지난해 국내에서만 조 단위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시장 규모와 점유율(약 50%)을 토대로 추산한 값이다. AWS의 한국지사인 AWS코리아는 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책임회사로 정확한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다. AWS글로벌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6.5% 늘어난 184억4000만달러(약 23조5294억원)였다.
최근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알리바바클라우드도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알리바바클라우드는 지난 3월 국내 첫 IDC를 열고 운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가트너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9.55%, 아태 지역 점유율은 25.5%다.
국내 업계는 공공 클라우드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3월 말 공공 클라우드 전환 사업 고시를 개정하면서 클라우드보안인증(CSAP) 의무화 예외 조항을 삭제, 글로벌 기업들의 참여를 막았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2025년까지 1조6000억원을 투입해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의 정보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전환 정책을 추진 중이다.
행안부가 공공 클라우드 전환 사업 고시를 개정하기 전 행정예고한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의 클라우드컴퓨팅서비스 이용 기준 및 안전성 확보 등에 관한 고시(이하 이용기준)’에는 교육(초 중등교육법), 의료(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금융(전자금융거래법), 연구개발(국가연구개발혁신법) 분야 참가 기업은 CSAP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겼었다. 그러나 실제 고시에서는 이 조항이 빠졌다.
CSAP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5년 제정된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법에 따라 시행 중인 인증 제도다. 글로벌 기업들은 해당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정부가 보안을 이유로 요구하는 소스코드 점검과 물리적 망 분리에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KT클라우드와 NHN클라우드, 네이버클라우드는 모두 CSAP를 받았다.
공공 클라우드 시장은 행안부가 공공 클라우드 전환 사업을 추진하면서 그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 클라우드 시장 계약 총액은 약 1222억원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행안부와 지자체 발주 구축형(SI) 사업 등이 포함되지 않아 실제 시장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3차로 나뉘어 발주됐던 1차년도 공공 클라우드 전환 사업 성과를 보면 KT클라우드와 NHN클라우드, 네이버클라우드는 각각 12곳, 14곳, 12곳의 기관의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했다. 전환 시스템 수로는 네이버클라우드가 전체의 42%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KT클라우드와 NHN클라우드 각각 23%로 동률이었다.